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혜령 Jun 07. 2021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 커플 천국 솔로 지옥

제작자 제임스 완이 구축한 프랜차이즈 공포물 '컨저링 유니버스'의 시리즈 컨저링의 세 번째 편이 선보였다. 저예산으로 짭짤한 수익을 올린 결과치로 공포영화 프랜차이즈를 기획했다. 제임스 완이 메가폰을 잡은 컨저링은 제작비 2천만 달러로 3억 달러를 넘게 벌어들인 흥행작이다.    


컨저링 유니버스는 컨저링 시리즈를 메인 이야기로 하며 등장하는 악령의 프리퀄이나 스핀오프로 꾸려진 공포영화의 연결성을 중심으로 한다. <컨저링> 1,2는 공포 장르의 마니아적인 취약점을 딛고 흥행과 비평 부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이번 편도 실화에 바탕을 두며 초자연 현상 연구가 워렌 부부를 주축으로 벌어진다. 집, 가족, 악령의 삼박자를 이용해 음산한 분위기로 몰입을 유도한 뒤, 점프 스퀘어로 공포심을 유발한다. 저주, 주술, 엑소시즘 등 오컬트적 요소와 배우들의 호연은 '호러 명가'의 명성을 이어가는데 한몫한다. 전작들이 악령이 깃든 집을 소재로 삼았다면 이번 편에서는 악마를 소환하는 저주의 근원을 찾는데 주력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호러 프랜차이즈    

영화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 스틸컷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는 1981년 집주인을 수십 차례 칼로 찔러 살해한 아르네 존슨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순진한 19세 청년이 자신 속에 들어간 악마와 싸우다 결국 무기를 들었고, 환각이 보이는 상태에서 저지른 끔찍한 사건이었다. 사건은 '최초'라는 수식어로도 유명하다. 코네티컷 주의 작은 마을 브룩필드에서 193년 역사 동안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살인 사건의 신호탄이었으며, 미국 역사상 최초로 기록된 '악마 빙의 재판'의 주인공이 되었다.    


잔혹한 살인사건의 용의자 어니(로우니 오코너)는 악마가 시켰다는 발언으로 재판의 미스터리함을 더했다. 어니는 여자친구의 데비(사라 캐서린 훅)의 동생 데이빗(줄리안 필리아드)에게 붙은 악마가 자신에게 옮겨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워렌 부부는 데이빗에게 엑소시즘을 해 43위의 악마가 빙의했다고 증언하며 어니의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어니가 감옥에 들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사건은 또다시 일어나 혼란스럽고, 급기야 어니의 자살시도로 정점에 오르게 된다. 악마의 위용은 점점 더 커져 위태로워지는 상황을 맞이한다. 하지만 워렌 부부는 끈질긴 추적 끝에 모종의 사건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아내고 고군분투한다.    


아내 로레인(베라 파미가)의 영적 능력과 남편 에드(패트릭 윌슨)의 든든한 조력이 시너지를 발휘하며 진실을 밝히는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전작들보다 훨씬 비중 있게 다뤄진 워렌 부부의 사랑과 믿음이 집에서 나와 확장하고 나섰다. 거기에 어니와 데비 커플의 사랑의 힘까지 더해지자 워렌 부부 못지않은 결속력이 단단히 지탱해 준다.    


여전히 끈끈한 사랑의 힘

영화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 스틸컷

결과적으로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는 호러 영화라기보다는 범죄 스릴러, 추리물의 분위기를 담고 있다. 공포영화에서 자주 차용하지 않는 가족애를 통해 공포영화의 대중성을 더한 차별화에 성공한 영화다. 사랑의 힘으로 모든 국면을 극복해 내는 로맨틱 호러로 귀결된다. 1,2편에서 아내의 든든한 지원군이었던 에드가 이번 편에서는 건강상 문제로 한발 뒤로 물러나 있다. 때문에 활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움직이는 로레인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며, 둘의 애틋한 모습이 강화되었다.    


고전 영화 <엑소시스트>와 <싸이코>를 오마주한 오프닝의 엑소시즘 장면은 호러 영화 마니아라면 반가울 정도로 인상적이다. 데이빗 핀처의 <세븐>, 어빈 커쉬너의 <로라 마스의 눈>,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데드존>에서 영감받은 장면을 찾는 재미도 있다. 다만, 1,2편을 제임스 완이 연출한 데 반해 이번 시리즈는 <요로나의 저주>를 연출한 마이클 차베즈가 맡았다. <요로나의 저주>보다는 밀도 있는 서사와 클래식한 연출력을 선보이며 나름대로 선방했다. 공포영화를 힘들어하는 관객에게 인입할 수 있는 무난한 수위를 유지하는 정도다. 다만 극강의 공포를 원하는 관객에게는 다소 지루할 수 있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낫아웃> 흙수저의 씁쓸한 현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