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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Dec 16. 2021

<티탄> 영화를 보긴 했는데 내가 지금 뭘 본 거니??

<티탄>은 대체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전개가 매력 포인트다. 한 해 건네 뛰고 열린 칸영화제에서 쥘리아 뒤쿠르노 감독은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피아노>의 제인 캠피온 감독 이후 두 번째 여성 감독의 수상이며, 이례적인 호러라는 특이점이 있다. 최근 본 영화 <베네데타>와 비교하자면 <베네데타>는 불편했고 <티탄>은 불쾌했다. 삼십 대에 두 번째 영화로 권위적인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줄리아 뒤쿠르노 감독의 후속작이다.


주제면에서는 한가지로 요약하기 힘들지만 가족영화이면서도 신화의 재해석, 그리고 유동적으로 흐르는 젠더 플루이드와 종의 확장이라 말할 수 있겠다. 더 나아가 금속과 결합한 인간, 여성과 남성의 그 이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교배의 탄생, 그 어디쯤이지 않을까 싶다. 명확하게 정하기 보다 여러 해석이 이 영화를 더 화려하게 만들어 준다고 본다.     


상상도 해본 적 없는 자동차와의 사랑은 로봇과의 사랑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한 이종교배와 신인류의 탄생을 예고한다. 평일 조조에 열댓 명 있는 거 처음이다. 인기가 많긴 많구나를 실감했다. 나만 변태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변태들이 많았다고나 할까.     


도대체 무엇을 이야기하려는 건지, 충격적인 비주얼과 고어적 연출을 보다 보면 '대체 감독이 어디까지 보여주려고 저러나'싶을 정도로 머리가 얼얼하다. 극장 관객도 영화가 끝난지만 쉬이 일어나지 못하는 듯 보였다. 평일 오전 시간에 멀티플렉스의 예술영화 전용관이라도 어김없이 켜지는 조명 때문에 나가게 되는 학습효과가 나타나지 못했다. 엔딩 크레디트 감상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영화 <티탄> 스틸컷

<티탄>의 줄거리를 짧게 요약하자면 아버지 때문에 교통사고를 당해 머리에 티타늄을 박은 알렉시아(아카트 루셀)가 억제할 수 없는 충동과 욕망에 허덕이는 이야기다. 이후 10년 전 아들이 실종된 뱅상(뱅상 랭동)과 얽히게 되며 충격의 도가니에 들어서게 된다. 새롭게 가족이 되고 인정하고 믿음으로써 사회의 정념이라 믿어 왔던 관습을 모조리 해체하는데 러닝타임을 할애하고 있다.     


티탄은 그리스 로마 신화의 타이탄에서 어원이 출발했다. 1795년 티탄 원소를 발견한 클라프로트가 강력한 물질이란 뜻에서 따와 붙였다. 타이탄은 우라노스(하늘)와 가이아(땅)의 결합에서 온 자손이니 찰떡 작명인 셈. 가볍고, 잘 부식되지 않는 성질 때문에 항공기 소재로 쓰인다.     


영화에서는 알렉시아의 기이한 행동과 상황이 과학적인 연유보다 신화적인 측면에 치중했으며, 고어적이고 가학적인 영상이 정신적, 육체적 대혼란을 유발한다. 어쩌면 알렉시아는 성모 마리아이면서도 예수로도 상징된다. 훗날 뱅상을 떠받드는 소방관 무리들이 그를 하나님으로 생각하니, 당연히 내 아들은 예수라는 직접적인 말로도 환원된다.     

영화 <티탄> 스틸컷

차후 아버지가 되는 뱅상의 직업이 소방관이 것은 흥미롭다. 알렉시아가 불을 가까이하고 좋아해 어쩔 줄 모르는 것과 상반된다. 방화범과 소방관의 기묘한 만남. 아버지와 아들인지, 남성과 여성인지, 사람인지 기계인지 쉽게 경계지을 수 없는 존재를 그린 영화가 <티탄>이지 싶다. 최근 본 영화 <베네데타>와 비교하자면 <베네데타>는 불편했고 <티탄>은 불쾌했다. 삼십 대에 두 번째 영화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줄리아 뒤쿠르노 감독의 후속작이다.     


유동성을 기반으로 자유는 가족의 선택과 맞닿아있다. 부모에 의해 갑자기 태어나 가족으로 한데 묶인 혈연 집단을 버리고 선택으로 맺어진 가족. 가족의 의미와 앞으로의 믿음은 현시대에 물음을 안긴다. 당신이 진리라고 믿어왔던 가치가 뒤흔들리는 공포다. 당신에게 묻고 있다. 당신이 진리라고 믿는 정의를 고정되어 있는가. 언제든지 필요에 따라 변할 수 있을까. 그리고 타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필터링은 어디까지인지 고정관념을 해체하는 무서운 영화다.     

영화 <티탄> 스틸컷

계속해서 감독 GV가 필요한 질문이 떠올랐다. 쥐스틴, 아드리앵, 알렉시아는 전작 <로우>와 연결되는 캐릭터다. 알렉시아의 몸에서 흐르는 피를 보며 오일 맛이 느껴지는 미장센이 인상적이다. 자동차에 성적 매력을 느끼게 되는 건 티타늄 때문일까. 알렉시아가 후반부 보송해진 콧수염이 얼핏 보인다. 이는 남성성과 여성성 둘 다 함의된 변화일까. 그래서 태어난 아이. 그러니까 휴먼+메탈 혼종 아이는 어떻게 살았을까.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가족 형태는 그날 하루 종일 나를 생각의 구렁텅이에 밀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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