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혜령 Feb 27. 2020

<하트> 내 마음에 방점을 찍다, 정가영 감독 신작

정가영 감독이  또 일냈다. 여자 홍상수란 별명으로 성(性)과 연애, 욕망을 거침없이 내 뱉은 신작<하트> 때문이다. 항상 그렇듯이 연애담이 주제이며 감독만의 견고한 궤변에 동의하게되는 마법에 빠질 수 있다. 


숨김없이 솔직한 방식은 여전


자본주의 인간은 모두 거짓말을 하고 사는데, 자신은 솔직하고 싶다며 뭐든 숨기지 않을 것을 당당히 밝힌다. 욕망과 욕정은 엄연히 날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여전히 정가영은 영화를 통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감독이다. 그 방법은 재기 발랄하며 방식의 변화를 주기도 했다


영화 <하트> 스틸컷

이번에도 자기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려는 감독이 주인공이다. 비슷한 패턴에 약간의 양념을 가미했다. 과연 시나리오를 토대로 만든 영화인지, 자기의 연애 경험인지 알 수 없는 액자식 구성은 물론이다. 상대방의 속마음을 대변한 마음의 소리가 갑자기 튀어나온다. 아슬아슬 수위를 넘나들기도 한다. 유부남과의 불륜에 죄책감을 느끼는 가영이 또 다른 유부남과의 잠자리로 해갈하는 방식은 썸남의 영역을 확장한다. 


가영(정가영)은 유부남인 성범(이석형)과 만나던 사이다. 최근 새로운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는데 그 사람도 유부남이다.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유부남에게 유부남을 상담하는 우스운 꼴이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그와 더 사이가 깊어 질까 봐 걱정된다며 성범을 찾아온 것이다. 성범은 늘 제멋대로 행동하는 가영의 횡포가 기분 나쁘지만 싫지만은 않다. 가영에게 좋아하는 마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욕망에 충실한 인간의 자기비판


그 후 다른 영화가 시작되듯 배우 ‘재섭’과의 만남으로 이어진다. 이 장면부터는 배우에게 시나리오를 보여주는 가영의 진짜 모습이 등장한다. 지금까지는 영화 속 영화였다. 조금 혼란스러울지 모르지만 정가영 감독의 영화를 본 적 있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모르겠지만 감독의 실제 경험담일지 모른다는 은근한 상상을 하게 된다. 연애, 구애, 거절, 지질함, 미련 등 연애에 관한 모든 것이 영화에 녹아들어있다. 그 상상은 곧 재섭(최태환)의 솔직한 답변으로 들어볼 수 있다. 뒷덜미가 뜨거워지는 돌직구다.

영화 <하트> 스틸컷


재섭은 이 영화 출연자로 어떠냐는 가영의 요구에 망설이다 대답한다. 굳이 이런 이야기를 만드는 의미가 있냐고 되묻는다. 가영은 당황한다. 이런 영화를 만드는 의미도 모르겠고, 이 영화를 본 유부남의 기분은 생각해 봤냐는 거다. 사적인 부분을 공적인 영역으로 끌어들였을 때 가해지는 폭력이란 생각은 해보지 않았냐는 일침이다. 가영은 생전 처음 받아오는 비판에 살짝 당황한다. 그리고 장소를 옮겨와 재섭을 설득하기에 나선다. 과연 가영은 재섭을 캐스팅할 수 있을까?


이는 성범과의 대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인간은 게임과 모험을 좋아하는 동물이다. 게임과 모험을 영위하는 인생과 아닌 인생은 판이하게 다르다고 말한다. 이게 바로 밤늦게 유부남을 찾아와 유부남과의 불륜을 상담하는 가영의 발칙함이다. 가영은 사랑을 매개로 밀고 당기기는 게임을 하고 있는 중이다. 과연 유부남인 성범을 유혹하려는 게임인지, 사랑에 빠졌다는 또 다른 유부남을 향한 연정인지 헷갈린다.

이게 정가영 감독만의 소통방식


영화 <하트>는 그동안 농밀하고 지극히 사적인 대사로 탁구 치듯 휘몰아치는 정가영 감독의 매력을 확인하는 영화다. 인간의 정복 욕구, 호기심이 주축을 이루는 ‘사랑’을 주제로 한다. 대상이 썸남에서 유부남으로 바뀐 이유는 요즘 트렌드를 반영했다 말한다. 이게 정 감독이 세상과 소통하고, 영화를 만들어 성장하는 소통 방식인 셈이다. 정 감독이 늘어놓은 여러 담론들은 솔직하지 못한 우리 삶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영화 <하트> 스틸컷


속마음을 참지 않고 그대로 발설하고, 누구도 꺼내지 못한 주제를 공론화하는 일은 정 감독 특유의 재능이다. 그가 다른 사람과 생각을 나누는 방법 중의 하나인 것이다. 오해와 소통의 부재를 느꼈다면 대화를 통해 한걸음 다가가는 건 어떨까? 스마트폰과 온라인에서 좋아요만 누르는 편리함보다, 심장 뛰는 행복은 의외로 어렵지 않음을 말하고 있다.



평점: ★★☆

한 줄 평: 또다른 자기복제인가.



매거진의 이전글 <기도하는 남자> 돈이 필요한 목사라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