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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Mar 22. 2020

<세인트 아가타> 귀신보다 더 무서운 사람 공포

최근 메리(사브리나 컨)는 임신한 채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아버지의 폭력과 동생의 죽음으로 갈 곳 없어진 상황 무료급식소에서 수녀가 내민 명함을 받게 된다. 수녀원은 경제적으로 자립이 어려운 미혼모를 돌봐주고 있는 쉼터였는데 메리에게도 손길을 내민 것. 선택지가 없는 메리는 수녀원으로 향하게 되고 절대 나갈 수 없는 곳에 자기발로 들어오게 된다. 


수녀원은 남 눈치 볼 것 없고 원장 수녀가 만든 규율만 잘 지키면 아무 문제 없는 곳이었다. 다만 쓸데없는 말은 삼가라는 침묵 서약이 문제이긴 했다. 쉼터에는 이미 몇몇의 임산부들이 있었는데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하고 하루 종일 책을 보는 등 대체로 잘 지내는 듯했다. 하지만 고요한 수녀원의 비밀은 오래가지 못했다. 

영화 <세인트 아가타> 스틸컷

고립된 처음부터 음산하기 짝이 없었다. 메리에게 원장 수녀는 지금까지 바라왔던 모습이라며 성모 마리아와 같은 이름이니 행실을 조심하고 경건한 삶을 살아가라 말한다. 산모에게 좋은 약이라며 주는 약을 먹고는 몇 시간씩 기억이 사라진다. 가끔씩 이상한 소리가 나는 것은 물론 위층의 틈 사이로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직감적으로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음을 느끼지만 갈 곳 없는 처지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하지만 한 번 시작한 호기심은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게 되고 생각지도 못한 행동으로 사라가 위험에 처하게 되자 메리는 망연자실하게 된다.


어딘지 이상한 수녀원은 교황청에서 지원이 끊겨 개인 후원을 받아 운영하는 비밀스러운 장소다. 그들이 약점을 교활하게 잡아 어디로도 도망갈 수 없도록 옭아맨다. 가학적인 행위는 물론 잔인하며 수치스러운 일들을 산모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자행한다. 너희들은 아기를 잉태한 성스러운 존재가 아니며 엄마 자격이 없는 무능한 여성일 뿐이라며 세뇌시킨다. 과연 이곳은 수녀원이 맞기나 할까?

영화 <세인트 아가타> 스틸컷

이런 연출의 바탕에는 <쏘우> 시리즈를 연출한 대런 린 보우즈만 감독이 있었다. 집요한 신체절단과 바로 옆에 있는 듯한 음향 효과가 공포감을 조성한다. <쏘우> 시리즈가 택했던 방식 즉, 게임에서 이기지 못하면 그대로 잔인한 형벌로 고통받는다는 스타일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마치 방 탈출 게임처럼 수녀원을 탈출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해 실패를 거듭한 끝에 나가야만 하는 미션처럼 전개된다. 


다만 초반부 분위기면에서 정통 호러를 생각했던 관객이라면 중반부터 갑자기 급변하는 고어 장르가 불편할 수 있겠다. 후반부로 갈수록 더 잔인하고 폭력적으로 약자를 괴롭히는지를 보여주기 식으로만 치부한 건 아닌지 아쉽다.

영화 <세인트 아가타> 스틸컷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장 수녀 역할을 맡은 캐롤린 헤네시의 캐릭터가 이 영화를 살렸다. 광기에 휩싸인 원장 수녀는 미혼모를 이용해 충격적인 일들 벌이고 있었다. 때로는 따뜻하고 살뜰하게 임산부들을 챙기는 듯 보여도 수틀리면 매몰차게 등 돌리는 이중적인 모습이 섬뜩함을 자아낸다. 원장 수녀의 심복인 폴라(트린 밀러)도 속내를 알 수 없어 서스펜스가 커진다.


1950년대를 배경으로 엄격한 규율로 움직이는 외딴 수녀원의 비밀은 무섭기보다는 안타깝고 끔찍스러움에 가깝다. 사회에서 소외받은 미혼모들에게 거처를 마련해 준다는 말은 허울 좋은 구실에 불과했다. 덫에 걸려들 수밖에 없는 절박한 소외계층을 이용한 범죄의 잔혹성을 목도하게 된다. 영화는 귀신보다 더 무서운 인간의 탐욕이 또 다른 희생양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자세히 할 수 있다.




평점: ★★

한 줄 평: 너~어무 예상가능한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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