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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Jun 12. 2020

<에어로너츠> 무모한 도전이 만든 위대한 실화

인류는 오랜 시간 동안 새를 동경해 왔다. 라이트 형제보다 앞서 비행을 꿈꾼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새가 나는 모습을 연구하며 하늘을 나는 기구를 설계했다.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하늘, 지구 밖 우주를 동경하는 것은 당연한 논리다. 최근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쏘아 올린 첫 민간 유인 우주선 '스페이스 X'를 통해서도 증명되고 있다. 미지의 영역을 탐구하려는 인간의 호기심은 곧 인류 발전의 역사와 같기 때문이다.


다시 만난 케미와 열연

영화 <에어로너츠> 스털킷

영화 <에어로너츠>는 이론은 완벽하지만 비행은 처음인 제임스(에디 레드메인)와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은 열기구 조종사 아멜리아(펠리시티 존스)가 만나 일생일대의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다. 지금의 일기예보를 있게 한 제임스 글레이셔의 열기구 도전에 영감 받아 탄생했으며, 모험을 기록한 리처드 홈즈의 소설 《하늘로의 추락》를 각색했다.


감독과 배우가 협업하는 일은 많지만 배우와 배우가 한 작품에서 다시 만나는 일은 흔치않다. 때문에 두 사람의 전작 <사랑에 대한 모든 것>과 비교할 수밖에 없다. 실화 바탕 영화에 유독 강해 실존 인물을 보는 듯 메서드 연기로 유명하다. <사랑에 대한 모든 것> 에디 레드메인이 돋보였다면 <에어로너츠>에서는 펠리시티 존스의 역할이 독보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에밀리아는 제임스와 함께 열기구 비행을 했던 실존 인물 헨리 콕스웰과 프랑스 열기구 조종사 소피 블랑샤르를 섞어 만든 가상의 인물이다. 역사적 사실과 시대상을 반영한 인물 아멜리아는 제임스 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삶을 개척해 하늘을 열게 된다. 


하늘 위,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영화 <에어로너츠> 스털킷

19세기 런던은 왕립학회가 만들어지며 철학과 분리 정책을 편다. 18세기 산업혁명의 태동으로 과학이 크게 발전한 시대기도 하지만, 날씨를 예측하는 기상학은 그저 점쟁이와 비슷한 취급을 받았었다. 어떻게 오늘 비가 올지 눈이 올지 인간이 맞춘다는 것인가. 이는 비과학으로 조롱당했지만 천문학자이자 과학자인 제임스는 열기구 조종사 아멜리아를 만나 증명하려 고군분투한다.


아멜리아는 2년 전 남편과 열기구를 타고 올라갔다가 남편을 잃고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비행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으나 제임스의 진심과 역사적 사명이 다시 가슴을 뛰게 했다. 두 사람은 이론과 수치에 집착하는 과학자와 오랜 경험과 직감에 의존하는 상반된 성격을 통해 시종일관 투닥거린다. 


날씨는 그동안 인간의 영역이 아니었다. 평온하다가도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거나 우박이 떨어져 농사를 망치고, 가뭄이나 심각한 기상 악화로 많은 인명을 앗아가는 하늘에는 신이 산다고 믿었다. 때문에 그리스 로마 신화 등 신들의 이야기가 오래 회자되었고, 날씨는 인간이 주관하지 못하는 영역으로 불렸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협업한 1시간가량의 비행은 최고 1만m, 성층권 돌입이라는 기록을 경신한다. 두 사람은 목숨이 위태로운 위험을 겪으며 불가능의 목표에 도전하게 된다. 공기층을 하나씩 통과할 때마다 미지의 세계가 펼쳐졌다.

영화 <에어로너츠> 스털킷

제임스는 평생을 바친 연구의 가치를 증명하는 순간이었고, 아멜리아는 남편과의 약속을 이룬 환희의 순간이었다. 맨몸으로 열기구를 타고 대기와 마주한 용기는 여러 층으로 이루어진 지구의 대기와 기상학을 체계화하기에 이른다. 대기와 날씨를 예측함으로써 해운, 농업, 가뭄, 홍수, 기아 등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쳤다.


이들은 하늘을 뚫는 것 이상의 의미를 이루었다. 기존의 이론을 뒤엎고 새로운 이론을 정립하기 위해 뛰어 넣어야 할 높은 벽을 실감하면서도 반박할 근거를 차근차근 쌓아간다.  제임스 위에 군림하는 자들과 싸워 이긴 성취이자, 여성이라서 안 된다는 학계의 관행에 정면으로 응수한 쾌거였다.


위험을 감수하고 용기와 믿음, 역사적 사명을 띤 비범한 도전으로 인류는 새로운 삶을 열었으며 달과 별에 가까워졌다. 세상은 우리가 바라보는 대로 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우리가 행동할 때야 비로소 살아있음을 증할 수 있으며 인류는 한 걸음 진보한다.


영화 <에어로너츠> 스털킷

한편, 영화는 모두가 안 된다고만 했던 한계에 도전한 위대한 위대한 모험이다. IMAX 카메라로 찍어 하늘에서의 와이드한 사실감과 현장감을 구현했다. 전작 <와일드 로즈>의 감독 톰 하퍼가 19세기 영국으로 무대를 옮겨 진보적인 여성상을 구현했다.




평점: ★★★★

한 줄 평: 중력을 거스른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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