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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Sep 13. 2018

<물괴> 신선한 소재 X 전형적인 캐릭터= 아쉬운 예

© 물괴 / 허종호


한국 영화에서 '크리처'를 보아온 지가 꽤 오래되었습니다. <7광구>, <괴물>, <미스터 고>, <옥자> 등으로 이어지는 계보 속에서 유난히 튀는 행보의 영화 <물괴>. 조선 중종 때 실록에 기록된 물괴에 대한 묘사 몇 줄을 차용해 만들어낸 조선 크리처 무비인데요. 최초로 조선시대를 무대로 했기 때문에 기대 반 우려반이었습니다.




© 물괴


시기는 중종 22년 연산군의 폐위 뒤 허수아비 왕이라는 비난을 받으면 흉흉한 민심 속에 '사물 물(物), 괴이할 괴(怪)'라 불리는 존재 또한 유령처럼 조선을 떠돕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역병까지 돌아 순식간에 한양은 아수라가 되었는데요. 사실 물괴는  중종을 무너트리기 위한 영의정(이경영)과 관료들의 계략에서 시작된 '카더라 통신'이었습니다. 이를 의심한 중종(박희순)은 수색대장(김명민)을 파견해 진상을 알아보라 명하죠. 이렇게 결성된 물괴 수색대는 인왕산 여정을 떠납니다.




생기기는 삽살개 같고 크기는 망아지 같은 것이 취라치 방에서 나와생기기는 삽살개 같고 크기는 망아지 같은 것이 취라치 방에서 나와 서명문을 향해 달아났다. 서소위 부장의 보고에도 ‘군사들이 또한 그것을 보았는데, 충찬위청 모퉁이에서 큰 소리를 내며 서소위를 향하여 달려왔으므로 모두들 놀라 고함을 질렀다. 취라치 방에는 비린내가 풍기고 있었다



© 물괴  


이 몇 줄을 기반으로 한 오로지 상상력으로 만들어 낸 이야기와 물괴를 잡기 위한 어드벤처 적 액션이 가미된 퓨전사극이라 할 수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왜 <캐리비안의 해적>같은 작품을 만들기 힘든가 모르겠습니다.

첫째, 우리나라 CG 기술은 생각보다 뒤처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중종실록에 기록된 형상대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크리처의 모습에 한계가 있었던 것 같은데요. 해태 같기도 하고, 고릴라 같기도 한 게 딱히 눈에 들어오지는 않습니다.





© 물괴



둘째, 내놓으라 하는 배우들을 데리고 와서 대체 무슨 일을 벌인 건지 모르겠습니다. 김명민, 김인권, 최우식, 박성웅, 박휘순, 이경영이 있어도 따로 노는 듯한 서걱거림이 느껴지는데요. 그 정점은 아이돌 출신 연기자 이혜리에 있을 것 같습니다. 종종 한국 영화에서 아이돌을 쓰는 게 일종의 규칙처럼 보이는데요. <물괴> 또한 어김없이 등장한 아이돌 출신 배우가 더 큰 화를 불러오는 건 아닌지 모르겠군요.




© 물괴



셋째, 독특한 소재로 탄탄한 시나리오를 잘 만나야 한다고 봅니다. 시도는 좋았지만, 전형적인 캐릭터가 진부한 인상을 줄 수밖에 없는데요. 지루함만 커지고 결말 또한 쉽게 연상되는 탓에 큰 흥미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할리우드에서 차용하는 전형적인 영웅액션장르를 조선으로 옮겨왔으니, 국적불명, 정체불명의 괴작이 탄생한 건 아닌지 생각합니다. 



© 물괴




마지막으로 물괴의 거처는 <괴물>을, 혜리의 캐릭터는 한국 영화에서 각인된 하지원의 잔상이, 김인권과 김명민의 콤비는 <조선 명탐정>의 한을 푸는 듯한 냄새가 났으니까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설정과 캐릭터.  사실상 오프닝에 나타난 '태원엔터테인먼트'로고를 보고 진작 나갔어야 했다는 후회가 밀려오는 105분이었습니다.


평점 : ★★

한 줄 평 : 성난 민심(국민)이 횃불(촛불) 들고 광화문(광화문 광장)으로 모이면 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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