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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Dec 16. 2020

<언플랜드> 낙태상담사에서 생명운동가로 전향한 실화

<언플랜드>는 미국 최대 낙태 클리닉 가족계획연맹(Planned Parenthood)에서 상담사로 일하며 최연소 소장에 올랐던 '애비 존슨' 실화를 영화화했다. 두 번의 낙태를 경험하며 가족계획연맹에서 일한 8년 동안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그녀는 낙태 경험자로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의 기로에 선 여성들을 신실히 도우며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하던 중 수술방에 들어가며 충격적인 일을 겪는다. 그로 인해 일을 그만두고 전향하여 지금까지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는 전도사로 살고 있다. 영화는 그녀의 동명 회고록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애비(애슐리 브래처)는 8년 전 심리학을 공부하던 대학생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가족계획연맹에 자원활동가로 일하며 새로운 분야를 알게 된다. 선입견과 달리 연맹은 위기의 여성을 돕는 착한 기업이었다. 쉽지 않은 결정을 위로하고, 여성의 건강과 미래를 열어주며, 근본적으로 낙태를 줄이는 일에 동참하는 뜻깊은 곳이었다. 그래서 애비는 불안해하는 여성들을 위해 6-8주 태아는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안심시켰다. 죄책감을 느낄 필요 없으며 부작용 없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해왔다.    

영화 <언플랜드> 스틸컷

어느덧 시간은 흘러 결혼 후 임신 상태에서도 출근해 살뜰히 돕는 열성을 보인다. 스스로 여성의 선택권이 존중받는다고 믿었고, 좋은 일을 한다는 자부심, 삶의 희열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부모님께는 자랑스러운 딸, 남편과 딸에게는 멋진 아내와 엄마로 승승장구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상사 셰릴(로비아 스캇)은 애비를 추천하고, 보란 듯이 승진하며 최연소 소장을 맡게 된다.     


하지만 가족들의 우려는 커졌다. 소장이 된다는 것은 모든 수술을 책임진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꼭 그 일을 해야만 하는지, 가족들이 여러 차례 말렸지만 굳은 신념을 끌어내리기 쉽지 않았다. 가족의 반대가 커질수록 자신은 여성의 생식권과 싸우고 있다고 생각했고 여성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어 행복하다고 믿었다. 직업적 성취와 열정은 하루하루 커져만 갔다.    


연맹은 대형 의료 센터를 건립하며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더 이상 여성의 건강과 교육, 마음의 안정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가 아니었다. 실체는 낙태 제공자, 낙태 서비스였던 것. 애비는 시술의 위험성과 부작용을 숨기고 더 많은 건수로 이익을 취하려는 기업적 모습에 환멸을 느끼게 된다. 낙태를 좋은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진실을 알고 조금씩 마음이 움직였다. 과연 낙태는 여성의 선택권인가, 조용한 살인자인가, 심적 갈등이 커져만 갔다.     

이후 수술방에서 본 진실로 각성하게 되고, 생명 수호자로 거듭나게 된다. 매주 가족계획연맹을 찾아와 펜스 밖에서 간절한 권유와 기도를 해온 생명윤리단체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좋은 소재 아쉬운 연출    

영화 <언플랜드> 스틸컷

<언플랜드>는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 결정권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인 낙태 문제를 화두에 올린 영화다. 민감한 주제로 제작과 개봉 과정이 순탄치 않았지만 미국 개봉 당시 첫 주에 제작비 회수, 제작비 3배 이상의 흥행을 거두었다. 우리나라에서 어떤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궁금하다.     


하지만 영화로써 완성도는 다소 부족하다. 단조로운 서사와 계몽적인 결말은 종교적 색채가 짙다. 애비 존스의 과거를 플래시 백 형태로 차근차근 보여주며 현재로 이어지는 구성을 취한다. 무엇보다 '낙태 금지'메시지를 위해 선과 악이 뚜렷이 갈린 분위기는 종교인이 아닌 관객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겠다. 가족계획연맹과 생명윤리단체의 대립을 마치 감옥을 연상케 하는 펜스를 둘러 극명하게 나눈다. 오로지 신이 준 생명의 소중함을 지키기 위한 목적만 치중한다. 스스로 몸의 결정권이나 선택권, 출산과 양육의 어려움과 사회적 제도의 문제점은 전혀 언급되지 않아 아쉽다.    


또한,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이는 태아의 모습은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다. 알약 한 알로 빠르고 간편하게 진행되는 화학 유도 시술의 충격적인 실체를 보여주는 장면도 다분히 자극적이다. 누군가에게는 트라우마가 될지 모를 섬뜩한 장면이 여느 공포 영화보다 파급력이 크다.


평점: ★☆

한 줄 평: 설득력 없이 감정에만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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