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혜령 Jan 03. 2020

뮤지컬을 보지 않은 순수 영화 관객이 본 <캣츠>

캣츠, Cats, 2019, 톰 후퍼



영화 <캣츠> 공개되자마자 수많은 혹평에도 불구하고 뮤지컬을 보지 않은 관객으로 꽤나 흥미롭게 관람했다. 무엇보다 뮤지컬을 보지 않았음에도 귀에 익숙한 ost뿐만 아니라, 발레가 주는 클래식함과 아름다움이 고양이의 움직임과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또한 무대라는 한계성을 뛰어넘어 도시와 다양한 실내를 오가는 화려함이 만족스러웠다. 확실히 볼거리 위주의 영화 매체긴 하지만 과한 CG와 부족한 스토리텔링은 CG에 올인하다가 각색을 놓친 듯하다.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생각나는 기묘한 인장이 큰 영화였다.



영화 <캣츠> 스틸컷



일 년에 한번 젤리클 축제 중 최고 고양이를 뽑아 고양이 천국에 보낸다는 뮤지컬 캣츠가 30여 년 만에 영화로 만들어졌다. T.S 엘리엇의 우화 시집으로 만들어진 뮤지컬이 바탕이다 보니 뚜렷한 서사 없이 이어지는 시적인 노래와 군무가 영화의 특성과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자기 존재감과 매력을 어필하는 다양한 고양이들의 소개가 계속되니 초반 분위기에 휩쓸리지 못한다면 끝까지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특히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언캐니 벨리(Uncanny vally, 인간이 아닌 존재를 볼 때, 느끼는 불편함)의 우려가 있었지만 기묘한 생김새가 어느 정도 눈에 익으면 위화감 없이 볼 수 있는 수준이었다.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캐릭터에서 보이는 불편한 골짜기는 3D 애니메이션 역사를 볼 때 <폴라 익스프레스>, <베오울프> 등 꾸준히 제기되었던 기술진보의 과정 중 하나다. 하지만 <캣츠>의 고양이 탈을 쓰거나 100% CG가 아닌, 고양이 분장과 의상을 입고 부분 CG를 입힌 형태는 사실 충격적이긴 했다.  VFX와 모션 캡처 기술력이 최정점에 있지만 어쩐지 낯선 분위기다.


영화 <캣츠> 스틸컷



오프닝부터 화려하다. 빅토리아 (프란체스카 헤이워드)는 영화를 이끌어나가는 화자이자 관객의 눈이 되어 구석구석을 탐험한다. 빅토리아는 인간에게 버려진 고양이로 무리에 섞이지 못하고 떠도는 그리자벨라(제니퍼 허드슨)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존재다. 서서히 무리에 적응하는 빅토리아는 신성한 존재인 듀터러노미(주디 덴치)의 선택을 받아 최고의 젤리클 고양이가 되기 위한 고양이들의 분투를 호기심을 가지고 지켜본다.


고양이를 사람처럼 의인화하고 고양이의 눈으로 보이기 때문에 배경과 소풍, 장소가 미니어처처럼 펼쳐진다. 고양이가 집안을 어지르는 이유가 무엇일까 인간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었다. 이는 고양이의 유희 행동이거나 인간에게 관심받고 싶은 행동이기도 하다. 먼저 다가가길 꺼리는 까칠한 성격이지만, 언제나 사랑받고 싶은 이중적인 마음이 고양이의 가장 큰 천성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영화 <캣츠> 스틸컷



그러나 <캣츠>는 영화와 뮤지컬의 차이점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영화는 뮤지컬처럼 무대 제약이 없어 다양한 배경으로 춤추고 노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장점조차 충분히 활용하지도 못했다. 퍼포먼스 위주로 펼쳐지는 고양이들의 무용담과 함께 오히려 다양한 배경의 장면 전환이 피로감을 유발하기도 한다. 매끄럽지 않는 CG가 생각보다 눈에 띄기 때문이었다.


또한 영화는 무엇보다 탄탄한 서사, 즉 흥미롭고 탄탄한 이야기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 매체인데 뮤지컬에서 영화라는 매체로 옮기면서 여러 부분을 간과한 것 같다. 이미 동명의 뮤지컬을 옮긴 <레미제라블>로 인정받은 ‘톰 후퍼’ 감독이었지만 화려한 퍼포먼스와 CG에만 힘을 준 흔적이 역력하다.



영화 <캣츠> 스틸컷


결과적으로 영화와 뮤지컬의 장단점이 여실히 드러나는 영화가 되었다. 4대 뮤지컬의 영화화에서 가장 화려한 뮤지컬이지만 가장 애를 먹이는 작품이기도 할 것이다. 이런 매체의 이해 없이 뛰어든 영화화는 최고의 CG 기술과 제작진, 무용수, 가수가 모였지만 관객 원성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아닐까?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아쉬움이 남지만 용서와 관용, 어울림이라는 기본 골자는 유지했기에 그들의 이야기에 끝까지 귀 기울일 수 있었다.



평점: ★★☆

한 줄 평: 예방주사 맞은 탓에 괜찮았는데..







매거진의 이전글 <천문: 하늘에 묻는다> 별을 보면 나눈 우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