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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장cine 수다

<라이온 킹> 디즈니, 대체 왜 그랬어요?!

by 장혜령
라이온 킹, The Lion King, 2019, 존 파브로



디즈니가 대체 왜 그랬을까? 꾸준히 자사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디즈니 라이브 액션 작품 <라이온 킹>은 자가당착의 끝의 보여준다. 물론 가장 진보한 CG 기술은 흠잡을 곳이 없다. 다만 너무나 진짜 같아서 거부감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일까? 오프닝에서 보여준 아프리카 초원의 광활함과 OST' Circle of Life'가 울려 퍼질 때까지만이다. 감동은 서서히 사라지고, CG의 피로감은 누적된다. "완벽한 원작 스토리텔링의 충실함과 진화된 기술의 만남 이것이 2019년 <라이온 킹>이다"라고 말한 '존 파브로'감독의 말처럼. 원작을 건드리지 않고 기술진보의 최정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럴 거면 KBS <동물의 왕국>이나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을 안방에서 시청하는 게 낫다. 굳이 비싼 돈 들여가며 극장에 가는 수고로움을 덜어줄 수 있을 테니까.


애니메이션의 실사화. 표정 없는 동물들

표정을 읽을 수 없으니 꽤나 지친다


과연 막대한 제작비와 제목만으로 브랜드 파워를 가지는 <라이온 킹>의 실사의 문제점이 무엇일까 고민해 봤다. 첫째, 동물 의인화에 표정이 없다. 명확한 선악구도와 교훈적인 성장 스토리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고전적 메시지다. 1994년의 애니메이션이지만 인간 본연의 가치를 가지고 있어 충분히 21세기에도 유효하다.


다만, 애니메이션 특유의 과장된 표정과 움직임, 목소리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동물들은 표정 없이 입만 뻥긋거린다. 휴머노이드를 소재로 한 영화들보다도 못하다고 말하고 싶다. 각각의 캐릭터는 초점을 잃고 평범해진다. 급기야 비슷비슷해 보여서 어린 심바와 날라도 구별하려면 목소리를 자세히 들어봐야 할 정도였다. 표정을 읽을 수 없으니 희미한 와이파이 신호를 찾다 배터리가 달아버린 핸드폰처럼 내 기분도 방전된다.



목소리 연기마저 힘 빠진다, 품바와 티몬 너마저 없었다면..

매력을 잃은 캐릭터들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목소리 연기도 문제다. 애니메이션의 무파사 목소리를 담당했던 '제임스 얼 존스'가 실사에도 무를 연기해 웅장함을 더해준다. 하지만 어른으로 성장한 심바의 '도날드 글로버'와 날라의 '비욘세'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악의 축 삼촌 스카의 목소리의 '치웨텔 에지오포'도 약했다. 배우는 표정과 몸짓뿐만 아니라 목소리도 연기해야 하는데 부족함이 역력했다.


그나마 품바 목소리에 '세스 로건'이 아니었다면 앙꼬 없는 찐빵이 될 뻔했다. 품바와 티몬의 콤비 플레이는 씬스틸러의 면모를 그나마 살려주고 있다. 겉은 화려해졌는데 실속 없는 비싼 뷔페에 온 듯 헛배만 불러온다.
너네 둘 아니었으면 어쩔 뻔..



너네 둘 아니었으면 어쩔 뻔..

삼촌 스카와 아빠 무파사의 갈등, 그리고 무파사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심바가 무리를 떠나는 과정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기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지루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1부가 지나고, 심바가 떠나 품바와 티몬을 만나면서 성장하는 2부에 그나마 웃음 포인트가 있다. 하지만 <라이온 킹>의 벅찬 감동과 재미를 충족시켜주기엔 부족하다.




장엄한 OST의 편곡만이 답이 아니다


영화 <라이온 킹> 스틸컷



<라이온 킹>은 원작뿐만 아니라 OST 감동도 잊지 못한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의 성공과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초연돼 최근까지 9,000회 공연을 돌파한 흥행을 거둔 고전이다. 아프리카 대자연의 광활함과 경이로움은 '한스 짐머'와 '엘튼 존'의 음악을 편곡했다.


다만 귀에 익숙한 불후의 명곡들이 이제 좀 들을만하면 깨지는 흥에 있다.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이상하게 새 노래 같아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Hakuna matata'의 흥겨움은 사라졌다. 비욘세가 맡은 날라의 목소리의 시원함을 기대했지만 겉멋만 부린 기교에 실망감이 배가 된다.




만져보고 싶을 정도로 솜털 하나하나 정교하긴 하다



25년 만에 돌아온 실사판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은 영화다. 전체적으로 어둡고 무거운 주제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감안한 부분도 있다. CG만 신경 썼을 뿐 전반적으로 감히 대작을 손볼 수 없어 갈피를 잡을 수 없어 보인다.


<덤보>, <알라딘>, <라이온 킹>까지 올해만 디즈니 라이브 액션 영화가 세 편이나 개봉했다. 그중 <알라딘>만이 입소문으로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다만 생각보다 실망감이 컸던 <라이온 킹>을 이후 <뮬란>과 <인어공주>가 어떻게 채워 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단, 쿠키영상은 없다.






평점: ★★☆

한 줄 평: 전설을 건드리는게 그리 큰 부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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