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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Feb 23. 2020

<기도하는 남자> 돈이 필요한 목사라면?

행동할 것인가 기도할 것인가

기도하는 남자, Pray, 2018, 강동헌

영화 <기도하는 남자>는 신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린 남자의 이야기다.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우리 삶에서 시험에 들게 하는 일들을 향한 자조 섞인 이야기다. 신도 네 다섯 명을 넘나드는 개척교회 목사 태욱(박혁권)은 대리운전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대체 언제 끝날지 모르는 경제난에 찌들 대로 찌들어 있는 두 딸의 아빠기도 하다. 설상가상으로 아내 정인(류현경)은 장모(남기애)의 간 이식 수술비 5천만 원 이야기를 꺼내고 두 사람은 돈 5천을 빌리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하기에 이른다.


아무리 일을 열심히 한다 한 들 두 사람이 벌어 모을 수 있는 돈은 한계가 있고 빌릴 수 있는 지인도 한계에 다다랐다. 부부는 각자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돈을 모으고자 하지만 열악한 환경을 그들을 더욱 옥죄어 오기만 한다.


한 편 태욱은 우연히 후배의 외도를 목격한 후 이를 빌미로 돈을 빌리려는 계획을 세운다. 돈 앞에 목사라는 직업은 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또 한 정인은 친구에게 소개받은 대학 동창으로부터 위험한 제안을 받기도 한다. 두 사람은 속세에서 신보다도 우위에 돈에 쫓겨 인간성이 무너지는 참극을 겪는다. 과연 이들에게 남은 인생은 어디까지 일까? 신에 대한 믿음과 돈에 대한 절박함이 상충하는 처절한 갈등은 평범한 우리들의 모습과도 다르지 않다.

영화 <기도하는 남자> 스틸컷


이 남자는 힘들 때마다 기도로 고난을 이기고자 했다. 시련과 고통이 기도를 듣는 신의 응답이라 믿었다. 하지만 일이 잘 풀리지 않자 신을 향한 분노를 드러낸다. 이렇게까지 견뎠는데 그다음은 뭔지 묻는다. 신은 속 시원히 말해주지 않는다. 때문에 태욱은 겉잡을 수 없는 폭주를 시작하고 급기야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야 만다.


결국 태욱은 폭발하기에 이른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고, 열심히 기도하며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았는데 신이 나에게 준 것은 대체 무엇인가. 신은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고통을 준다고 하지 않나. 태욱은 임계치를 지나도 훨씬 지난 것 같다. 가난한 종교인은 교회를 세습하는 부자 목사에게 멸시를 받고, 돈이면 다 되는 세상에서 돈 없는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종교인으로서 지켜야 할 모범과 윤리를 이미 무너진지 오래다. 성경의 내용과 신을 향한 믿음은 점자 깨지고 있다. 수치심과 모욕감 보다 더 강한 것은 바로 ‘돈’이었다. 믿음도 돈이 있어야 가능한 세상이다. 돈 앞에서 믿음을 공고히 할 수 있는 자는 많지 않다.


영화 <기도하는 남자> 스틸컷

정인 또한 괴롭다. 대학시절 자신을 좋아했던 남자의 성공 소식과 더불어 그 남자에게 돈을 꾸어야 하는 절박함이 상충한다. 엄마의 수술비 5천만 원 때문에 돌이길 수 없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기도 하다. 하지만 면죄부 아닌 면죄부를 받는 인물 또한 정인이다. 삶은 언제나 의도하지 않는 방향으로 흐르는 비선택과 우연의 연속임을 보여준다.


기도란 자신의 욕망을 가장 잘 표현하는 것이다. 신을 믿던 믿지 않던 누구나 간절한 순간에 기도를 통해 신에게 맹세한다. 하지만 신이 아닌 인간은 현실과 이상의 딜레마에서 늘 잘 못된 선택을 하고 자기모멸감에 빠진다.


영화 <기도하는 남자> 스틸컷

영화 <기도하는 남자>는 제목에서 풍기는 종교적인 색채가 드러나지 않는다. 굳이 개척교회 목사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이입 가능한 이야기는 두 배우의 열연으로 빛난다. 때문에 종교가 없어도 충분히 이해 가능한 이야기다. 종교를 영화를 위한 장치일 뿐 공감대 높은 현실적 이야기가 오히려 심리 드라마의 틀을 유지한다. 믿음을 전해야 하는 목사가 처한 상황은 그도 돈 앞에 똑같은 연약한 인간임을 깨닫는다.


신념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희생과 이에 따른 양가적인 감정은 삶 속에서 언제나 찾아온다. 이 위기 앞에 어떤 방법으로 헤쳐 나갈지는 관객 스스로 판단하길 유도한다. 온종일 기도만 하고 있을지 밖으로 나가 행동할지 오로지 당신의 선택에 달렸다.





평점: ★★★

한 줄 평: 종교 영화가 아닌게 장점이자 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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