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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Sep 18. 2018

<죄 많은 소녀> 올해의 발견,  올해의 배우!

© 죄 많은 소녀 / 김의석


아직도 가시지 않은 무게와 분위기가 쉬이 가라앉지 않은 영화가 있습니다. 영화 <죄 많은 소녀>는 그 어떤 수식어로도 표현할 수 없는 내면의 거울 같은데요. 같은 반 친구 '경민(전소니)'의 실종을 둘러싼 내부와 외부의 입장 차이가 시시각각 변화는 모습을 보며. 한국 사회의 뿌리 깊게 박힌 정서, 인간 본성, 집단의 공포, 죄의 정의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영화 <죄 많은 소녀>는 10대들의 집단 속에서 찾을 수 있는 대한민국의 서늘한 단면을 포착합니다. 사라진 딸을 찾아야 하는 엄마(서영화)와 진실을 밝혀야 하는 형사(유재명), 무죄를 증명해야 영희(전여빈), 친구의 죽음을 숨겨야 하는 한솔(고원희), 빨리 사건을 해결하고 싶은 담임(서연우)까지 잘 짜인 이야기 속  한계에 도전합니다.

연출과 시나리오를 맡은 김의석 감독은 어린 시절 친구를 떠나보낸 감정에 이입한 시나리오라며,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마음으로 써내려 갔다고 말했습니다. 가히 세밀한 각본이라 할만한데요. 사라진 소녀의 마음을 이해하고,  무죄가 유죄가 된  소녀의 심정을 파헤쳐야 하는 관객 피로도는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소녀의 실종에 관련된 어떤 답도 명확하게 할 수 없음을 알게 되죠. 어둡고 스산한 기운, 금방이라도 타버릴 것 같은 건조한 공기, 숨 쉬는 것조차 버거운 기분이 드는 영화는 '삶과 죽음'의 양면성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공허한 마음이 커질수록 자살 충동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10대의 예민한 마음을 잘 포착한 영화입니다. 죄는 또 다른 죄를 만들어 내고, 집단 광기는 주홍 글씨를 새길 또 다른 먹잇감을 찾기 바쁩니다. 결국 자신의 억울함을 스스로 증명하려 한 영희는 아예 입을 다물어 버립니다.  종종 우리 사회에서 반복되는 실수를 꼬집는 자조적인 실소처럼 보입니다.


오프닝의 수화를 일부러 해석하지 않은 이유를 결말부의 장면으로 유추할 수 있습니다. 죄는 이토록 전염성이 강하고 계속해서 퍼집니다. 납득할 수 없는 일에 반드시 희생자를 찾아야만 하는 인간의 본성같기도 합니다.






그날 밤, 영희와 경민이  지나던 곳을 혼자서 걸어가는 영희의 뒷모습이 유독 쓸쓸하고 공허해 보였습니다. 과연 영희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요? 그날 밤의 진실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영화는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며, 쉽게 답을 내놓지 않습니다. 소녀의 완성되지 않은 죽음을 관객 스스로가 만들어가야만 할  것 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독보적인 아우라를 내뿜는 무서운 신예 전여빈 배우와 그녀를 둘러싼 배우들의 연기가 압도적인 작품입니다. 말마따나 올해의 한국 영화, 올해의 발견이란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영화더군요. 참고로 음악감독은 선우정아가 맡았으며 소녀들이 찾아간 클럽에서 공연하는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평점: ★★★★★

한 줄 평: 올해의 발견,  올해의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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