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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Dec 11. 2021

넷플릭스 <돈 룩 업> 사람들아 내 말 좀 들어보소!

6개월 시한부 지구를 앞두고 벌러진 대혼란 약 빤 풍자극


관종인가, 예언가인가? 트럼프 시대를 겨냥해 만들었고 작년 개봉했어야 하지만 그러지 못한 영화 <돈 룩 업>이 넷플릭스를 통해 오는 12월 24일 공개된다. 크리스마스와 함께 이 영화를 보는 시청자의 마음은 어떨지 궁금하다. 그전에 미리 극장에서 <돈 룩 업>을 만나 본 소감은 빠르지만 쉽고, 아담 맥케이 영화 같지만 조금 타협을 본 것 같은 러닝타임(?)과 재미였다.


언론시사회를 통해 본 상영 분위기는 가관이었다. 영화의 말도 안 되지만 곧 일어날 것 만 같은 씁쓸한 상황 때문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박장대소, 피식 거리는 웃음, 씁쓸한 썩소까지. 다들 139분이라는 압박감 있는 러닝타임 동안 마스크를 쓰고 강제로 밀폐된 극장에 있지만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아..이 영화 작정하고 만들었구나!'라는 일종의 전율 같은 경험 말이다.


작정하고 만든 약 빤 풍자극


영화 <돈 룩 업> 스틸컷

<돈 룩 업>은 아담 맥케이 감독 작품 중 전문 용어가 가장 적게 나오는 영화일지도 모르겠다. 이미 <빅쇼트>, <바이스>처럼 미국을 중심으로 한 경제, 정치 영화라는 백신을 맞은 관객과 미친 캐스팅에 이끌려 들어온 첫경험자까지 모두 만족스러울 것 같다. <딥 임팩트>, <아마겟돈>처럼 미국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먹는 지구방위대 영화와는 결이 다르다.


천문학 용어 하나도 몰라도 영화 이해하는데 지장 없다. 오직 한 가지만 알면 된다. '지금 막 혜성을 발견했는데 곧 망하게 생겼다는 것'. 그게 바로 지금 우리의 현실이고 눈 감고 귀 막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이다.


조금 더 파볼까? 실화를 바탕으로 했던 <빅쇼트>, <바이스>처럼 미국 경제와 정치를 논하지만 실화는 아니다.

영화 <돈 룩 업> 스틸컷

하지만 어쩌면 실제가 될지 모르는 이야기라고 떠든다. 그의 영화 중 출연진이 가장 많이 나오는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한다. 감독조차도 어디까지 캐스팅을 할 수 있을지 궁금했을 것 같다. 자진해서 출연했다고 할 정도로 이 영화가 가진 의미에 힘을 모은 결과치다. 기후변화, 미국, 전염병, 이대로 갔다가는 모두 망한다는 위기의식이 불러온 게 아닐까.


얼마 전 본 <프렌치 디스패치>가 유럽 부분 캐스팅 끝판왕이라면 <돈 룩 업>은 할리우드 부분 캐스팅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제니퍼 로렌스가 앞에서 끌고 뒤에서 매릴 스트립과 조나 힐이 민다. 그밖에 케이트 블란쳇, 타일러 페리, 롭 모건, 론 펄먼, 아리아나 그란데 등 말로 다 읊기도 어려운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두 영화 대세 배우 '티모시 샬라메'가 나온다는 공통점이 있다. 티모시 샬라메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핫하며 귀하게 모시는 배우가 되었다. <돈 룩 업>에서는 중후반부에 짧게 등장하지만 존재감은 크다. 그의 팬이라면 인내심을 장착하고 엉덩이를 좀 더 붙이고 있어야만 한다는 소리다.


6개월 시한부 지구를 앞두고..

영화 <돈 룩 업> 스틸컷

지구 멸망까지 남은 시간 6개월이라면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남은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고 투덜거릴 시간조차 아깝지 않을까. 지금까지 쌓은 인류 문명은커녕 꿈꾸었던 미래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사람들의 반응이 태연하다. 아니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미국 대통령과 언론, 재벌이 천하 태평하다.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내 이야기가 아닌 것처럼 행동한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그날도 어김없이 최애 음악을 들으며 맛난 잼을 발라 토스트 한 쪽을 먹으면서 천체망원경을 들여다보고 있던 대학원생 케이트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렌스)는 혜성을 발견한다. 최초 발견자에게 붙여지는 이름을 따 디비아스키 혜성이라고 들떠 있던 것도 잠시. 좀 이상하다? 왜 이쪽으로 오는 거지?


담당 교수 랜들 민디(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궤도를 계산하다가 잘못 계산한 거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혜성이 6개월 후면 지구와 충돌해 인류가 사라질 값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발 빠르게 케이트와 랜들은 대통령을 만나러 백악관으로 향한다. 최대한 빠른 시간에 면담을 요청했지만 백악관의 반응은 어째 뜨뜻미지근하다.


멸망마저도 정치적 이익을 위해 계산기 두드리는 상황이 연출된다. 어디서 많이 본 상황 같지 않나? 그렇다. 코로나19 사태에 선거 때문에 미온적 대응했던 트럼프 정부가 떠오른다. 거들먹거리며 아무 말이나 하는 태도하며, 주요 인사에 가족을 대놓고 낙하산으로 앉힌 행보, 히어로를 자처하는 보여주기식 정치와 명품과 돈에 환장한 속물적 근성까지 닮았다.

영화 <돈 룩 업> 스틸컷

대통령과 측근이 다 같이 뭘 잘 못 먹었나? 곧 죽게 생겼다는데 코앞으로 다가온 중간 선거 생각만 한다. 이에 실망한 두 사람은 언론에 제보하기로 한다. 케이트의 남자친구 찬스를 이용해 시청률 최고의 TV 쇼에 출연하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도 두 사람의 굴욕은 끝없이 반복된다. 톱스타 결별설 때문에 묻히고 고군분투하다가 화를 내고 나가버린 케이트는 인터넷에서 밈이 되어 떠돈다.


그 사이 속수무책으로 시간을 흐르고 다시 백악관 콜을 받고 가보니, 혜성의 궤도를 수정해 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뭐로 가도 서울만 하면 되지 않나 싶은 생각에 내키지 않지만 성심성의껏 돕기로 한다. 하지만 그마저도 혜성에 돈이 되는 광물이 발견되었다며 끼어든 IT CEO 때문에 무너진다. 기업 배시의 수장 피터(마크 라이언스)는 묘하게 스티브 잡스와 일론 머스크가 떠오르는 이미지로 상황을 뒤틀어 놓는 숨은 복병이었다.


대 환장 파티, 피할 수 없다 그냥 즐겨라!


누구도 지구 멸망이란 진실을 믿지 않는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불편한 진실을 애써 손바닥으로 가리고, 눈 감고 귀 막는 상황이다. 진실은 감출 수 있는 대로 감추고 진짜가 아닌 환상을 쫓으려고만 한다.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인간의 무지한 선택이 불러온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마치 전 세계가 기후변화에 앞장서야 한다며 각종 캠페인을 벌이지만 당장 플라스틱 컵에 빨대를 꽂아 커피를 쉽게 마시는 행동과 같다. 처음에만 놀라고 호들갑이지 "늑대다! 큰일 난다"라는 양치기의 말도 반복되면 식상한 거짓말이 되고야 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그노무 에르메스...

영화는 세울 수 있는 대립각을 끝도 없이 세우기만 하다가 끝난다. 룩 업 파와 돈 룩 업 파. 다시 말하자면 하늘에 떨어지는 종말을 직시하자는 자와 무시하자는 자의 날 선 대립이다. 당신은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누구와 무엇을 할 것 같은가? 러닝타임이 짧아질수록 그 질문이 떠나지 않는다. 씁쓸한 웃음이 입안 가득 피어난다.


참, 쿠키 영상이 2개나 있다. 현재 넷플릭스 스트리밍 전 극장 상영 중이니 영화가 끝나고 자리를 뜨지 말고 더 앉아있기를 바란다. 마지막까지 에르메스 가방은 영롱하게 빛난다. 역시 명품은 명품인가 보다.


*이 글은 키노라이츠 매거진에도 실렸습니다 *

넷플릭스[돈 룩 업] 6개월 뒤 지구가 망하는데.. 1도 관심 없는 사람들아! : 네이버 포스트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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