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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Dec 15. 2020

 <더 프롬> 흥겨운 파티 문화로 배우는 성소수자 인권

넷플릭스 추천영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더 프롬>은 각본가, 연출가, 제작자로 알려진 '라이언 머피'가 만든 2018년 동명 뮤지컬 원작 영화다. 우리나라에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로 알려져 있고, 영화보다 드라마로 유명하다.  [닙턱], [글리],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아메리칸 크라임 스토리], 최근 [래치드]까지. 다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영화, 드라마를 종횡무진으로 움직였다. 라이언 머피가 할리우드의 미다스 손이라 불리는 이유는 그가 만들면 마니아 콘텐츠도 다수가 즐기는 대중 콘텐츠로 격상되기 때문이다.     


TV 계의 거물답게 특유의 콘셉트와 감각적인 스타일을 가미한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미학적 즐거움으로 눈이 즐겁고, 처음 듣는 음악도 브로드웨이 스타일로 만들어져 흥겹다. 중견 배우와 신인 배우의 어울림이 영화의 매력을 더한다.    


영화 <더 프롬> 스틸컷

'프롬(prom)'은 promenade의 준말로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의 무도회를 말한다. 여학생은 드레스를 입고, 남학생은 턱시도를 입는다. 대부분 커플로 참석하며 주로 학교의 사친회(PTA) 소속 학부모들의 주최로 학교 강당에서 열린다. 이날은 가장 아름다운 여학생을 프롬 퀸으로 선발한다. 영화는 이 제도에 의문을 던지며, 이성 커플만을 정상 범위로 간주하는 학교, 나아가 사회의 편견에 반기를 든다.     


올해 학교 졸업식을 앞두고 열리는 프롬은 열리지 않기로 했다. 이유는 일찍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힌 에마(조 앨런 펄먼)가 여성 파트너를 데리고 가고 싶다고 했기 때문. 사친회는 순식간에 발칵 뒤집히고 이럴 거면 아예 행사를 취소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학교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은 사친회의 입장과 에마의 참석을 불허하면 인권 문제로 붉어진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었다.    

영화 <더 프롬> 스틸컷

한편, 이 소식을 들은 브로드웨이 퇴물 스타들은 재빠르게 학교를 찾는다. 순수한 선행이라기보다 재기를 위한 보여주기 행사를 치를 요량으로 급조된 의기투합이다. 한물간 브로드웨이 스타 디 디(메릴 스트립)와 베리(제임스 코든)는 엘레너 루즈벨트를 주인공으로 한 뮤지컬을 선보였지만 혹평받는다. 이에 대한 보상심리와 이미지메이킹을 위해 학교를 찾았다. 뮤지컬 <시카고>의 코러스만 20년째인 앤지(니콜 키드먼)는 제대로 인정받고 싶어 이 대열에 합류한다. 거기에 한때 뮤지컬에도 오른 배우였지만 시트콤 배우로 굳어진 편견을 깨기 위해 트렌트(앤드류 라넬스)도 동참한다.    


영화의 주제는 단순하고 선명하다. 소수자의 사회적 어려움을 밝고 경쾌한 분위기로 풀어냈다. 결국 학교를 찾은 원래 목적은 희미해지고 품고 있던 상처를 치유하며 화합과 사랑을 노래한다. 그리고 유일한 규칙은 어디에도 없다는 진실을, 상황에 따라 유연한 사고방식의 필요성을 공고히 한다. 기득권의 횡포와 소수자의 비애를 작은 사회라 할 수 있는 학교로 옮겨왔다. 에마는 결국 '나만의 프롬', '포괄적인 프롬'을 계획하며 다양성을 주장한다. 세상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누는 기준은 옳지 못하며, 따라서 프롬에 이성 파트너와 가야 한다는 규정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외친다.     

영화 <더 프롬> 스틸컷

거기에 현 미국 사회를 풍자하는 상황도 코믹하게 넣었다. 디 디와 베리가 호텔 프런트에서 트로피를 꺼내며 스위트룸을 요구하는 익살스러운 장면, 말끝마다 줄리어드 출신을 강조하는 트렌트의 뻔뻔함, 자아도취에 빠진 비호감 셀럽이란 셀프 디스 덕분에 웃을 수 있는 장면도 종종 있다.     


<더 프롬>은 뻔한 서사의 단점을 극복하고 브로드웨이 스타들의 화려함에 숨 쉴 틈 없이 진행된다. 그야말로 눈과 귀를 들썩이게 한다. <맘마미아>, <숲속으로> 등 뮤지컬 영화에 조예가 깊은 메릴 스트립을 필두로, <캣츠>의 제임스 코든, <물랑 루즈>의 니콜 키드먼, <보이즈 인 더 밴드>의 앤드류 라넬스가 환상적인 케미를 선보인다. 화려한 의상과 무대장치, 춤과 노래가 검증된 배우들을 뉴욕 브로드웨이로 가지 않고도 안방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다. 사람이 사랑을 사랑하고, 사랑받을 권리를 가질 수 있다는 보편성을 다룬 경쾌한 LGBT 뮤지컬 영화로 손색없다.


평점: ★★★

한 줄 평: 경쾌한 LGBT 뮤지컬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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