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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May 13. 2021

<빅 피쉬> 초라한 진실보다 화려한 거짓이 낫다

<빅 피쉬>는 초라한 진실보다 환상적인 거짓이 더 나을 수 있음을 말한다. 믿기 힘든 모험으로 가득했던 파란만장했던 에드워드 블룸(이완 맥그리거)의 생애. 병원을 발칵 뒤집어 놓을 만한 범상치 않은 탄생부터 원인불명 성장병으로 남들보다 빨리 자란 유년시절, 만능 스포츠맨, 발명왕, 해결사, 유명 인사였던 청년 에드워드는 모험을 떠났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백발이 선연한 노인이 되었다.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들은 아들 윌(빌리 크루덥)은 아내 조세핀(마리옹 꼬띠아르)과 본가를 찾고, 또다시 시작된 이야기에서 진실과 거짓을 추적한다. 아버지(알버트 피니)는 외판원이셨다. 전국구를 떠돌았고 많은 사람을 만나며 이야기를 수집했다. 세상을 돌아다니며 보고 듣고 얻은 이야깃거리를 아들에게 들려주는 아버지. “내가 소싯적에 말이야~”로 시작되는 모험담은 아들에게 지겨운 거짓말이었다. 아들도 이제 나이가 들자 똑같은 레퍼토리인 아버지의 허풍이 지겹지만 했다.     


미래를 보는 애꾸눈 마녀, 집채만 한 거인, 늑대 인간으로 변신하는 서커스 단장, 노래하는 샴쌍둥이 자매, 전쟁에서 살아돌아온 기적, 은행 강도가 된 시인, 시간이 멈춰버린 유령마을. 그리고 서커스에서 만난 여인과 로맨스로 나누고 그 여인과 결혼했다는 말. 어느 하나 믿기 힘든 무용담을 늘어놓는 것에 질린 아들은 오늘도 듣는 둥 마는 둥이다.    

영화 <빅 피쉬> 스틸

사실 아들은 아버지의 말이 지긋지긋하다. 마치 산타 할아버지가 아버지였음을 알고 실망했던 아이였을 때의 기분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아들은 병상의 아버지에게 빙산의 일각에 대해 묻는다. 아버지는 빙산의 일부분만 말할 뿐 그 밑에 무엇이 있는지 진실을 말해주지 않는다며 답답함을 토로한다. 참다못한 아들은 아버지는 산타클로스처럼 실체 없는 사람이라고 진실을 들려달라고 말한다. 아버지는 매력적인 거짓말쟁이일 뿐이라며 아버지를 제멋대로 규정한다.     


결국 집 창고에서 우연히 증거를 찾은 윌은 마지막이 돼서야 말도 안 되는 뻥을 비로소 믿게 된다. 하지만 아버지의 병세는 계속 악화되기만 하고 곧 임종을 맞게 된다. 뒤늦게 그토록 원하던 진실에 접근했지만 너무 늦어버린 것이다.     

영화 <빅 피쉬> 스틸

한편, 정신을 잃은 아버지가 깨어나 아들에게 했던 마지막 말은 '내 마지막 가는 길을 네가 들려 달라는 것'이었다. 기자였던 아들은 매번 비현실적인 소설만 쓰는 아버지와는 정반대의 삶을 살았다. 오직 팩트만이 중요할 뿐 지어낸 말은 혐오하기 바빴다. 하지만 아버지의 마지막 길에 세상에서 가장 극적인 한 단편 소설을 지어낸다. 죽을 고비마다 마녀의 눈에서 본 자기 죽음을 근거로 극적인 삶을 살아간 아버지의 인생은 아들에게 양도되며 끝이 난다. 


아버지는 떠났지만 이내 전설이 되었다. 이야기는 사람과 사람을 통해 이어지고 생명력을 갖는다. 재미있는 이야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영원히 입으로 전해져 영원히 사는 것과 다름없게 된다. 우리는 각박한 현실을 잊기 위해 상상과 환상으로 도피하길 즐긴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영화다. 


영화는 뉴스에서 다루는 한 줄의 사건에 살을 붙이고 인물을 만들어 드라마틱한 서사로 완성하는 예술이다. 우리의 삶이 매일 뉴스의 팩트만 채워진다면 무미건조할 뿐, 살아갈 이유도 재미없을 것이다. <빅 피쉬>속 아버지는 믿을수록 행복해지는 인생을 몸소 가르쳐주려 했던 아버지만의 방식이었던 것이다. 진실이 아니라면 좀 어떤가, 진실을 찾는 게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을 대하는 진실한 마음이다.     

영화 <빅 피쉬> 스틸

팀 버튼이 만든 <빅 피쉬>는 그의 영화중에서도 밝고 경쾌한 축에 든다. 다니엘 윌러스의 동명 원작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메가폰을 잡기로 했다가 <마이너리티 리포트> 때문에 포기, 팀 버튼에 돌아왔다고 한다. 환상동화의 분위기와 따스한 가족 이야기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가장 잘하는 장르였지만, 아버지를 떠나 보낸지 얼마 되지 않은 팀 버튼의 각별한 프로젝트가 되었다. 누구에게나 자신에게 꼭 맞는 때가 있는 것 같다. 팀 버튼의 <빅 피쉬>를 봤기 때문에 스티븐 스필버그의 <빅 피쉬>는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는다. 자꾸만 듣고 싶은 매혹적인 서사, 독특한 캐릭터와 몽환적인 영상미로 영원히 남아 많은 사람의 가슴에 새겨질 것 같다.


참고로 쌍둥이가 부르는 노래  가사에 영화를 함축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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