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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Jul 31. 2018

<어느 가족>

'고레에다 히로카즈' 가족영화의 확장된 세계관

© 어느 가족 / 고레에다 히로카즈


제71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또 다른 가족 이야기 <어느 가족>은 할머니의 연금과 물건을 훔치며 살아가는 좀도둑 가족의 일상을 무덤덤하게 담았습니다. 

그동안 '고레에다 히로카즈'감독이 그려내는 가족의 초상은 다양한 형태였지만, 따스함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요. 점점 개인화되고 있는 사회 속에서 피를 나눈 사이가 아니더라도, 유대란 끈으로 이어진 새로운 가족 형태를 만나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 가족이란 집에 모여사는 사람들, 그들을 무엇으로 이어져있을까?          

            

피가 이어지지
않으면 괜한 기대를 안 하지..





이제 가족의 정의를 새롭게 써야 될 것 같습니다. 집 가 (家), 겨레 (族)을 쓰는 '가족'은 오랫동안 혈연을 중심으로 또는 혼인으로 이루어진 집단을 말했는데요. 겉으로 보기에는 여느 가족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각자의 사연으로 모인 집단에 가깝습니다.  구성원들은  사랑과는 또 다른 정과 온기를 나누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생계를 위해 아이들에게 도둑질을 가르치는 남자, 엄마 같기도 이모 같기도 한 의문의 여자, 언니와 누나 혹은 할머니의 손녀 같아 보이는 비밀이 많은 소녀, 좀도둑질에 소질이 있는 남자아이, 가족 같은 구성원의 물주인 할머니. 그리고 추운 겨울 어느 날, 길에서 주워 온 가엾은 여자아이가 모여 살고 있는 허름한 집이 있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한 가족이 부모의 사망 소식을 숨긴 채 연금 부정수급한 사건에 영감을 얻어 기획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죽었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라고 말한 가족의 말에는 또 다른 사연이 있지 않을까란 상상으로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유려한 연출과 꽉 채운 스토리텔링이 빛나는 <어느 가족>은 늘 그랬듯이 감독이 직접 각본과 연출, 편집을 맡았습니다.





이들은 비록 패치워크처럼 얼기설기 기워진 형태지만 가족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부모가 누군지도 모르고  맺어진 가족보다 더 진한 관계 일지도 모르겠는데요. 그 원동력은 돈, 정(情), 사랑, 공감, 의리, 연대 등 구성원에 따라 달리 느낄 수 있겠지만.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주며 역경을 이겨낸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이들은 무언가를 훔치지만 동시에 도둑맞았습니다.  결핍을 채우기 위해 훔친 그것이 음식, 물건, 돈일 수도 마음, 시간, 죄책감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존재기도 합니다. '진열된 물건은 아직 누구의 소유도 아니다'라는 말을 통해 위안 받고 정당화합니다.

이는 쇼타가 읽은 동화  《으뜸 헤엄이》를 메타포로  전달됩니다. 작은 물고기가 군락을 이뤄 큰 참치를 물리치는 이야기는 작가 '레오 리오니'의  '스위미 동화'이자, 생존을 위해 가족이 똘똘 뭉치는 만비키 가족(万引き家族, 좀도둑 가족)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가족 세계관 확장판




사랑한다면 이렇게 꼭 안아주는 거야..



영화는  '가족이 어떻게 저래', '가족이니까..'라는 말이 때로는 상처, 벗어나고 싶은 굴레일 수 있는 아이러니를 다룹니다. 가난과 범죄, 가정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을 <아무도 모른다>, 혈연이 아닌 관계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질문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확장판이라고 해도 좋은데요.  집은 구성원들에게 모여사는 공간이자,  밥을 같이 먹는 식구(食口)가 쉬는 터전, 그 이상의 의미가 될 수 있음을 전합니다.



가족은 무언가가 연결되어 있다면 가능합니다. 그 형태가 어찌 되었든 상관없습니다. 남 보다 더한 일도 서슴지 않는 관계를 마주할 때면,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영화는 아직 온기가 각박한 세상을 녹이는 치유제가 될 거란 일말의 희망을 갖게 합니다.


연일 기승을 부리는 불볕더위에 '여름'이란 계절이 싫어지고 있었는데요. <어느 가족>에서 보여준 여름 풍경 때문에 시큼한 땀 냄새와  부대끼는 살갗도 추억이 될 거란 상상을 해봅니다. 그리고 구슬 사이다, 찐 옥수수, 소면, 컵라면과 고로케 등은 음식을 접할 때면  영화가 기억날 것 같습니다.



 이처럼 좋은 영화는 엔딩크레딧이 올라간 후 끝나는 게 아닌, 각인된 추억이 언제든 다시 살아나는 경험이 많은 영화가 아닐까요?  저에게 <어느 가족>은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 엔딩의 여운,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영화, 당신에게는 있나요?

별점: ★★★★★
한 줄 평:  그렇게 가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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