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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Oct 19. 2020

<돌멩이> 마음에 커지는 오해의 동심원

나라면 석구를 믿을 수 있을까?

영화 <돌멩이>는 김대명 배우의 열연이 빛나는 영화다. 몸만 어른이지 지능은 8살인 석구(김대명)가 아빠를 찾아 집을 나온 소녀 은지(전채은)와 친구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석구는 작은 동네에서 정미소를 운영하고 있다.  아침이면 어김없이 카세트를 틀고, 모자를 쓰고, 이웃들과  매일 아침 달걀을 나누며 한가로운 일상을 보낸다. 마트에서 고기 시식을 하고 동네 순찰을 하면 하루가 저문다. 유일한 가족 같은 사람은 동네 성당의 노신부(김의성)다. 오랫동안 부모 없는 석구를 돌보며 지켜주는 든든한 존재가 되어주었다. 


조용한 동네에 외지인이 들어왔다. 아빠를 찾아 제 발로 입소한 소녀의 이름은 은지. 청소년 쉼터에서 당분간 지내기로 했다. 쉼터 소장 (송윤아)과 마찰이 있긴 했지만 크게 신경 쓸 정도는 아니다. 석구는 요즘  은지와 친구가 되어 하루하루가 새롭다. 혼자서도 충분히 행복한 삶이었지만 가족 겸 친구가 되어 하루하루 우정을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김선생(송윤아)은 둘의 우정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커지는 노파심에 노신부를 찾아가 걱정을 털어놓지만 "석구는 그런 아이가 아니다"라며  안심시킨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석구와 은지는 크게 다투고 은지에게 예기치 못한 사고가 생긴다. 이를 발견한 석구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들어온다. 한편, 폭우에 밤늦게까지 들어오지 않는 은지를 찾아 헤매던 김선생은 이 상황을 목격하게 된다. 이후 석구는 아동 성폭행범으로 구치소에 갇히게 된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함정

영화 <돌멩이> 스틸컷

영화는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의 편견, 오해에서 희생되는 캐릭터를 살핀다. 어느 날 성실한 청년에서 범죄자가 되어버린 석구의 답답한 심경을 충분히 전달하고 있다. 전반부는 석구의 선한 웃음과 악의 없는 행동을 통해  천진난만함을 부각한다. 차츰 그 마음에  은지가 들어오며 잔잔했던 마음에 동심원이 생기기 시작한다. 말하지 않아도 은지가 마음이 아픈 아이임을 석구는 알아챈다. 석구의 세례명은 대천사 미카엘인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그만큼 욕심 없이 행복한 동심을 가진 인물이다. 둘은 많이 다르지만  몰랑이를 좋아하는 것만은 닮았다. 힘들 때 서로 도우면 친구, 오래도록 같이 지내면 가족이라 말하며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반면 어른들은 둘 사이를 곧이곧대로 바라보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색안경을 끼고 보는 자(김선생)와 투명한 마음을 안경을 끼고 자세히 들여다 보려는 자(노신부)가 등장한다. 하지만 둘 다 석구를 믿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김선생과 노신부는 죄책감을 갖고 있다. 김선생은 청소년 쉼터 소장으로서 맡은 바 책임을 다하지 못했고, 노신부는 종교적 포용으로 석구를 끌어안기 바쁘다. 어느새 영화는 진실은 묻어둔 채 서로의 직업적 윤리만을 내세우는  어른들의 싸움으로 커진다.  제도권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석구와 은지의 입장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다시 사건으로 돌아가 보자. 사건이 벌어졌지만 경찰이 등장하지 않는다. 김선생의 목격 진술로 수사가 급속도로 진행된 듯 보인다. 장면이나 대사가 없어 그랬을거다라는 추측에 불과하다. 누구도 석구의 입장에서 생각해 주지 않았고, 누명을 썼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김선생의 말만 듣고 범인이 석구라고 단정해 버린 것이다. 이런 의심을 자신의 언어로 해명조차 할 수 없는 석구는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조차 이해할 수 없다. 이는 김선생의 과도한 의심으로 가중되고, 김선생과 노신부는 은지와 석구의 보호를 떠나 대립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영화 <돌멩이> 스틸컷

<돌멩이>는 처음부터 진실 찾기 게임을 하고 있지 않다. 오직 관객이 석구의 입장에 서서 끊임없이 갈등과 질문을 품게 만드는 영화다. 3인칭 전지적 시점으로 흘러가지만  영화 속 등장인물은 사건의 전말을 알지 못해 오해가 벌어진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아동 성범죄자로 낙인 찍힌 석구의 모습을 전시하며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만든다. 좋은 이웃이었던 마을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석구를 향해 등 돌린다. 8살 지능의 석구는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를뿐더러  알려주려는 사람도 없어 답답했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자신을 예전처럼 대해줄지 몰라  평소처럼 행동했지만 이미 동네 사람들의 마음의 떠나간 후다. 


'과연 나라면 석구를 믿을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이 계속해서 떠오른다.  오롯이 석구의 심경에 이입해 완전하지 못한 믿음 앞에 선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그래서 영화의 제목 '돌멩이'는 이 영화의 상징적  의미로 해석된다. 아빠가 주었다는 돌멩이에 석구 이름을 써 준 은지의 선물이자 순수한 마음이요. 갑자기 돌변한 사람들이 이해 가지 않는 석구의 마음에  생긴 큰 돌덩이다. 하지만 배우들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해소되지 않는 설명과 편집의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영화의 엔딩은 해소되지 않을 질문을 남긴 채 그 바통을 관객에게 넘긴다. 


평점: ★★★

한 줄 평: 은지는 마틸다를 벤치마킹 한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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