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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Oct 17. 2020

<폰조> 톰 하디의, 톰 하디를 위한, 톰 하디를 향한

전설의 마피아 비참했던 1년을 조명

영화 <폰조> 스틸컷


핏대 선 눈, 시종일관 계속되는 헛소리와 괴성, 시가 대신 당근을 물고 기저귀 찬 상태로 총쏘는 장면은 여러모로 애처롭다. 역사상 가장 잔인하고도 극악무도했던 알폰소 카포네의 마지막 1년은 화려했던 과거와는 다르게 비참함의 연속이다. 오랜 감옥 생활 끝내고 플로리다의 집으로 돌아왔지만 환청과 환영, 누군가가 감시하고 있다는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한 채 감옥 아닌 감옥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희대의 악인이 서서히 죽어가는 과정을 보는 내내 동정 따윈 들지 않았다. 영화는 그를 철저히 소외된 존재로 만들었다. 추수감사절에서 시작해 추수감사절로 끝나는데 대가족과 화려한 음식으로 채운 분위기와 대조되는 폰조의 모습은 그야말로 고독이다.  때문에 '알폰소 카포네'가 누구인지 알 필요가 있다. 


영화 <폰조> 스틸컷


풀네임은 알폰소 가브리엘 카포네(Alphonse Gabriel Capone) 1899년 1월 17일부터 1947년 1월 25일까지 살았던 전설적인 마피아 두목이다. 화려한 이력처럼 짧고 굵게 살다 갔다.  줄여서 미국에서는 알 카포네라고 부른다. 이민자 느낌을 지우기 위해 스스로 미국식 '미스터 카폰'으로 부르기도 했다. 얼굴의 상처는 '스카페이스(Scarface)'라는 별칭까지 만들어 냈다. '폰조'는 그의 여러 애칭 중 하나다.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 출신의 자녀로 어릴 때부터 가난했기에 누구보다도 부와 명성을 쌓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조직적으로 행동했고 정계를 매수하며 20세기 초 승승장구했다.


갱스터 영화에서 자주 거론되는 단어 '마피아(Mafia)'란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서 기원한 범죄조직으로 19세기에서 20세기에 미국으로 넘어와 기세를 떨쳤다. 1920년대 금주법으로 자원을 모았고 세력을 키워갔다. 그 후 영화에서 자주 언급되는 '성 밸런타인데이 학살(1929)'을 계기로 대대적인 학살을 저지른다. 영화는 그가 이미 치명적인 성병으로 몸이 많이 망가진 후 출소해 가택연금과도 같은 끝자락을 오로지 상상력으로 풀어 냈다. 


고립과 불안을 안고 후회와 그리움이 점철된 폰조의 마음을 담아내는데 주력했다. 어둡고 침울한 혼돈 속으로 초대한다. 꽤 비중 있는 인물들이 설명 없이 등장하는 탓에 불친절하다. 과거인지, 환상인지, 실제인지 불분명한 교차편집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오로지 폰조의 말을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으로 나눠 장면을 배치했다. 정말로 그가 미친 건지 미친 척을 하는 건지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래서 쇠약해진 그의 머릿속에 들어와 있는 듯, 어지럽고 난해한 103분의 느릿한 질주가 계속된다.


영화 <폰조> 스틸컷


감독 조쉬 트랭크는 그동안 영화에서 여러 번 다루었던 인물을 전혀 다른 장식으로 접근해 전형성을 탈피했다. 영화의 주축은 그가 숨겨 놓았다던 돈 가방의 행적과 가끔 걸려오는 아들 토니의 전화다. 이 두 가지를 맥거핀으로 관심을 돌려 진실공방으로 쫓도록 했지만 허무하게도 결말부에 오면 사실인지 아닌지 알 길이 없다. 치매 환자의 말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겠냐는 의심과  수많은 정부 사이에선 낳은 자식들 중 하나로 상징된 토니의 존재는 충분히 상상해 볼만한 소재다.


하지만 자명한 진실은 누구나 끝은 정해져 있다는 점이다.  가족, 조직, 친구 누구도 곁에서 진심으로 대하지 않는다. 부정하게 쌓은 부와 명예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은 말년의 정신까지도 무너트린다. 누구나 부자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실제로 많이 가지면 그만큼 불안하다. 폰조는 끝까지 숨겨둔 돈이 있다고 믿었지만 실제 그 돈의 존재 사실도 어디에 있는지도 밝히지 못하고 눈 감았다.  이 세상을 호위한 그가 가족들에게 남겨준 유산은 개명이라는 아이러니가 씁쓸한 웃음을 유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톰 하디'의 연기력만큼은 빛을 발한다. 감히 톰 하디의, 톰 하디를 위한, 톰 하디를 향한 영화라 할만하다. 말년에 무너진 폰조의 깊은 내면의 상실을 메서드 연기로 표현했다. 폰조로 완벽히 변신한 외모도 화제인데 그 정점은 기저귀를 찬 채  후반부 가족과 부하들을 향해 총을 쏘는 감정의 폭발력이다. 잔잔하고 고요하게 흘러가던 정적 연기에서 가장 에너지가 넘치는 동적인 연기로 전환되는 순간이다. 한편, 영화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톰 하디는 <스카페이스>(1983)의 알 파치노,<언터처블>(1987)의 로버트 드 니로와 나란히 카포네로 분한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평점: ★★☆

한 줄 평:  헛소리와 환영에 빨려드는 나의 기(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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