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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Mar 26. 2021

<고질라 vs 콩> 59 년 만의 빅매치 성사

대리 타격감 최고, 극장으로 달려가야 할 이유

방구석 OTT 서비스를 잠시 잊고 극장으로 달려가야 할 이유가 생겼다. 59년 만에 성사된 두 괴수의 싸움. 인간 문명을 종잇장처럼 구겨버리는 대리 타격감이 상당하다. 딱히 큰 화면, 극강의 사운드가 필요 없는 영화가 선보이고 있는 시점에서 2021년 첫 블록버스터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둘의 대결을 대형 스크린에서 관전하는 쾌감이 주요 포인트다. 인간 서사의 개연성이나 인명 피해, 기물 파손에 관한 걱정 따위는 하지 않는다. 오로지 두 괴수의 장단점을 보여주기 바쁜, 지극히 장르에 충실한 영화되시겠다.     


거두절미하고 놀랐던 점은 CG는 이제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진보했다는 점이다. 그래픽의 한계 때문에 블록버스터의 전투신은 항상 비 오는 밤에만 진행하던 과거는 이제 유물이 되어버렸다. 대낮 바다 한가운데, 대도심의 빅 매치도 문제없다. 특히 홍콩의 네온사인과 야경, 마천루를 배경으로 벌이는 싸움의 미장센도 훌륭했다.  

  

거대 몬스터의 습격을 받은 3년 후 콩은 인간이 만든 격리 지역에서 생활하고 있다. 최근 화가 많이 난 듯 이상 증세를 보이지만 콩의 친구이자 유대감을 쌓은 소녀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한편, 인간의 수호신을 자처했던 고질라는 인간의 야욕에 등 돌리게 되고 은신처에서 안식을 찾던 중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또다시 인간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고질라는 무언가가 도발하면 바로 흥분하는 기질이 있었고 그 주범이 콩이라 생각할 즈음. 몰려드는 긴장감과 하나 둘 씩 터지는 사건이 단 하나의 왕을 가릴 때가 임박했음을 알린다.    

영화 <고질라 VS. 콩> 스틸

이를 주도하는 비밀 기업 에이펙스는 지구 속의 또 다른 지구, '할로우 어스'에 관심을 보인다. 지구 속이 비어 있어 남극과 북극을 통해 그 속으로 들어갈 수 있고 지구와 비슷한 문명이 존재한다는 '지구 공동설'을 주장하고 나선다. 그곳은 타이탄의 고향일지도 모른다는 가설까지 더하며 신비로운 세계로 그려진다. 마치 거울을 보는 듯 하늘과 땅이 데칼코마니처럼 맞다은 비밀스러운 공간이다. 실제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다른 세계에 다녀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마치 외계인에게 납치되어 실험체가 되었다는 주장처럼 말이다. 할로우 어스에서는 본적업는 신비한 생명체가 등장하고 중력이 반대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색적인 풍경으로 눈길을 끈다.    


에이펙스는 할로우 어스를 찾기 위해 콩을 필두로 한 안내 원정대를 꾸린다. 하지만 거대 군함을 침대 삼아 남극으로 가던 중 갑자기 나타난 고질라와 한 판 대결을 벌이게 된 콩. 이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인간은 타이탄의 격돌 앞에 또다시 작아짐을 느낀다. 과연 콩을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을까? 영화는 오랜 라이벌 관계인 두 타이탄의 격돌을 고대하면서도 누구를 응원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든다.     

영화 <고질라 VS. 콩> 스틸

<고질라 VS 콩>은 일본의 대표 괴수 고질라를 필두로 할리우드의 대자본과 CG와 VFX 기술이 만나 새롭게 리메이크 된 몬스버스터의 네 번째 이야기다. <고질라>(2014), <콩: 스컬 아일랜드>(2017),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2019)에 이어 최종 악장에 다다랐다.    


이야기는 언제나 간결하고 캐릭터의 디테일, 개연성은 사실상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투 트랩으로 분산한 노력의 흔적이 보인다.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에서 매디슨 (밀리 바비 브라운) 이 고군분투하는 상황이 안타까웠을까. 서사도 앞선 시리즈보다 월등히 나아졌다. 에이펙스의 내부고발자 버니(브라이언 타이리 헨리)와 매디슨이 파헤치는 진실, 콩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지아(케일리 호틀)와 떠난 원정대의 에피소드가 교차한다.    

영화 <고질라 VS. 콩> 스틸

단연 본 시리즈의 신스틸러라하면 단연 '지아'를 뽑을 수 있다. 콩과 수화로 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인간. 콩은 지아의 말이라면 끔벅 죽는시늉까지 할 태세다. 뜬금없는 타이밍에서 말 못 하는 소녀와 눈을 맞추며 시간을 지체하며, 제발 눈물을 떨구라고 종용하는 감동 조미료를 첨가하는 것도 애교일 만큼 흥미로운 액션으로 중무장했다.    


하지만 핵심은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으로 깨어난 타이탄들과 고질라의 맞수 대결이다. 핵으로 세상을 지배할 수 있다는 몸쓸 자만, 신이 되려하는 오만을 타이탄이 손수 짓누른다. 도시를 초토화하고 군함, 마천루, 핵무기, 전투기를 한낱 부스러기로 만들어 버리는 웅장함과 괴력을 시각, 촉각을 동원해 직관하게 만든다.    


아차차. 쉼 없이 달려가기만 하면 숨이 차는 것처럼, 영화에서도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민폐 캐릭터, 괴수와 인간 서사가 맞물리지 못하고 서걱거리는 점이 오히려 시그니처가 되어버렸다. 늘 그래왔듯이 최고의 출연진일지라도 당황스럽게 짧은 분량을 피해 갈 수 없어 아쉽다.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밀리 바비 브라운, 레베카 홀, 카일 챈들러, 오구리 슌, 에이사 곤살레스가 등장하며, 메카고질라, 무토, 기도라, 노주키, 워배트, 스컬 크롤러 등 신구 타이탄도 출석 도장을 찍었다.


평점: ★★★★

한줄평: 4편 중에 제일 재미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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