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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Dec 02. 2019

<어멍> 삶과 죽음은 자연스러운 현상

우리가 모르던 제주



바다 같이 넓고 깊은 부모의 사랑. 자식은 부모의 무한한 사랑을 받으며 성장한다. 어른이 되어 사랑을 갚아나가려고 해도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영화 <어멍>은 한결같은 부모의 사랑이 제주 바다와 오버랩 된다.  한결 갔다가도 버럭 화를 내기도 하고 뭐든 퍼주다가도 이내 거친 바다의 이면 말이다. 


그리고 제주도의 해녀, 개발, 꿈에 대해 이야기 한다. 천혜의 자연을 가진 제주도는 조선시대 유배지였으며, 현재는 무분별한 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핫플레이스기도 하다. 속 썩이는 자식 탓에 마음에 멍이 든 엄마와 제주는 많이 닮았다. 


세상의 모든 자식을 응원하는 엄마

영화 <어멍> 스틸컷

영화는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 율(어성욱)과 억척스러운 해녀 엄마 숙자(문희경)가 티격태격하는 가족드라마다. 암이 재발한 엄마가 치료를 받길 원하는 아들과 돈, 시간, 인생까지 날린다고 생각하는 엄마의 의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엄마는 물질해서 남편 빚도 갚고 자식들 공부까지 시켰다. 평생 고생만 한 엄마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아들은 엄마를 설득시키기 위해 고향집에 남는다. 사실은 좀처럼 풀리지 않는 시나리오 때문이겠지만 어쨌거나 고향집에서 몸도 마음도 식힐 요량으로 엄마와의 동거를 시작한다. 


영화 속 율은 고훈 감독의 페르소나처럼 보인다. 꿈과 현실에 부딪혀 포기할 위기에 닿은 여느 평범한 청춘을 연기했다. 시나리오 작가가 되고 싶지만 정작 들어오는 영화는 에로영화다. 이상과 현실의 다름, 거듭된 난관 앞에 율은 포기해야 할지 고민이 앞선다.


한 편, 몇 년 째 꿈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들이 못마땅한 엄마는 안정적인 직장이나 들어가 결혼 해 살길 입버릇처럼 말한다. 모진 소리로 마음에 비수를 꽂지만 사실 아들이 꿈을 접지 않길 조용히 응원하는 엄마다. 말은 그렇게 해도 자식이 기죽지 않았으면 하는 부모의 마음이 영화 내내 전해진다.


태어나면 돌아가는 자연의 순리 

영화 <어멍> 스틸컷

영화는 엄마 숙자의 죽음을 두렵고 슬픈 상황으로 몰고 가지 않는다. 생명이 태어나 자기 몫을 다하고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누구의 탓도 아니라고 숙자의 대사로 말한다. 무심한 듯 툭툭 내던지는 숙자의 말투에서 삶과 죽음의 성찰을 엿볼 수 있다. 남편과의 애틋한 사랑, 자식들의 걱정, 죽기 전에 불러보고 싶은 노래도 원 없이 부르며 남은여생을 즐긴다. 그래도 이만하면 잘 살았다고 회고하는 숙자의 담백한 태도는 과도한 욕심에 휘둘리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성찰적인 세계관은 친구 애란(김은주)의 태도에도 반영되어 있다. 태풍 때 부러져 떠밀려온 나뭇가지를 주워 새로운 작품으로 만드는 모습은 모든 것에 쓸모가 있음을 상기한다.  


죽음이 가까이 다가오지만 숙자는 노래 대회에 참가하고 해녀 공연도 빼먹지 않는다. 친구들과 예정되어 있던 여행을 다녀오는 등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이 덤덤하게 펼쳐진다. 제주도 방언인 어머니를 뜻하는 ‘어멍’은 고훈 감독의 데뷔작이다. 제주도 출신 배우 문희경과 어성욱, 그리고 신인감독이 만난 진짜 제주도 영화다. 때문에 우리가 알고 있는 관광지 제주의 모습 말고 섬 그 자체를 담았다. 


영화 <어멍> 스틸컷

육지와 떨어져 있어 낯설지만 독특한 문화를 간직한 보물같은 곳. 제주도 사투리, 해녀 노래, 장례문화 등 제주의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자연스러워서 더 아름다운 제주를 담았다. 배우와 감독, 보조 연기자들도 제주 출신, 우리가 모르던 제주의 이야기가 잔잔히 스며들어 있다. 화려한 포장지에 속아 정작 속은 비어 있는 실망감을 느껴본 사람은 이 영화의 의도에 공감할 것이다. 


그리고 제주도의 해녀, 개발, 꿈에 대해 이야기한다. 천혜의 자연을 가진 제주도는 조선시대 유배지였으며, 현재는 무분별한 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핫플레이스기도 하다. 속 썩이는 자식 탓에 마음에 멍이 든 엄마와 제주는 많이 닮았다. 



평점: ★★★

한 줄 평: 자막이 필요할 것 같은 제주 방언이지만 뜻은 얼추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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