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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Aug 31. 2018

<트라이앵글> 곱씹어 볼 만한 오싹한 타임루프영화!

© 영화 <트라이앵글> 4종 포스터. 천천히 살펴보면 오싹하다




2009년 저예산영화로 만들어져 국내 개봉이 어려웠지만, 팬들의 강제 개봉으로 다시 보기 열풍을 불러 모으고 있는 영화 <트라이앵글>. 이미 볼 사람은 다 봤다는데, 10년 가까이 이런 영화가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다가 개봉과 함께 극장 관람에 성공했습니다.



© 영화 <트라이앵글>, 제스는 다섯을 죽여야 한다


1. 줄거리: 장애를 갖고 있는 아들을 홀로 키우는 '제스(멜리사 조지)'는 지친 삶을 떠나 썸남 '그렉(마이클 도어맨)'의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친구들과 요트 여행을 다녀오자는 것! 기분 좋게 승선한 후 얼마안가 망망대해에서 폭풍우를 만나 위기에 처하죠. 모두가 망연자실하던 그때, 저 멀리서 크루즈 한 대가 다가옵니다.

타지 말아야 할 것 같은 안 좋은 기분이 들지만 어쩔 수 없이 크루즈에 탑승하게 되고, 모두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요. 대체 제스에게 생긴 일말의 상황들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요?

영화는 '타임 루프'로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시점과 관점에 따라  달리 해석할 수 있습니다. 객관성 없는 지극히 주관적인 두 가지 해석을 해봤습니다. 혹시라도 의도치 않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은 건너 뛰어 주세요.




© 영화 <트라이앵글> , 극중 민폐녀 멜리자 조지



2. 기본 설정: 영화는 인물이 특정 시간이나 공간에 갇혀 무한 반복되는 일을 겪는 타임 루프를 활용한 미스터리 공포물입니다. 앞과 뒤가 맞물리는 수미쌍관, 수미상응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트라이앵글의 뜻은 미스터리한 공간인 '버뮤다 삼각지대'일 수도 있고, 육지, 요트 위, 크루즈 안을 배경으로  세 꼭짓점을 무한으로 반복하는 일을 암시하기도 합니다.

요트가 난파된 후 승선하는 크루즈의 이름 '아이올러스(AELUS)'호에 주목하면 좋은데요. 아이올로스는 바람의 신이자 시시포스의 아버지로  '시시포스 신화'와 관련 있습니다. 시시포스는 제우스의 분노를 사 저승에 갑니다. 하지만 저승의 신 하데스를 속이고 죽음을 피한 벌을 받습니다. 무거운 바위를 산 정상에 올려 두면 떨어지는 무한 반복 형벌에 처한 인물. 제스가 처한 상황이 시시포스의 형벌을 답습하고 있다고 할 수 있죠.




3. 해석: 버뮤다 삼각지대 속 타임 루프에 갇혔을 경우



© 영화 <트라이앵글>, 과연 내가 나를 죽일 수 있을까?



영화의 초반부,  요트에 타기 전부터 제스는 혼이 빠진 듯합니다. 그렇게 바다로 나간 요트는 한순간 특이점 에 도달한 듯. 이상하게 고요한 바다를 만나게 되죠. 저 멀리서 폭풍우가 밀려오지 않나, 그 후에 '누가 봐도 예스러운 호화 유람선'이 타이밍맞춰 나타나는 이상함을 느낄 수밖에 없죠.

승선한 사람들은 인적을 찾아 헤매다, 미스터리한 표식을 발견하게 되는데요. 퍼즐을 맞춰보려해도 여간해선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입니다.
1609년부터 현재까지 버뮤다 섬, 푸에르토리코, 미국 플로리다를 잇는 삼각형의 '버뮤다 삼각지대'는 실종된 배만  17척, 비행기 15대가 된다고 합니다. 첫 번째 해석은 21세기 기술로도 밝힐 수 없는 버뮤다 삼각지대에 요트가 들어간 것이고, 이곳의 루프에 갇히게 된 거란 설정입니다.

크루즈에선 이미 타임 루프 속에 갇힌 제스가 5명을 죽이고 여러 번 탈출을 시도한 흔적이 영역한데요. 그 장면은 섬뜩 그 자체입니다. 언제고 와본 적 있는 것 같은 데자뷰는 괜한 기우가 아니었습니다. 제스는 사람들을 다 죽이고 바다에 떨어져 해안가에 밀려와야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음을 알고, 고군분투하게 되는데요.  아들이 기다리고 있는 홈스윗홈에 당도한 순간.  학대하는 자신을 보자 망치로 죽여버립니다.



© 영화 <트라이앵글> , 저 아래... 무섭..



'나쁜 꿈은 모든 걸 현실로 만든단다. 그냥 나쁜 꿈을 꾼 것뿐이야'라며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시신을 가방에 넣고 아들과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중, 갈매기가 창문에 부딪혀 잠시 멈춘 상태.  갈매기 시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 상황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알고 좌절하죠. 하지만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한 제스는 운전을 강행하다 교통사고를 당해 죽습니다.

그때 갑자기 나타난 의문의 한 남자. 자신을 운전사라고 소개한 후 선착장까지 태워줄 것을 제안하죠. 선착장에 당도한 운전사는 '다시 돌아올 거죠.'라는 말을 남기고.. 다시 영화는 '빅터(리암 햄스워스)'를 만나는 장면으로 돌아갑니다. 잠깐의 일탈을 꿈꾸던 제스에게 닥친 미스터리한 일의 시작은 트라이앵글이란 이름의 요트에 타지 말았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운전사는 '죽음의 신(혹은 저승사자)'이었고, 돌아온단 약속을 어기고 요트에 승선한 벌로 무한 반복 루프에 갇힌 건 아닐까요. 끝낼 수 없는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시시포스의 영겁의 형벌처럼 말이죠.



4. 해석: 죄책감이 불러온 자신만의 타임 루프에 갇혔을 경우


© 영화 <트라이앵글> , 저 얘기가 내 얘기여..


영화의 모든 상황은 장애아 육아에 시달리다 아들과 생을 마감한 제스의 상상, 꿈 혹은 영혼이  머무르는 연옥의 상황으로 본다면 어떨까요?

어렵게 혼자서 장애아를 키우던 제스가 받은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고, 안되는 줄 알면서도 아들을 학대하며 죄책감을 키워오고 있던 제스였습니다. 흥분한 아들을 안아주며 '나쁜 꿈은 스트레스 해소에 좋아'라고 말하는 엄마. 이 모든 상황이 현실이 아님을 아는 듯한 말을 초반부에 합니다.

이는 크루즈에서 그렉과의 대사를 통해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전부 당신의 상상이란 거 몰라요? 배가 마술처럼 불쑥 나타나지도 않고, 배에는 선장과 선원이 있게 마련인데. 지금 당신 상상에서는 그렇지 않은가 보네요."라고 말하자, 제스는 "내 세상에서는 아이가 학교에서 엄마를 기다립니다. 당신이 무슨 수로 내 세계를 알죠?"라고 반문합니다.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크루즈 안에서 제스의 시계는 8시 20분,  약속시간 전이였습니다. 사투를 벌이던 중 아들에 대한 사랑, 죄책감, 자기애, 살고자 하는 욕망 등이 점철되면서 되돌려야 한다는 것을 직감하지 않았을까요?

우여곡절 끝에 집에 돌아오게 되지만. 반복되는 루프 안에 갇힌 것을 알게 되고, 리부팅하고자합니다만.  지나간 잘못을 후회해 봤자 소용없습니다.



© 영화 <트라이앵글>, 그래 결심했어!



저예산 B급 무비답게 덜 유명한 배우들과 약간 티 나는 CG였지만 꽉 찬 100분이었는데요. 당시 개봉했다면 시기 상조였을 것 같고, 지금은 약간 식상한 그 중간 어디쯤. 미스터리한 일이 끊이지 않은 버뮤다 삼각지대 어디쯤을 헤매고 있을 영화입니다. 참, 햄식이 동생 '리암 햄스워스'도 반가웠고요. 엔딩 보고 이거 뭐냐 싶었는데,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단맛, 짠맛, 쓴맛이 느껴지는 다양한 해석의 영화란 생각이 듭니다.

저예산 B급 무비답게 덜 유명한 배우들과 약간 티 나는 CG였지만 꽉 찬 100분이었는데요. 당시 개봉했다면 시기 상조였을 것 같고, 지금은 약간 식상한 그 중간 어디쯤. 미스터리한 일이 끊이지 않은 버뮤다 삼각지대 어디쯤을 헤매고 있을 영화입니다. 참, 햄식이 동생 '리암 햄스워스'도 반가웠고요. 엔딩 보고 이거 뭐냐 싶었는데,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단맛, 짠맛, 쓴맛이 느껴지는 다양한 해석의 영화란 생각이 듭니다.



 

 머리 아픈 타임 루프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 <하루>, <타임 패러독스>, <시간의 블랙홀>, <해버스데이>


평점 : ★★★☆
한 줄 평: 미스터리한 버뮤다 삼각지대 어딘가에 표류중일 것 같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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