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만 보고 위를 보지 않아서 생긴 거야. 혼자가 될지라도 위를 보며 믿으면 돼"
따뜻한 심장을 가진 쓰레기 사람 '푸펠(쿠보타 마사타카)'과 굴뚝청소부 '루비치(아시다 마나)'의 우정과 모험 이야기다. 밤낮없이 굴뚝에서 피어나는 까만 연기로 뒤덮여 파란 하늘, 별, 달을 볼 수 없는 고립된 마을. 누구도 바깥세상을 알려는 생각, 미래를 꿈꾸는 게 금지되어 있다. 절대 하늘을 올려다봐서는 안 될뿐더러 그 위의 무한한 공간을 상상해서도 안된다.
그러나 아빠 브루노만은 조금 달랐다. 인형극에 메시지를 담아 마지막 남은 희망을 전파하려 하지만 허풍쟁이로 오인돼 소리 소문 없이 실종되고 만다. 아빠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릴 수 없어 루비치는 고소 공포증을 극복하며 오늘도 굴뚝으로 출근한다. 아픈 엄마 대신 집안의 가장이 되어 굴뚝 청소부가 되어간다.
한편, 핼러윈 데이에 쓰레기 산에서 태어난 '쓰레기 사람'의 등장으로 굴뚝 마을에 소동이 생긴다. 축제가 무르익던 중 핼러윈 변장인 줄만 알았던 쓰레기 사람이 괴물임이 밝혀지고 이단 심문관이 출동해 쫓는다. 쓰레기 사람은 줄행랑을 치다 소각장으로 향하는 차에 빠져 위기에 처한다. 마침 일하러 나왔던 루비치가 우여곡절 끝에 쓰레기 사람을 구해준다.
쓰레기 사람은 외모가 달라 괴물 취급 당하고, 루비치는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아 같은 상처를 공유했다. 이에 루비치는 쓰레기 사람에게 자신의 친구가 되어줄 것을 부탁하고 '푸펠'이란 이름도 붙여 준다.
영화는 전혀 다른 존재가 만나 우정을 나누며 모험을 떠나는 어드벤처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다. 평범한 줄거리를 바탕으로 성장하며 조금씩 잃어가는 '꿈'에 대해 심도 있는 질문을 추가했다. 검은 연기에 가려 더 이상 하늘을 쳐다보지 않는 사람들. 별과 바다를 잊은 사람들. 꿈도 희망도 그래서, 더 이상 미래를 꿈꾸지 않고 안주한 사람들에게 심장이 뛰는 자극을 선사한다.
아이에서 어른이 되며 잃어버린 혹은 잊어버렸을 무언가를 찾을 수 있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거짓에 눈이 멀어버리면 영영 진실을 볼 수 없다고 힘주어 말한다. 진실을 알 수 없다고 포기해 버린다면 이 세상은 모두 굴뚝 마을처럼 되고 만다는 섬뜩한 디스토피아를 상상케 한다. 스토리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아름다운 OST와 사운드가 눈과 귀를 빼앗는다.
오색찬란한 풍경과 귀여운 캐릭터를 품은 섬세한 작화 스타일과 스팀펑크 장르가 결합되어 심오한 주제관을 갖고 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천공의 성 라퓨타>, <설국열차>, <모털 엔진> 등이 연상된다. 견고한 전체주의 사회를 무너트릴 수 있는 희망에 관해 말하면서도 어두운 사회를 만들지 말아야 할 어른들의 자성의 목소리도 반영되었다.
특히, 벼랑 끝에 가야 낭떠러지가 있는지 알 수 있다는 말처럼, 별은 본 사람이 아무도 없기에 정말 별이 있다고도, 없다고도 할 수 없다는 진실을 설득하고 나선다.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기 전까지 어떤 것도 허무맹랑한 게 아님을, 서로 다르지만 이를 극복하고 둥글고 둥글게 어울려 사는 법도 제시한다. 혐오와 차별이 난무하는 시대를 향한 따스한 일침이다.
루비치와 푸펠은 사회 속 외톨이로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다. 하지만 굴뚝 청소부 동료들과 수다쟁이 스콥의 도움으로 차츰 진실에 가까워진다. 어릴 적부터 아빠의 이야기를 듣고 자란 루비치는 연기가 걷히면 진짜 세상을 만날 수 있다고 믿는다. 언젠가 그 말이 거짓말이 아님을 증명하는 날이 올 거라는 기대를 마음속에 품고 살아간다.
진실을 눈을 가린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진짜 그렇다고 믿으면 진실에 가까워진다. 과거와 화해하지 않는다면 미래로 나아갈 수 없듯이 용기가 필요할 때 위로가 되어줄 영화다.
한편, <굴뚝마을 푸펠>은 2017년 출간 이후 69만 부를 기록한 니시노 아키히로의 동명 동화책을 애니메이션으로 옮겼다. 제작에도 참여한 원작자는 개그 콤비 킹콩의 멤버 겸 동화 작가라는 이색적인 이력을 가졌다. 독특하게도 동화책 제작 비용에서 모자란 부분은 클라우드 펀딩으로 해결했으며, 34명의 아티스트가 분업해 4년 동안 작업한 결과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