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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Aug 29. 2018

<서치> 이거 물건일세!

4차 산업혁명 시대, 가장 독창적인 영화

© 서치 / 아니쉬 차간티



이 영화를 보자마자 내뱉게 되는 외마디 탄성, '이 영화 물건일세'였습니다. 이미 유수 영화제의 주목을 받으며 고대하고 기대하던 영화였는데요.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놀라운 구성력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관통하는 실험적이고, 공격적인 영화라 말하고 싶습니다.


디지털 미디어에 익숙한 설정을 위해 한국가정으로 구성하길 원했다고 전해지는데요. '존 조'를 필두로 딸 마고 역의 '미셸 라', 아내 역의 '사라 손', 삼촌 역의 '조셉 리' 모두 한국계 배우입니다.




20대 신예 감독의 발칙한 데뷔작


© 서치 / 아니쉬 차간티 감독, 배우 존 조


영화는 놀랍도록 치밀한 구성과 빠른 템포, 혁신적인 스타일로 감독 역량을 감탄하게 합니다. 감독 '아니쉬 차간티'는 각본과 연출을 맡은 91년 생 20대 신인입니다. 놀랄만한 데뷔작을 선보인 그는 단 한차례도 실제 장면을 넣지 않고, 오직 페이스북, 구글, 페이스타임, 유튜브, CCTV 화면으로 이루어진 독창적 화면구성을 선보였는데요. 이런 방식은 '스크린 라이프'라는 새로운 영화 화법을 개척했으며, 그야말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관통하는 통찰이라 할만합니다.


도대체 언제 실제 화면이 나오는 건가,  프레임 안의 갑갑함을 느낄 때쯤. 제한된 화면에서 선보일 수 있는 추적 스릴러의 반전을 선보입니다. 드라마적 서사, 애타는 부성과 비뚤어진 모성의 상충을 담으며 재미 또한 놓치지 않고 있는데요. 간절히 원하는 인간의 욕망과 소통의 부재를 아우르는 메시지 또한 강력한 존재감을 남깁니다.






구글 프로젝트와 각종 상업 광조 제작에 참여한 경력의 '아니쉬 차간티'는 현대인이 사용하는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포맷의 영화를 완성합니다. 인물이 카메라를 보면서 연기해야 함을 과감히 탈피합니다.



마우스 커서의 깜박임, 화면 보호기의 섬뜩함, 빠른 타이핑 속도 등으로도 충분히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음을 확인받고 있는 듯합니다. 관객은 주인공이 컴퓨터로 하는 모든 일을 지켜보면서 감정을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그야말로 체험하는 또 다른 방식의 영화입니다.



소통의 부재, 21세기 현대인의 초상



아내와 딸 남부럽지 않은 가정을 꾸린 '데이빗 킴(존 조)'은 아내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자 딸 '마고(미셸 라)'와 둘만 남았습니다. 딸은 어느새 훌쩍 커버렸고, 아내와 엄마의 빈자리를 느낄 새도 없이 각자 생활에 적응해야만 했죠. 어느 날,  부재중 전화 3통을 남기고 딸이 사라지고 아빠 데이빗은 딸의 노트북을 통해 조각난 이야기를 맞춰나가야만 합니다.

데이빗은 아내가 떠나고 딸과 서먹합니다. 실제 대화보다 SNS를 통한 대화가 익숙하죠.  딸이 엄마 없이도 적응하는 듯 보였고, 스스로도 그렇게 믿고 싶었을 겁니다. 하지만 SNS는 무엇이든 감추고  조작가능한 가상의 공간이기 때문에 100% 신뢰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닙니다.  항상 문제는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영화는 SNS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교묘하게 사용합니다.  감정을 저장하고 언제 어디서든 재현 가능함은 물론 자신의 양면성을 발견하는 장점이 있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말 햇 듯.'SNS는 인생 낭비다'란 단점도 간과 할 수 없죠.



온라인의 익명성과 무한성



한 편, 사건 담당형사 '로즈메리 빅(데브라 메싱)' 또한 부족한 아들의 이야기를 꺼내며, 데이빗을 물심양면으로 돕고자 합니다. 이제 두 사람은 마고를 찾기 위해 공조한 상황. 데이빗이 선택한 온라인 수사 과정을 따라가며 섬뜩한 문제점을 마주하게 됩니다.

데이빗은 마고의 흔적을 찾아가면서 당황, 분노, 슬픔의 감정 단계를 보입니다. 흔히 부모들은 내 자식을 세상에서 잘 안다고 자부합니다만. 그 믿음이 깨지는 순간, 앞서 말한 세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우리는 온라인에 너무 많은 정보를 노출하고, 공유합니다. 검색 몇 번으로 손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온라인 친구는 오프라인 친구가 아닐 수도 있고, 온라인에서 알던 사람이 사실은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닐 경우도 많습니다. '누구보다도 딸을 잘 안다'라고 자부한 아빠의 포부는 이내 무너지고,관객은 아빠와 함께 마고를 찾기 위한 고군분투를 기꺼이 동참할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 <서치>는 실험적이며, 도발적인 영화입니다. 영화 <업>의 오프닝이 생각나는 시퀀스는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읽는 듯했죠. 하지만 기대하는 것 이상의 영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 될 것을 장담합니다.



평점 : ★★★★★
한 줄 평: 화면 보호기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웠어요! 조용히 내 이름을 검색해 본 사람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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