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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Jan 11. 2020

<차일드 인 타임> 시적인 섬세함을 가진 영화

가만히 일상을 톺아보다

차일드 인 타임, The Child in Time, 2017, 줄리언 파리노


영화 <차일드 인 타임>은 이언 매큐언의 소설을 영화화했다. 1987년 작품으로 이언 매큐언의 초기 작품이지만 우리나라에는 오는 1월 정식 출간된다. 그동안 이언 매큐언은 명실상부 살아있는 거장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어톤먼트》, 《체실 비치에서》, 《칠드런 액트》까지 연이은 영화화 소식으로 출판과 영화계 모두를 즐겁게 했다. 


초기작《더 차일드 인 타임》은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제작자로 직접 참여해 눈길을 끈다. 천재 연기 전문 배우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이번에는 아이를 잃어버린 평범한 아버지를 연기했다. 어떤 역할이라도 특별하게 소화하는 재능을 자재하고 조용히 슬픔을 삼키며 인내하는 내면의 연기를 소화했다. 우리가 그동안 보아온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아닌 다른 면을 만나볼 수 있다.



영화 <차일드 인 타임> 스틸컷


유명 동화 작가지만 내색하지 않고 살아가는 스티븐(베네딕트 컴버배치)는 딸아이 케이트와 장을 보러 갔다가 헤어지게 된다. 잠깐 사이에 케이트가 사라진 것. 그때부터 딸의 부재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던 부부의 사이를 어색하게 갈라놓는다. 한편, 술에 절어 하루를 보내는 남편과 시간을 갖기로 한 줄리(켈리 맥도날드)는 시골마을로 내려가 있는 상태다.


아이의 실종이 자기 탓인 것 만 같은 스티븐은 시간이 멈추어 버린 것 같은 고통 속에서도 애써 일상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아내는 떠났고, 의지하던 친구들도 은퇴 후 삶을 살기 위해 낙향했다. 홀로 이 모든 것을 감내해야만 한다.



영화 <차일드 인 타임> 스틸컷


영화 <차일드 인 타임>은 아이들의 시간이 따로 존재한다는 말을 실감케 한다. 영화는 한 사람의 시점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등장인물의 시점으로 전개되며, 사건에 집중하기보다 인물들의 내면 변화를 깊이 있게 관찰하고 있다. 충격적인 상흔을 겪은 부부가 오랜 시간 공들여 쌓아 올리는 회복의 과정을 함께하며 진정한 사랑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이를 위해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실제 자신의 의상을 스티븐의 의상으로 선택하는 자연스러움을 택했다. 아이를 잃어버린 고요한 슬픔에 빠지거나 시끄럽고 번잡함 속으로 자신을 던져버리는 스티븐과 불행을 떠안고 혼자 감내하고자 했던 아내 줄리의 입장은 상반되지만 하나의 접점을 향해 달린다. 어딘가에 있을 거라는 믿음이 만들어 낸 작은 기적은 부모와 자식간의 미세한 끈을 확인하게 한다.


아이들의 시간은 어른들의 시간과 다르게 흘러간다고 한다. 어른이 되면 상상력은 단절되고 현재라는 하나의 시간만 흘러가게 된다. 하지만 아이의 시간은 개념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에 과거나 미래의 시간까지 끌어들여 쓰는 재주를 발휘한다. 천천히 흐르는 아이의 시간을 어른의 잣대를 들이대면 망쳐버릴지 모르기 때문에 긴 인내심을 발휘해야 하기도 한다.


이러한 시간의 이어짐은 영화의 가장 큰 테마라 할 수 있다. 지금 만나지 못한다고 해서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며 그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이상, 언젠가는 다시 만난다는 메시지를 호소하고 있다.


영화 <차일드 인 타임> 스틸컷


진짜 말하고 싶은 것을 아껴두는 어른의 전유물이 아니다. 어른스러움을 강요받은 어른들도 사실 아이이고 싶다. 아이였을 때는 하고 싶고 갖고 싶은 마음을 그대로 말했다. 하지만 성장하며 마음의 소리를 잃어버렸다. 순수함, 아이스러움을 다시 되찾고 싶은 사람들 위한 영화가 바로 <차일드 인 타임>이다. 때문에 스티븐이 쓴 동화 ‘물고기가 된 소년’의 이야기가 궁금한 이유다.


사실 원작을 읽어보지 않고서는 베길 수 없는 영화다. 많은 부분이 시적인 메타포를 형성하고 있어 쉽게 감정을 이입할 수 없게 한다. 특히 스티븐의 친구인 찰스(스티븐 캠벨)의 이야기가 더 듣고 싶다. 원작을 함께 읽어본다면 캐릭터들의 감정선을 느끼기에 충분할 것 같다.




평점: ★★★

한 줄 평:  원작을 꼭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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