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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Jan 04. 2020

<파바로티> 오페라의 황제가 아닌 인간 파바로티 일생

파바로티, Pavarotti, 2019, 론 하워드



세계 3대 테너이자 하이 C가 가능한 제왕, 그를 칭하는 어떤 수식어로도 부족한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첫 번째 다큐멘터리다. ‘론 하워드’감독은 지극히 사적인 파바로티를 담기로 했다. 천상의 목소리와 인간적인 미소, 전 세계 사람들의 친구가 되고 싶었던 파바로티의 인성과 주변 사람들의 생생한 인터뷰가 처음으로 공개된다. 미디어에서 만들어진 파바로티가 아닌 한 사람이었던 파바로티를 만나볼 수 있다.



신의 목소리, 그러나 인간적인 테너 

영화 <파바로티> 스틸컷


파바로티는 이탈리아 모데나에서 태어났다. 6년 만에 태어난 아들이었다. 음악적 기질은 제빵사이자 테너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고, 어머니 덕에 가수의 꿈을 키운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그는 1961년 이탈리아 레조 에밀리아의 아킬레 피레 국제 콩쿠르 우승으로 데뷔한다.


운도 그 사람의 재능이라 했던가. 영국 코벤트 가든에서 공연하기로 한 테너 ‘주세페 디 스테파노’의 개인 사정으로 대신 무대에 서며 세계적인 테너로 발돋움한다. 역량 있는 매니저와 기획자를 만나 우리가 아는 파바로티가 만들어진다. 그 후 수많은 오페라의 역할을 맡으며 승승장구한다.


하지만 파바로티는 내 마음은 죽어갈지언정 사람들 앞에선 웃는 얼굴로 노래하는 광대가 되어야 했다. 프로다운 모습과 거대한 체구에 가려진 연약한 파바로티를 론 하워드 감독은 발굴하기 이른다.



영화 <파바로티> 스틸컷



어릴 때 아팠고 이겨냈던 경험은 뭐든 도전하게 만드는 강인함의 원동력이 되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지만 구부러진 못을 넣고 다닐 정도로 미신을 믿기도 했다. 수많은 관중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를 가졌지만 늘 무대에 오르기 전 유난히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손은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쥐게 된 하얀 손수건은 시그니처가 되었다.


무남독녀 집안에서 태어난 탓에 여성들과 친화력이 컸고, 항상 개구쟁이처럼 장난과 위트를 즐길 줄 아는 호남이다. 이러한 친절한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했고 나아가 세계 소외된 사람들에게까지 손길을 펼쳤다.


파바로티와 함께 한 사람들 

영화 <파바로티> 스틸컷


故 다이애나 왕세자비와의 우정, 슈퍼스타들과의 협업 콘서트인 ‘파바로티와 친구들’, 마지막으로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로 불린 ‘쓰리테너 콘서트’는 영화의 주요 포인트다.


특히 호세 카레라스의 병환으로 기획된 쓰리테너 콘서트는 잊을 수 없는 감동으로 기록된 공연이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전야제에 오페라와 팝을 결합한 공연은 라이브 공연 당시 13억 명의 시청자가 관람하고 1,100만 장이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다. 그 후 쓰리테너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 2002년 한일 월드컵에 기념 공연을 했으며 2006년 독일 월드컵도 함께 하자 했으나 췌장암이 발병해 이루지 못했다. 아쉽게도 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 올림픽 개막식 무대를 끝으로 공식적인 활동을 마쳤다.


공연하는 곳에는 항상 사람들이 북적였고 요리하길 좋아해 공연이 끝나면 음식을 만들어 함께 먹었다. 전혀 다른 장르와의 크로스오버도 마다하지 않았다. 파바로티와의 인연을 회상하는 그룹 U2의 보노의 존경 어린 인터뷰는 얼마나 재치 있는 사람인지를 가늠하게 한다.


영화 <파바로티> 스틸컷


‘인간으로서 파바로티는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에 “100년 후 오페라를 친근하게 만든 사람”으로 기억되길 원했다. 명성이나 돈보다는 선한 영향력의 가치를 믿었다. 사람들과 어울리길 유독 즐겨 71세의 삶을 마감하기까지 많은 사람을 만나며 에너지를 주고받았다. 자신의 능력치를 음악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한 영향력은 나 또한 미소 짓게 했다.


영화 <파바로티>는 파바로티를 기억하는 가족, 연인, 공연기획자, 가수 등의 인터뷰와 미공개 영상으로 만들어졌다. 오페라의 3막 구조를 빌려 파바로티의 경이로운 일생을 담았다. <뷰티풀 마인드>, <다빈치 코드>, <천사와 악마>의 론 하워드 감독은 <파바로티>를 통해 음악 다큐 트릴로지를 완성했다. <제이-지: 메이드 인 아메리카>, <비틀스: 에잇 데이즈 어 위크- 투어링 이어즈>에 이어 루치아노 파바로티를 스크린에 소환했다.


무엇보다 영화관에서 음악을 듣다가 소름 돋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그만큼 영화는 극장에서 경험하는 또 다른 형태의 콘서트가 되기도 한다.




평점: ★★★☆

한 줄 평: 영화관이 콘서트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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