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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Mar 29. 2021

<와일드 마운틴 타임> 숙맥들이 사랑을 완성하는 방법

사랑을 기다리나요? 알면서도 모른 척하나요?


제목 <와일드 마운틴 타임>에서 타임은 time이 아닌 Thyme이다.  'Wild Mountain Thyme'은 백리향을 뜻하는 허브이자 스코틀랜드에서 유래된 아일랜드 포크송의 제목이다. 이 음악을 에밀리 블런트가 직접 불러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기회가 된다면 극장에서 보길 추천하는 로맨틱 코미디다. 가슴까지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아일랜드의 목가적 자연 풍경이 힐링을 선사한다. 다만, 이야기 자체가 드라마틱 하지는 않아도 특유의 유머 코드가 피식거리게 만든다. 요새 인기 있는 드라마의 자극적이고 위험한 사랑에 지친 관객을 위해 순정을 담은 로맨스를 가득 머금었다.


아일랜드 시골에서 부모님과 함께 가족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로즈메리(에밀리 블런트)와 안토니(제이미 도넌)는 소꿉친구 사이다. 일편단심 로즈메리는 안토니를 짝사랑했지만 그 마음을 아는 듯 모르는 듯 그냥 여자사람 친구로만 대하는 게 숙맥 중의 숙맥이다. 그런 안토니를 로즈메리는 포기하지 않고 먼발치에서 바라만 보기만 할 뿐이다.

영화 <와일드 마운틴 타임> 스틸

그러던 어느 날,  안토니의 아버지 토니(크리스토퍼 월켄)는 조카 잭(존 햄)에게 농장을 물려주겠다고 선언한다. 이게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리? 야속한 아버지는 시골 농장에 처박혀 결혼 생각도 없는 아들의 속을 긁어 놓지만 무덤덤한 안토니는 혼자 분을 삭이기만 할 뿐 농장을 얻으려는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 그렇게 얼마 후 농장을 둘러보러 미국에서 잭이 찾아오고  아버지와 로즈메리 사이에서 미묘한 기류가 흐른다. 안토니는 못마땅하지만 쉽게 불만을 토로하지 못하고 포기해 버린다. 과연 연애에 서툰 두 사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날이 오기는 할까? 


영화는 나이 들었지만 여전히 풋풋함을 간직한 운명적 사랑 이야기한다. 쉽게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고, 깊은 관계를 부담스러워하는 세태에 기다림의 미학을 선보인다. 그래서 자칫 이들의 행동이 숨숨하고 답답해 보일 수 있지 안정 보고 나면 노스탤지어가 연상되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


영화 속에는 섬사람 특유의 완고하고 독특한 기질의 캐릭터가  등장해 웃음을 준다.  까마귀를 쫓는다고 허공에 장총을 연신 쏘아대고, 집에 들어갈 때마다 이웃집 울타리를 열고 들어가야 하는 수고로움을 몇십 년 동안 감수하고, 농장의 면적이 얼마인지 굳이 계산해 보지 않고 사는 사람들. 미국인 잭(외지인)의 눈에는 말도 안 되는 것을 참고 사는 아일랜드인(토박이)을 도통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은 남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하고 싶은 대로, 자연의 순리에 따라 행동하기에 전혀 불편함이 없다. 마치 투박한 야생화처럼 욕심내지 않고 내 자리에서 내 몫에 만족하는 성정의 사람들이다. 쉴 새 없이 흐르는 강물처럼 시간이 지났다 한들 이 또한 어떠냐고 위트 있게 받아칠 줄 아는 이웃들이다.

영화 <와일드 마운틴 타임> 스틸


결국, 둘은 가까운 이웃에서 농장이란 유산을 지키며 전통을 계승하게 된다. 이 영화를 보며 '사랑은 타이밍'이란 말을 되새기게 된다. 둘은 자신이 영 부족하다고 생각하거나, 상대가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란 과한 배려심에 적기를 놓쳐버렸고, 감정을 각성케 만드는 훼방꾼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평생 좋은 이웃으로 남을 뻔했다.


그래서 관계 맺기에 서툰 주인공을 내세워 오히려 친구, 연인, 부부 등 삶의 근간이 되는 관계의 소중함을 확인시켜준다. 영화의 완성도에 기여한 두 배우의 케미가 관전 포인트다. 여전사부터 모성 가득한 엄마까지 다채로운 이미지를 가진 에밀리 블런트와 그레이의 치명적 퇴폐미를 버린 제이미 도넌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키만 컸지 애어른인 순박한 농부 안토니를 맞춤 정장처럼 소화했다. 물가에 내놓은 아이 마냥 걷다가도 자주 넘어지고, 눈에 보이지 않는 무엇과 자주 대화하고, 어수룩한 숙맥의 모습으로 색다른 매력을 펼쳤다.


한편, <와일드 마운틴 타임>은  존 패트릭 샌리 감독의 2014년 토니 시상식 최우수 연극상 후보에 오른 연극 [아웃사이드 물링거]를 영화화했다. <다우트>(2008) 이후 연극과 영화의 크로스오버 장르이며 사랑과 외로움에 관한 한편의 수채화 같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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