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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Jul 04. 2020

<마담 싸이코> #추잉껌,찐우정,당신은 진정한 사냥꾼


최근 클레이 모레츠 주연의 영화<카메론 포스트의 잘못된 교육>을 인상 깊게 보고 영화 <마담 싸이코>를  봤다. 의외의 재미와 클리셰, 생각지도 못한 우정이 나를 움직이게 했다. 원제인 그레타 보다, 한제 마담 싸이코가 찰떡인 영화다. 아자벨 위페르, 클레이 모레츠, 마이카 먼로의 세 여성이 이끌어 가는 영화라 할 수 있다.  남자들은 그냥 소모품일 뿐. 친절을 베풀었더니 광기로 대갚음해 준 독버섯 같은 그녀. 지하철에서 날 좀 데려가주오라고 붙어 있는 물건에 함부로 손대지 말 것! 한 번 붙으면 떨어질 줄 모르는 거머리 같은 그레타를 만나보자. 


선의를 이용한 현실 범죄

영화 <마담 싸이코> 스틸컷


뉴욕에 살고 있는 프랜시스(클로이 모레츠)는 얼마 전 엄마를 잃었다. 마음이 많이 약해진 상태에 심성까지 착한 그녀는 지하철의  핸드백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가지고 내려 유실물 센터에 맡기려고 했지만 벌써 문을 닫은 상태. 할 수 없이 가방 안을 뒤지고 다음 날 신분증의 주소로 직접 유실물 배달에 나선다. 


어젯밤 친구 에리카(마이카 먼로)의 경고를 무시하던 게 화근이었을까. 뉴욕에서 유실물을 가지고 오는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고 했던 에리카의 선견지명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착한 마음으로 건넨 호의가 악한 마음의 테러로 돌아올지 누가 알았을까. 그레타(이자벨 위페르)의 집에 간 프랜시스는 섬뜩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저녁 식탁을 장식할 초를 찾던 중 거실장에서 똑같은 가방과 신분증을 보고 기겁해 집을 나왔다. 핸드백에는 자신 전에 있었을 것 같은 여성들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메모되어 있었다. 자신은 그 여성들과 똑같이 되지 않으리란 법 없었다. 


하지만 이런 수법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게 큰 함정. 이집 문을 나선 순간부터 그레타는 집요하게 할 말이 있다며 프랜시스를 따라다닌다.  80통이 넘는 전화, 목석처럼 몇 시간이고 서서 계속 쳐다보기, 친구 따라다니며 사진 찍기, 직장에 찾아와 난동 부리기 등 짜증과 위협 사이를 넘나드는 아슬아슬한 행태가 점입가경이다. 


나를 망치려고 온 싸이코

영화 <마담 싸이코> 스틸컷


싸이코가 다 그렇지 뭐 개연성이나 이유를 굳이 따지면 재미가 없다. 이자벨 위페르와 클레이 모레츠가 만나 꽤 재미있는 싸이코스릴러가 탄생했다.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왜소한 체격의 이자벨 위페르와 귀여운 외모와는 반전 체격(?)을 가진 클레이 모레츠. 외모에서 풍기는 느낌과 성격이 정반대라 더욱 기묘하게 느껴진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광기의 아우라가 무엇보다도 섬찟했다. 


가학하는 쪽은 이자벨, 당하는 쪽은 클로이라는 점이 외모의 편견을 뒤집는다. 영화의 줄거리는 의외로 단순하다. 친구가 필요한 그레타는 뉴욕 지하철에 가방(덫)을 놓고 다니는 사이코패스다. 물건의 주인을 찾아주려는 착한 심성을 가진 아가씨를 사냥감으로 점찍은 뒤 지구 끝까지 쫓아다닌다. 어디서 많이 본 느낌이지만 이자벨 위페르가 하면 다르다.   무표정과 저음, 간혹 섞이는 불어 혹은 외국어를 구사하는 우아한 싸이코라니.


영화 <마담 싸이코> 스틸컷


<피아니스트>의 에리카 교수나 <엘르>의 복수심에 불타는 캐릭터의 흑화 버전 같기도 했고, 역대급 미치광이 선생님 <미세스 하이드>에 버금가는 캐릭터였다. 현실에 있을 법한 스토커라 더더욱 서늘하게 느껴지는 것. 꿈에 나타날까 무서웠던 적은 처음이다.


리스트의 '사랑의 꿈'이 이렇게 섬뜩할 일인지 몸서리치게 무섭다. 그녀는 프랜시스의 마음을 흔들기 위해 죽은 남편과 유학간 딸 이야기를 시작한다. 엄마가 아직 그리운 프랜시스의 마음은 미리 SNS로 알아 놓은 상태. 상실의 경험을 공감토록 유도해 마음을 얻기 시작했던 것이다. 가장 유약한 속내를 건드려 후한 마음을 얻고자 하는 심리상태를 정확하게 포착한 수법이다. 마치 대어를 잡기 위해 화려하고 다양한 찌를 꽂은 낚싯대에 걸려든 꼴이다.


영화는 주인공의 친구 역의 전형성을 깨고 에리카의 활약에 힘을 쏟는다. 흔한 룸메이트라고 착각하면 오산이다. 친구를 위해 조언, 충고, 회유뿐만 아니라 직접 행동에 나서기까지 찐우정의 매력을 발산하는 캐릭터다. 영화에서는 <팔로우>, <핫 썸머 나이츠>의 마이카 먼로가 맡았는데 후반부 통쾌한 사이다를 날려주신다.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악인, 선인, 해결사 등 다 해 먹는 카타르시스. 결말부에 또 한 번의 공포감을 조성하는 장면이 내 마음에 훅 들어온 영화였다.





평점: ★★★☆

한 줄 평: 아무 물건이나 덥석 가져오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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