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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Oct 01. 2021

<007 노 타임 투 다이>본드의 퇴장과 세대교체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007시리즈의 스물다섯 번째 작품이자 다니엘 크레이그의 5번째 영화다. 2006년 <007 카지노 로얄>부터 15년 <007 스펙터> 이후 5년 만의 신작이다. 007 시리즈 최초로 미국 연출가 캐리 후쿠나가 맡아 화제가 되었다. <그것>의 각본과 <제인 에어>, 드라마 [트루 디텍티브] 시즌 1을 연출하며 인정받은 주목받는 신예다. 다만, 다니엘 크레이그의 본드 은퇴작을 의식한 것일까. 생각만큼 막강하지 않았던 악당이 아쉽다. 그밖에 일본계 미국인인 감독의 영향인지 일본풍의 가면, 의상, 정원 등이 등장한다.     


시점은 <007 스펙터> 이후 스펙터의 세력이 힘을 키웠을 때다. 그 사이 제임스 본드(다니엘 크레이그)는 은퇴했고, 마들렌 스완(레아 세이두)과 연인 사이로 발전해 미래를 꿈꿨다. 항상 무언가에 쫓기듯 불안한 삶을 청산하고 새롭게 시작하려던 찰나. 여지없이 불행의 싹은 피어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 비밀을 털어놓고 진정한 믿음을 보여주기로 약속했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새 출발 하기로 했다. 제임스는 그 일환으로 가장 먼저 베스퍼(에바 그린)의 무덤을 찾았으나 원인 모를 공격이 시작되며 위험에 처한다. 그 배후에 마들렌이 있다는 의심이 커지며 둘 사이가 틀어지게 된다. 5년 뒤, 본드는 다시 MI6를 도와 악의 세력으로부터 세상을 지키는데 일조하게 된다.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스틸컷

이번 시리즈도 첩보 액션 장르답게 새로운 무기가 등장한다.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진화하는 첨단 장비와 슈트 정석을 확인하는 즐거움이 007시리즈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영화 시작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007의 시그니처인 오프닝 크레딧보다 인상적인 오프닝을 보여준다. 소녀였던 마들렌이 악당 사핀(라미 말렉)과 얽히게 되는 인연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설원 위의 오두막에서 벌이는 서스펜스가 압권이다. 마들렌과 사핀은 둘 다 가족을 잃고 고아가 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얼굴에 흉터가 있고 하얀 가면이 인상적인 사핀과 다가가려 할수록 가시 돋친 한 떨기 장미 같은 마들렌은 동병상련의 운명을 타고났다.     


15년 동안 활약한 007, 본드걸보다 본드우먼    


본드가 요원이라기보다 한 인간으로 다가갔다. 유일한 사랑이었던 베스퍼를 잊게 해준 한 여인을 만난 개인적인 서사를 강조했다. 조직의 일원도 전설의 첩보요원도 아닌 한 여자의 남자가 되고 싶어 했다. 미션 완료 때문에 사람을 죽이고 위험에 빠트리는 활약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된다. 따라서 몸이 먼저 반응하는 본능적인 첩보요원으로서의 직업적인 삶과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일상이 투 트랩으로 움직인다.    


함께 주목할 부분은 단연 본드걸이다. 본드걸은 전 세계적인 인지도를 단번에 얻어 슈퍼스타가 가능한 일등석이었다. 때문에 수많은 배우가 본드 옆자리를 탐했고 앉고 싶다고 아무나 앉을 수 없었다. 하지만 본드걸의 저주라는 말이 붙을 만큼 관능적인 이미지만 반짝 소비하다 사라졌다.     


시대가 바뀔수록 007 시리즈 초반의 핀업걸에서 위상도 달라졌다. 1990년대 후반부터 전통적인 본드걸의 이미지를 탈색하는 데 힘썼다. 팜므파탈, 조력자, 빌런 등으로 변화하며 입체적인 여성 캐릭터로 변화했다. 따라서 더 이상 본드를 뒷받침하는 본드걸은 존재하지 않는다. 본드의 성(性) 적 파트너이자 관객의 눈을 사로잡기 위한 관능적인 미녀로만 소비되지도 않는다.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스틸컷

이번 시리즈부터 본드걸이 아닌 본드 우먼으로 거듭했다고 봐도 좋다. 분명 매혹적이기는 하나 본인 경력을 위해 움직이는 주체적인 여성이 있을 뿐이다. 1962년 <007 살인번호>에 비키니 차림으로 등장해 59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본드걸 대신 다채로운 네 여성 캐릭터가 등장한다. 연인, 007 번호를 부여받은 00 요원, CIA 요원, MI6 현장 요원으로 구성되었다. 레아 세이두, 라샤나 린치, 아나 디 아르마스, 나오미 해리스가 활약한다.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는 제작진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미 6대 제임스 본드의 퇴장이 예고된 영화답게 7대 본드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전통적인 남성 백인 본드에서 벗어나 유색인종이나 여성, 혹은 성소수자가 될 수 있을지 추측성 보도가 난무한다. 공식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지만 시리즈의 명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시리즈의 정통성을 이으면서도 세대교체와 미래를 논하는 시리즈다. 본드의 15년간 활약을 정리하고 미래 세대를 논하는 징검다리 역할과 경의를 표하는 뜻깊은 퇴장식을 겸비했다. 그동안 수고 많았던 제임스 본드, 다니엘 크레이그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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