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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Sep 14. 2020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헝거게임 스핀 오프

스노우 대통령의 과거



백발의 속을 알 수 없는 얼굴, 늘 하얀 장미(스노우 가문 상징)를  행거칩 대신 넣고 다니는 판엠의 대통령 스노우의 과거가 궁금해지지 않았던가? 과연 그는 어쩌다가 영원한 전투인 헝거게임의 주최자가 되었을까? 궁금하고 또 궁금했다.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는 스노우가 캐피톨의 아카데미에 다니던 열여덟으로 거슬러 가는 프리퀄이자 스핀오프다. 《헝거게임》 시리즈의 '수잔 콜린스'의 신작이지만 우리가 바라는 캣니스와 피타는 등장하지 않는다. 전쟁이 끝난 지 10년. 폐허가 된 후  혼란스러운 상황과 캐피톨을 중심으로 12개의 구역으로 나뉜 독재국가 판엠이 무대다. 


제10회 헝거게임이란 시대적 배경은 헝거게임 시리즈의 약 65년 전 이야기로 산정할 수 있다.  전쟁 후 극심한 굶주림으로 누구도 충분히 먹을 수 없는 식량배급 시스템도 여전히 존재했었다. DNA를 조작한 동물 실험실에서 머테이션(돌연변이)이 만들어진다. 여러 머테이션이 소개되나 인간의 목소리에 이끌리도록 설계되어 도청이 가능한 재잘어치가 주요 포인트다. 지금은 실패한 머테이션이자 자연에서 흉내지빠뀌와 짝짓기 해 토착종이 되었다. 그들의 후손 모킹제이의 탄생 비화도 알 수 있다.


훗날 악명 높은 독재 대통령이 되는 코리올라누스 스노우의 유년 시절은 가난과의 싸움을 멈출 수 없었다. 몰락한 가문이지만 할머님과 사촌누나는 품위를 지키며 가문의 명예를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지금 스노의 대통령을 상상하자면 어렵지만,  어린 시절에는  여릴뿐더러 감성적이기까지 하다. 엄마의 장미 향 콤팩트를 버리지 않고 가끔 들춰 향기를 맡는다.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소환하는 방법이다.

외유내강 스타일로 가족과 친구를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아카데미의 유망주였다. 비록 하루에 한 끼, 겨우 콩으로 연명하는 식량난일지라도 고매한 가문을 지키기 위해 자제력을 잃지 않는다. 자신만이 가문을 일으킬 유일한 해결방안이라 믿는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장학금을 받고 금전적인 지원도 받아야 했다. 가족들이 용기를 북돋아주게 하는 말 "스노우가 일등이다"를 마음속에 세긴다. 하지만 유일한 재산인 아파트에  세금이 부과될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십 대 스노우에게 시련은 연이어 터진다.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해결해 줄 돌파구는 바로 제10회 '헝거게임'이다. 헝거게임을 통해 멘터로서의 자질을 검증받아야 했다.  그러나 스노우에게  12구역의 최약체인 '루시 그레이 베어드'가 배정된다. 그녀는 코비(집시 같은 단체) 의 일원인데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고 쇼맨십이 강했다. 첫 이름은 발라드에서 두 번째 이름은 색깔에서 따오는 독특한 풍습이 있다. 화려한 색깔의 옷을 좋아하고 모자에 깃털을 꽂는 등 노래하는 새에 비유된다. 

루시 그레이는 가장 먼저 죽을 거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영리하게 행동했다. 시장의 딸을 이용해   이목을 끌었고 코비 출신답게 노래도 유능해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존재, 스타가 된다.  노래하는 모킹제이, 뱀을 다루는 루시 그레이는 아름다운 발라드로 캐피톨 시민을 사로잡는다. 이런 코비들의 은유적인 가사의 노래는 소설 중간중간 등장해 활력을 불어 넣기도 하고 죽음을 암시하기도 한다. <모킹제이>에서 제니퍼 로렌스의 허스키 보이스가 인상적인 ' 매다는 나무(the hanging tree)'의 전신을 루시 그레이가 부른다. 영화에서 그 부분은 섬뜩하면서도 슬펐도 엔딩 크레딧에 또다시 나와 관객을 붙잡아 둔다.

헝거게임을 통해 멘터인 스노우와 조공인 루시는 믿음을 넘어 사랑을 쌓아간다. 그 과정에서 조공인을 발판 삼아 승리와 상까지 받으려는 세력들의 암투를 스노우는 슬기롭게 헤쳐나가지만. 아카데미 음식을 몰래 가져가 루시에게 준 것이 탄로나 촉망받는 학생 신분에서 평화 유지군으로 신분이 바뀐다. 그곳에서 한때 라이벌 가문의 아들 세자누스와 재회하며 다시금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살기 위해 타인을 밟고 일어서야 하는 헝거 게임은 인생의 축소판이다. 타인의 심장에 칼을 꽂는 헝거게임은 뒤틀리고 굶주림에 괴물이 되어가는 시민들을 은유한다. 소설 속에서는 12개 구역의 남녀 조공인을 추첨해 한날한시 정당하게 출발하는 스포츠 게임으로 묘사되지만. 생존을 위해 타인을 배신하고 죽여야 하는  생존 게임이다.

 표면적으로는 반란 구역인들을 처벌하는 것으로 보이나, 아이들이 주체라는 점에서 미래의 희망을 이용한 두려움을 심어주는 통제 중 하나다. 수많은 암투와 갈등 속에서 최연소로 장교 시험에 통과해 캐피톨로 금의환향하게 된다. 스노우는 잠시 도망치자는 루시 그레이의 제안에 흔들리게 된다. 책의 초반과는 다르게 결말부에 가서는 가족을 위해, 승리를 위해 변해버린 코리올라누스 스노우가 완성되어 간다.



이 게임은 굉장히 잔인하다. 인간 기저의 사악한 충동을 스포츠와 한 통제다. 시각적인 표현의 수위나 과격한 행동, 거친 욕이 나와서가 아니다. 아이들이 타의에 의해 게임에 투입되고 서로를 죽고 죽인다는 것.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미디어에서 생중계되고 조작된다는 사실이다. 이 잔인한 현실에서 부모나 어른은 조력자이거나 가해자, 방관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뭐든 자신의 힘으로 헤쳐나가야만 한다. 삶도 죽음도 결국 자기 책임이다.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세상의 잔인한 이치를 학습하며 어른이 되어간다. 그런 어른이 만든 독재국가가 60년 이상 이어진다고 생각하니 시리즈의 결말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소름 끼치는 프리퀄이 아닐 수 없다. 영화화 제작이 논의되고 있는 것 같은데 과연 나이 든 스노우의 인상이 강해서 젊은 스노우를 누가 대체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그와 더불어 루시 그레이까지. 

덧) 책 후반부에는 12 조공인을 돌보는 멘터 이름을 소개하는 부분이 있다. 로마의 역사적 인물에서 따온 사례가 많아 알아두면 좋을 팁이다. 참고로 코리올라누스는 로마의 코리올라누스(coriolanus)장문의 이름에서 파생되었다. 로마 정부에 대항하는 반란을 성공적으로 제압한 뒤 정치에 진출하려다 오히려 추방당한 장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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