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적인 두뇌를 가지고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폐쇄적인 로스(닉 로빈슨)는 뭘 시작하든 끝내는 법이 없었다. 벌써 몇 번의 벤처 사업은 망했고, 자포자기하고 있던 중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된다. 새로운 삶의 시작인가 싶은 희망도 잠시. 안타깝게도 명석한 두뇌를 불법적 일에 쏟아부으며 방향키를 제대로 틀어버리게 된다.
로스는 국가의 통제는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생각했다. 다수를 위한 개인의 통제는 옳지 않다고 판단, 국가의 힘을 약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게 된다. 완전한 자유는 무엇이든 사고팔 수 있어야 하며 국가는 존재 자체가 모순이라 믿으며 불신이 키워오다 흔적 없이 거래 가능한 다크 웹사이트 '실크 로드'를 만들게 된다.
실크 로드는 특별 브라우저 '토르(Tor)'를 통해서만 접속 가능했다. 블록체인 기술로 추적이 불가한 비트코인으로 거래할 수 있는 신흥 마약 슈퍼였다. 몇 번의 클릭만으로도 손쉽게 구입, 며칠 후면 집 앞에서 배달되는 익명 거래 방식을 섰고, 고객들은 미래가 도착한 것 같다며 환호했다. 이에 로스는 안전한 시스템인 비트코인만 있으면 영원히 잡히지 않으리라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갑자기 규모가 커지자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웠고, 유타 주에 사는 커티스(폴 월터 하우저)를 관리자로 고용한다. 생각보다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며 날로 성장하는 실크로드였지만 총기, 살인 의뢰 등 통제 불능 무법천지가 되자 고민에 빠진다.
결국, 로스는 FBI의 수배 대상 1순위로 떠오르며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되고 경찰의 추적을 피해 은둔 생활로 자취를 감춘다. 하지만 정체불명의 누군가가 말을 걸어오자 로스는 또다시 흔들리기 시작한다. 수사망을 좁혀 오는 경찰 대신 은밀한 거래를 믿고 맡길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편, 몇 개월간 공들인 마약 사범 체포 계획을 보기 좋게 망친 경찰 릭(제이슨 클락)은 재활 치료를 마치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다. 상사의 배려 덕에 파면은 면했지만 사이버 범죄 수사팀으로 출근하게 돼 난항을 겪게 된다. 베테랑 현장 요원이던 릭을 사이버 수사팀으로 보낸 것은 좌천이나 다름없었다.
한참 어린 탐장은 릭을 사사건건 무시하기 시작하고 닉은 남아있는 자존심과 인내심을 바닥까지 내보인다. 가족을 생각하며 포기하지 않고 고군분투하던 중 과거 정보원이었던 레이포드(다렐 브릿-깁슨)에게 컴퓨터와 인터넷을 속성으로 배워 은밀히 실크 로드에 접속한다.
<실크 로드>는 세상을 향한 도전과 혁신의 행동과 과학기술의 발전의 양날의 검을 생각하게 만드는 질문이 가득하다. 절대 발각되지 않을 거라 확신하며 치밀한 계획을 세운 로스의 자만심, 수사 과정에서 부정한 방법을 저지른 닉은 집착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게 된다. 각자 무엇에 중독되었는지도 모른 채 선을 넘는 행동을 보고 있노라면 씁쓸하다 못해 참담하기까지 하다.
세상에 완전 범죄는 없다는 사실을 메인으로 두 사람 각자가 심리적으로 무너지는 과정을 상세히 다루고 있다. 개인과 국가, 자유와 억압을 잘못 해석한 대가와 집착이 불러온 처참한 결과를 기사 출신 감독의 시선으로 면밀히 포착했다. 실제 범인은 잡혔지만 언제 어디서든 제2, 제3의 실크로드는 다시 활성화할 수 있다는 섬뜩함이 등줄기를 흠뻑 적시도록 만들기도 한다.
최근 핫이슈로 떠오른 다크 웹, 비트코인, 마약 거래 등 트렌디한 소재로 사실감과 몰입감을 높였다. 다만, 비트코인을 소재로 한 상세한 범죄 영화를 생각했다면 다소 실망할 수 있겠다. 그보다 개인의 사적인 이야기에 포커스를 맞춰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던 소재를 잘 살리지 못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