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과 위선, 우리는 모두 스퀘어 경계에 있다
© 더 스퀘어 / 루벤 외스틀룬드
더 스퀘어는 신뢰와 배려의 영역으로 이 안에서는 모두 동등한 권리와 의무가 있다
제70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더 스퀘어>는 위선적인 인간의 본성을 희화한 예측불허 부조리극입니다. 칸에서 수상한 작품은 어렵다는 편견을 누그러트린 강력한 메시지, 수려한 미장센까지 담아낸 작품임에 틀림없는데요. 마치 스웨덴의 현대미술관에 다녀온 듯한 경험치 뿐만 아니라, 북유럽의 성향과 복지국 스웨덴의 다중적 사회문제까지 집약한 인간 본성 탐구 보고서 같았습니다.
주인공 '크리스티안(클라에스 방)'의 뉴 프로젝트 '더 스퀘어'는 2015년 감독이 직접 제작한 동명의 예술 프로젝트에서 영감을 받아 극영화로 만들어졌습니다. 어쩐지 모르게 도와주고 싶은 짠 내 나는 스톡홀름 현대미술관 수석 큐레이터 '크리스티안(크라에스 방)'의 좌충우돌 인상을 통해 이중성, 위선 그리고 나약함을 위트 있게 다룬 블랙 코미디입니다.
# 머피의 법칙, 더럽게 안 풀리는 그런 날
세상 가장 우아할 것 같은 완벽해 보이는 수석 큐레이터의 양심을 찌르는 연쇄 도미노처럼 일어나는 사건사고가 '만약에 나라면..?'이란 상상을 해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듭니다.
아침부터 나도 모르게 소매치기를 당하지 않나, 재미로 시작한 범인 찾기 놀이가 일파만파 커지고, 일상적 하룻밤을 보냈다고 생각한 앤의 질척임으로 난감, 전시 홍보에 관여를 안 했더니 일어난 노이즈마케팅의 여파까지. 머피의 법칙, 운수 좋은 날이 겹친 '크리스티안'의 꼬여버린 일상과 핀 조명으로 밝히는 특별한 현대미술관의 전시가 매칭 되며 자연스러운 스토리텔링으로 이어집니다.
#선과 악의 경계, 우리들의 선 긋기는 어디까지?
194cm의 훤칠한 키, 수려한 외모, 수석 큐레이터라는 직업까지 혼자 사는 세상 같은 크리스티안은 사실 우리 모두를 대변합니다. 도와 달라는 난민을 외면하고, 정치적인 올바름을 추구하지만 속내는 다른 이중성. '더 스퀘어'가 같은 컨셉은 경계의 이중성을 고발하는 프로젝트로 선 안과 밖의 사람이 다르지 않음으로 해석할 수 있는 설치미술입니다.
적당히 매너를 지킬 줄 알고, 주변 평판도 괜찮은 크리스티안은 체면 차리다 결국 무너지고 맙니다. 결국 거지에게 도움을 빌어야 하고, 자신의 경솔한 행동에 피해를 입은 아이에게 사과를 해야 했으며, 수석 큐레이터 자리까지 물러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죠. 이처럼 한 가지 일로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일상을 통해 반성하고 삶을 되돌아볼 것을 이야기하고 있죠.
초반부 크리스티안을 줄곧 나선형 계단의 꼭대기에서 바라보던 카메라가 후반부로 갈수록 계단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는 시선으로 바뀐 형태는 모두의 양심에 호소하는 작은 움직임이라 봐도 무방합니다. 또한 엄숙함이 감도는 작가 인터뷰 장면에서 터져 나오는 틱장애 발언은, 위선에 정면 대응하는 감독의 영민한 꼼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 북유럽의 흔한 일상, 유럽 난민과 육아
스웨덴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민에 대한 책임을 지는 복지국가로 알려져 있죠. 무엇보다 스웨덴의 육아정책은 모범사례로 배울 것이 많습니다. 그 단적인 예가 아빠의 육아 참여제도가 활발하다는 것입니다. 영화 속에서 보면 직장에 아무렇지 않게 아기를 데려와 돌보면서 회의하는 장면이 시선 강탈! 인상적인데요. 스웨덴은 최소 6개월 이상 부모휴가를 선택해 아빠의 육아도 존중해 주는 나라인 점을 알아두면 좋습니다.
요즘 유럽 영화에서 두드러진 소재는 바로 '난민 문제'입니다. 개봉을 앞둔 <주피터스 문>에서는 난민을 SF적 판타지로 담아냈으며, <더 스퀘어>에서는 일상화된 난민을 다루고 있죠. 복지국가 스웨덴도 예외 없는 난민을 향한 다각화된 시선을 읽을 수 있습니다. 결국 전시 '더 스퀘어'를 통해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신뢰와 배려, 사회적 역할의 변화 그리고 책임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상황은 바뀔 수 있는 가변성, 연대의 필요성을 시사하기도 합니다.
전작<포스 마쥬어: 화이트 베케이션>으로 제67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루벤 외스틀룬드'감독은 일찌감치 재능을 인정받았습니다. '불가항력'이란 제목답게 돌발 상황에서 발현되는 나약함을 제대로 파고든 연출이 돋보이는 영화지요. <더 스퀘어> 관람에 만족하셨다면 <포스 마쥬어: 화이트 베케이션>도 추천드립니다.
참고로 쿠키영상은 없으며, 모션 캡처로 잘 알려진 배우 '테리 노터리'의 숨 막히는 열연은 새로운 영화적 체험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이 부분을 놓치지 마세요!
별점: ★★★★★
한 줄 평: 선(Line)!은 언제나 무너질 수 있다는 명쾌한 명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