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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Jan 10. 2020

<울지마 톤즈 2: 슈크란 바바> 종교를 초월한 영화

故 이태석 신부가 세상에 남긴 희망의 씨앗

울지마 톤즈2 : 슈크란 바바, 2019, 강성옥



<울지마 톤즈 2: 슈크란 바바>는 2010년 개봉한 <울지마 톤즈>에 미처 담지 못한 미공개 영상과 인터뷰를 담은 두 번째 영화다. <울지마 톤즈>는 개봉 당시 국내 종교 다큐멘터리 역대 흥행 1위, 전체 다큐멘터리 역해 흥행 5위를 이루며 종교를 넘어 다양한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올해는 故 이태석 신부의 선종 10주기로 어두운 곳에 빛을 비추어 주었던 이태석 신부의 가르침으로 신년을 시작하게 되었다.


영화는 2001년 이태석 신부의 사제 서품식으로 시작한다. 경건하면서도 설레는 얼굴, 조금은 긴장한 모습의 이태석 신부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투병 중에도 늘 웃음을 잃지 않았던 모습은 종교를 떠나 모두를 숙연하게 만든다. 이태석 신부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온화한 미소는 보는 사람까지 행복해지는 중독성을 갖는다.


이태석 신부는 부산에서도 피난민들이 모여 사는 산동네 남부민동에서 10남매 중 아홉째로 태어났다. 그는 “넉넉지 않은 살림살이였지만 즐거웠고, 동네 성당에서 풍금을 치는 것을 큰 기쁨으로 여겼다”라고 회상한다. 모든 일에 긍정적으로 임하는 자세는 많은 것을 가졌음에도 늘 불평불만을 입에 달고 사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화 <울지마 톤즈2: 슈크란 바바> 스틸컷


그렇게 소년은 의대에 진학하고 졸업 후 의사가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이태석 신부는 어머니의 바람을 저버리고 늦은 나이에 신학공부를 시작해 신부가 된다. 게다가 아프리카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수단의 남쪽 마을 톤즈로 향한다.


톤즈에서 이태석 신부는 가장 먼저 의술을 펼친다. 전쟁과 가난은 수단 사람들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녔고, 상처와 공포가 일상화된 곳이다. 만약 공격을 받으면 상대방은 물론 가족, 친척, 부족의 일원에게라도 보복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아무 잘못 없이 총상을 입고 온 사람들을 치료하며 이태석 신부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할지 매일 밤 좌절했다.


하지만 곧 이해되지 않는 일을 이해하는 데 시간을 할애하는 대신 환자 한 사람을 더 돌보기로 했다. 수 십 킬로미터를 찾아오는 환자 한 사람을 더 진료하기 위해 잠을 줄였고, 멀어서 찾아오지 못하는 환자는 왕진을 가기도 했다. 자신의 앞에 길이 보이지 않으면 길을 만들어서라도 환자를 찾아갔다. 가능한 더 많이 둘러보고 싶었으며 중에서도 가장 손길이 닿지 않는 한센인들에 게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타인을 사랑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사랑받도록 힘쓰라’라는 요한 보스코 신부의 말씀처럼 그들과 함께 함으로써 오히려 행복을 얻게 된다.


이곳 사람들은 아파도 자연히 낳으면 좋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운명이려니 받아들인다. 참 안타까웠다. 조금만 약을 쓰고 정성을 쏟아주면 낫는 병도 키우다가 때를 놓치기 때문이다. 팔다리는 가는데 배만 부푼 아이들은 영양실조 탓이지만 하루에 수수죽 한 그릇 먹기 어렵다. 그런 아이 부모에게 삼시 세끼 잘 먹이라는 당연한 말로 사치처럼 들리니 말이다. 오늘 내가 욕심부려 담은 접시에 다 먹지 못해 버리는 음식을 생각하면서 반성했다. 나는 얼마나 사치를 부린걸까.


영화 <울지마 톤즈:2 슈크란 바바>


이태석 신부는 열악하고 가난한 땅에서 오히려 자신이 행복의 가치를 깨달았다고 겸손히 말한다. 행복을 부와 건강이라고 생각하면 톤즈 사람들은 절망뿐일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결고 절망하지 않고 삶은 신이 준 선물이라 여기고 소중히 한다.


행복은 상대적인 것이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거라 느끼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갖고 있다고 해서 결코 행복하지 않다. 가진 것을 지키느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악다구니를 쓰는 모습을 떠올려보자. 반면 오히려 톤즈 사람들은 가진 것은 없지만 작은 것에 기뻐하고 감사할 줄 알기에 어려운 상황에서도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영화 <울지마 톤즈:2 슈크란 바바>


신의 사제였던 이태석 신부는 살아생전 의사, 선생님, 건축가, 지휘자로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필요하면 무엇이든 스스로 공부하고 만드는 사람이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톤즈의 건물 지붕에 태양열 집열기를 설치하고 톤즈의 밤을 밝혔으며, 톤즈에서 세운 병원이 자리를 잡자 톤즈의 미래는 아이들이라며 학교를 세우기도 했다.


또한 음악으로 전쟁과 가난으로 상처받은 아이들을 치유하고자 했던 이태석 신부는 35인조 브라스밴드를 창단해 음악을 가르쳤다. ‘슈크란 바바’는 ‘하느님 감사합니다’라는 뜻으로 이태석 신부가 만든 노래의 제목이기도 하다.


필자는 종교가 없지만 소외된 사람들을 향한 이태석 신부의 울림을 고스란히 전달받아 행복했다. 추운 겨울 우리 주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것만으로도  당신의 행복은 배가 될 수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마지막까지 남겨진 사람들을 위한 그의 유언은 ‘Everything is good'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잊고 있던 행복한 시간뿐만 아니라 삶의 의미 또한 찾아보길 바란다.


한편, 이태석 신부 선종 10주기를 맞아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울지마 톤즈2: 슈크란 바바> 개봉뿐만 아니라 추모 미사, 이태석 기념관 개관, 심포지엄, 전기 출간 등 뜻깊은 행보를 이어간다.  한편, 1월 14일은 이태석 신부 기일이다.



평점: ★★★

스틸컷: 오늘 하루, 작은 것을 나누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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