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주의!
옛말에 죄를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거늘 이 문제는 사람을 먼저 미워할 수밖에 없다. 영화 <주전장>은 지금 이 시점에 꼭 봐야 하는 영화다. 이미 올해 4월 도쿄에서 먼저 개봉해 전국 30개국으로 확대 개봉한 바 있다. 일본에서는 이례적으로 3만 명 이상이라는 관객 동원으로 화제가 된 영화다. 일본 국민의 가장 큰 문제는 무관심이라는 거다. 특히 교과서에도 배우지 않는 가려진 역사는 젊은 층이 중년이 되고 장년이 되어 일본의 미래가 될 것이다. 앞으로의 한일관계가 걱정이다.
결국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일본 최대 국제예술제인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에서 '평화의 소녀상'을 포함한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 전시가 전시 사흘 만에 중단했다. 이는 표현의 자유가 침해당하는 예술 검열 자체다. 민주주의 국가를 표방하는 일본의 진심 어린 속내다.
이번 사안은 단순히 일본의 위안부, 독도 망언이나 우익의 몹쓸 행동이 문제가 아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부터 현재는 화이트리스트 제외로까지 불거져, 수출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여기저기서 독립운동은 못했지만 불매운동은 하겠다며 너도나도 다양한 형태의 애국이 타오른다. 이제 대한민국은 세계 경제 시장에서 어떻게 될까? 하루아침에 해소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차분하게 국가와 국민 전체가 나서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은 자명하다.
영화 <주전장>은 현 이슈의 흐름에 직격탄을 맞은 영화다. 홍보 효과도 크고 독립영화계의 불문율 1만 관객을 단숨에 돌파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인기 요인은 지금 한일 관계와 일본 우익의 의도가 어디서부터 나타나게 된 건지 뿌리를 알 수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감독 '미키 데자키'는 일본계 미국인 유튜버로 우익들의 공격 대상이 되었고 이 영화를 만들었다. 한국, 일본, 미국을 오가며 3년에 걸쳐 만들어낸 영화는 위안부 이슈를 둘러싼 논쟁을 다룬다. 일본 우익과 우리나라 쪽의 팽팽한 접전, 제3자의 시각, 다양한 이슈를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으로 탄탄한 논리와 증거로 전달한다. 그러나 부글거리는 화는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후반부로 갈수록 관객들의 허탈함과 실소가 여기저기서 터진다.
일본은 이미 교과서를 수정한 바 있다. 좋은 것만 알리는 것은 역사가 아니다. 부끄럽고 되돌리고 싶은 역사도 알려야 한다. 이게 바로 전범 국가의 진심 어린 반성과 사과 중 하나이며, 미래를 향한 진보다. 일본 아베 정권은 조용히 지속적으로 면밀히 준비해왔다.
<주전장>은 아베 정권이 제국주의 역사를 청산하고 '클린 일본'의 이미지를 만들려는 이유를 공개하고 있다. 전쟁 이전 체제로 돌아가기 위해, 청정 국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위안부'문제다. 위안부 문제를 덮기 위해 언론 통제는 물론 미국의 선전 활동과 자금 충족 등 오래도록 물밑작업해왔다. 갑자기 시작된게 아니다. 미국 또한 두 나라의 싸움에서 결코 배제되서는 안됨을 직시해야 한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두 나라의 화해를 부추기기도 하고 어느 쪽에 힘을 실어 주기도 했던 미국도 얄밉긴 마찬가지다.
할머니들의 증언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증거로 신빙성이 없다는 주장은 위안부 피해자에게 2차 성폭력을 가하고 있다. 때문에 위안부 문제를 여성 인권 문제로 격상해 범위를 넓혀야 함을 힘주어 말한다. 이미 한.일 양국의 문제를 넘어 보편적인 인권 문제가 되었지만 말이다.
싸움은 어느 한쪽이 이기고 지게 되어 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위안부' 싸움에서 승리자는 누구일까? 주전장(主戰場) 이란 메인 싸움터, 전쟁터란 말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전쟁이 이슈인 이유를 양쪽 진영의 입장에서 듣는 영화다. 일본계 미국인이란 객관성을 유지한 채 밖에서 우리를 돌아볼 수 있는 명문을 제시한다.
그동안 감정에 호소하는 위안부 영화들과는 다른 결이다. 타인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위안부 프레임 영화는 없었다. 영화를 통해 대한민국인의 정서와 개인, 국가의 역할에 대해 차분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박 터지게 싸우지만 말고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 차분한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 때다. 오류를 바로잡고, 충분한 근거와 논리로 대응해야 함을 깨닫는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싸움에서 흥분하면 지는 거다. 차분하게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반박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이길 수 있다. 영화를 통해 일본과의 끝나지 않을 긴 전투태세를 배운다.
덧, 곧 개봉하는 영화 <김복동>과 함께 보면 좋겠다! 분노와 슬픔이 두 배, 세 배가 되겠지만 감정적으로만 대처해서는 안 됨을 이럴 때 일 수록 이성적으로 다가가야 함을 상기할 수 있다.
평점: ★★★★
한 줄 평: 한 번도 우리 밖에서 바라보지 않았던 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