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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Aug 20. 2018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불가해한 세상,소리없는아우성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에단 코엔, 조엘 코엔


 




코엔 형제의 작품 중에서 가장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으며, 똑단발 살인마라는 '안톤 쉬거' 캐릭터를 창조한 두고두고 회자되는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올해 재개봉해 영화 팬들을 극장으로 모으고 있습니다


가장 무자비한 단발머리 살인마의 탄생




코엔 형제 영화 최초로 원작을 각색했으며,'코맥 매카시'의 소설처럼  건조하고 난해한 메타포의 향연입니다. 원작과 영화 모두 황량한 텍사스의 공기 같은 무자비함과 허무함이  내내 흐르고 있다는 게 특징. OST도 없는 적막함,  숨소리조차 낼 수 없는 살기와 공포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습니다.



텍사스의 사막, 사냥을 하던 '르웰린 모스(조슈 브롤린)'는 총격 난투극이 끝난 현장에서 아직 살아 있는 한 남자를 발견합니다. 그는 물 한 모금만 달라며 애원하지만, 모스는 없다며 총과 돈 가방을 들고 집으로 오죠. 밤 새 죄책감에 시달린 모스는 물을 들고 현장에 나타나고, 마침 그 현장을 지나던 괴한들에게 추격을 당합니다.





한편 살인마 '안톤 쉬거(하비에르 바르뎀)'는 수갑을 찬 채 경찰을 잔혹하게 죽이고 탈출합니다. 산소통을 들고 다니며  자물쇠고, 사람이고 닥치는 대로 파괴하는  포기할 줄 모르는 집념의 살인마. 이로써 3중의 추격전이 형성되는데요. 시거는 모스를 좇고, 보안관 벨은 모스와 시거 둘을 쫓기 시작합니다.

대체 그의 목표는 마약, 돈 아니면 살인 그 자체인지 알 수 없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게 이 영화를 이해한 가장 적합한 단어지 않을까요. 세상은 생각보다 냉혹하고 잔인한 불가해함의 연속이니까요.



절망 속에서도 운은 있게 마련





영화의 전반적인 기류는 '절망'과 '운'입니다. 생물이라고는 살 것 같지 않아 보이는 텍사스 사막은 이 영화 또 하나의 주인공인데요. 비관적이고 염세적인 성향이 '코맥 매카시'의 원작과 비슷하게 각색되었습니다.



제목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예이츠'의 시 <비잔티움으로 향해>를 차용했습니다. 영화의 화자이자 은퇴를 앞둔 보안관 '벨(토미 리 존스)'이 젊은 보안관에게 노인이 되어서도 나아질 것이 없고, 사회 시스템은 여전히 노인을 위해 돌아가지 않는다고 한탄처럼 이야기하는 블랙 유머기도 하죠.





뚜렷한 성향이나 목적 없이 사람을 죽이는 살인마, 일말의 감정도 없는 사이코패스는 영화 곳곳에서 이미지화됩니다.  운명을 그깟 동전 던지기로 판가름하는 서늘함은 그의 야만적인 성향을 더욱 공고히 해주죠.

보안관 벨처럼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도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는 변하지 않는 세상의 가치, 그 혼돈의 무질서를 영화는 풍자하고 있습니다. 연륜이란 사실 쓸모없는 숫자에 불과할 뿐, 운명은 어쩌면 동전닢에 달려있을지도 모를 염세적 관념을 묵직한 스토리텔링에 심었습니다.





2006년 개봉 당시, 영화는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하비에르 바르뎀),각색상을 수상했는데요. 이제는 거장이 된 코엔 형제와 여전히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의 하비에르 바르뎀, 연륜이 느껴지는  토미 리 존스, 마블의 최강자가 된 조슈 브롤린,  유쾌함과 존재감 갑 우디 해럴슨 등 배우들을 다시 만나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별점: ★★★★☆
한 줄 평: 나를 망치러 온 나의 살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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