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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Dec 23. 2019

<백두산> 진한 부성애가 만들어 낸 두 아버지의 공조

상업영화에서 충족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담았다

백두산, ASHFALL, 2019, 이해준, 김병서


빅 배급사의 겨울 대전이 시작되었다. 그중 CJ 엔터테인먼트의 <백두산>은 최근 한국 영화의 새로운 흥행 요소로 떠오른 재난과 액션을 접목했다. <신과함께>시리즈의 덱스터스튜디오의 제작. 투자와 이해준, 김병서 감독의 공동 연출, 그리고 멀티캐스팅이 돋보이는 기획된 상업영화다.


‘만약 한반도의 백두산이 폭발한다면?’이란 상상이 현실이 되어 지진과 위협에 들썩인다. 백두산은 휴화산으로 분류되었으나 최근 한반도의 지진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마그마와 화산 폭발 징조가 발견되고 있어 최근 활화산으로 분류되었다. 혹시라도 일어날지 모르는 재난이라는 설정이 관객의 호기심과 감정이입을 돕는다.



재난 현장에 있는 듯 실감나는 CG와 액션


영화 <백두산> 스틸컷


무엇보다 ‘덱스터스튜디오’는 <신과함께> 시리즈 이후 괄목상대할만한 결과물을 선보였다. 비록 할리우드 재난 영화의 틀을 사용하고 있지만 강남 한복판에서 건물이 무너져 내리고 백두산이 폭발해 뿜어내는 마그마의 역습, 황폐한 평양 시가지 등이 실감 났다. 그냥 현장에 덩그러니 떨어져 있는 느낌이다. 실제로 백두산이 폭발하면 생길 재앙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셈. 기쁨과 슬픔, 재미와 감동, 스펙터클한 볼거리를 충족한 영화라 할 수 있다.


다만 이야기 전개와 캐릭터 상황에 조금 더 심혈을 기울였으면 어땠을까. 블록버스터의 스펙터클을 완성하느라 캐릭터 간의 부조화가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민정수석 전유경(전혜진)은 왜 개인 보다 국가를 위해 일해야 하는가를 묻게 하는 전형적인 캐릭터다.


영화 <백두산> 스틸컷


미국 시민인 강봉래(마동석)도 한국정부에 염증을 느끼고 돌아가려는 발길을 붙잡을 만한 논리성이 부족하긴 마찬가지다. 영화 속에서 개인사가 허락되는 캐릭터는 이중스파이 리준평(이병헌)과 특전사 조인창(하정우) 뿐이다. 때문에 영화는 재난 스펙터클을 표방하고 있지만 두 남자의 진한 더블 플레이가 돋보일 수밖에 없다.



진지함 속에서 터지는 유머


영화 <백두산> 스틸컷


두 캐릭터는 전형적이지 않다. 전역 날 북한으로 끌려온 특전사 기술팀 대위 조인창은 총을 언제 쏴봤는지도 아득한 기술직 군인이다. 실제 전쟁이나 훈련으로 다져진 전투병이 아닌, 폭탄 제거반이다. 때문에 실전에 어리숙할 수밖에 없다.



또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사상을 마음대로 넘나드는 이중스파이 리준평도 마찬가지다. 상황에 따라 능수능란하게 사투리를 쓰고 중국과도 접선하는 등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완벽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아픔을 품고 있고, 어색하지만 유머를 구사할 줄 아는 인물이다. 투명하게 보이는 사람과 불투명해 정확히 보이지 않는 사람이 만난 케미는 기대 이상이다. 백두산의 폭발을 막아야 하는 긴박한 상황, 북한과 미국, 중국, 우리나라까지 정치적으로 얽혀 초긴장 상태를 완화시키는 장치다.


영화 <백두산> 스틸컷


캐릭터의 완벽하지 않은 모습에서 오는 공감은 가족애를 매개로 두 남자의 버디무비를 완성한다. 주고받는 대사의 텐션은 비록 남과 북으로 나뉘어 있지만 똑같은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게 한다. 아버지 노릇 제대로 해본 적 없는 리준평은 딸을 향한 마음을 꺼내고, 첫아이의 설렘과 책임감이 다가오는 조인창은 앞으로 내 아이가 살아갈 미래를 위해 기꺼이 희생할 준비를 마친다. 둘은 모두가 안될 거라는 상황에서 1%만 가능성이 만들어 낸 가짜 희망을 진짜 희망으로 바꿀 수 있는 사람이다.




한국형 재난영화의 공식, 통할까?


영화 <백두산> 스틸컷


<백두산>은 재난을 이겨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너와 나, 남과 북, 우리와 너희를 경계를 돌아보게 한다. 어려움을 함께 한 사이는 무엇으로도 살 수 없는 강한 동질감이 생긴다. 전대미문의 재난 앞에 모든 것이 무력화될지라도 꼭 필요한 것은 힘을 합치는 연대다. 재난은 마블 히어로처럼 단 한 사람으로 해결하기 힘들다. 하물며 이들도 강한 상대는 ‘어벤저스’를 만들어 힘을 합쳐 싸우지 않나? <백두산>에서는 사람을 향한 믿음 그리고 같은 아버지라는 공감대가 만나 재난을 해결하려 한다.



분명 아쉬움이 남지만 <백두산>은 두 배우의 연기가 더해져 영화의 감동이 짙어진다. 적절한 신파는 영화의 감동과 여운, 메시지 전달에 필요하다. 한국 영화의 전형이 되어버린 신파는 다양한 관객층을 아우르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자 연말 특수를 노린 대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평점: ★★★☆

한 줄 평: 진한 부성애가 만들어 낸 두 아버지의 공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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