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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언포기버블> 잃어버린 20년을 아시나요?

by 장혜령

12월 10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될 영화 <언포기버블>을 극장에서 먼저 만났다. <언포기버블>은 넷플릭스 킬러 콘텐츠 <버드 박스>의 희로인 산드라 블록이 넷플릭스로 3년 만에 귀환한 영화다. 2009년 영국 드라마 [언포기븐] 3부작을 영화로 각색했다.

언포기븐.jpg 영드 [언포기븐]

2018년 공개한지 일주일 만에 4,500만 명이 시청했던 <버드 박스>는 여전히 효자 콘텐츠 중 하나인데. 공개 당시 누구를 만나면 안부인사가 "야 너 버드 박스 봤어?!"였던 때가 있을 정도였다. 아직까지도 명실상부 넷플릭스 입문용, 시간순삭 콘텐츠 상위에 링크되어 있던 영화기도 했다.


<언포기버블>은 산드라 블록이 <버드 박스> 이후 선택한 영화이자 제작에 참여한 영화라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까칠한 얼굴로 한껏 침울하고 어두운 기운을 품고 있는 산드라 블록의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내심 기대가 되었다. 참고로 <버드 박스2>는 스핀오프이자 시퀄로 제작된다고 한다.

잃어버린 20년 어디서 보상받나요?


영화 <언포기버블> 스틸컷

경찰(보안관) 살인죄로 20년간 수감 생활을 거쳐 가석방된 루스(산드라 블록)는 사회로 나가면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 날마다 감옥에서 편지를 썼지만 한 번도 답장해주지 않았던 동생의 소식을 듣고 싶다. 하지만 정보력과 자금력이 부족하다. 무엇보다 24시간 담당 경찰의 보호감찰 속에 동생의 소식을 접하기는 쉽지 않다. 동생이나 피해자 가족과 접근 금지명령이 있고 술, 약물 등 물의를 일으키면 다시 수감된다는 규칙을 철저히 지켜야만 하는 제약이 있다.

사회는 루스를 그대로 보려 하지 않는다. 전과자란 평생 떨어지지 않을 딱지가 붙어 있기 때문이다. 교도소에서 착실히 목공일을 배운 루스를 제대로 무기력하게 만든다. 괜찮은 재능을 가졌음에도 전과자란 신분 때문에 재능을 보여주기도 전에 벽에 부딪힌다. 루스는 생각보다 높은 벽을 실감한 후 어쩔 수 없이 생선 공장에서 일하게 된다. 억울한 20년을 보상받거나 복수하려는 생각은 없다. 그저 어떻게든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어느 것도 루스에게는 고달프기만 하다.


루스는 어린 시절 부모님을 여의고 동생 케이티와 농장에 단둘이 살았다. 루스는 동생의 엄마이자 보호자, 유일한 가족이었다. 가족의 마지막 유산이자 소중한 터인 집을 지키고 싶었지만 퇴거 명령으로 내쫓길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경찰이 집을 포위하고 격렬한 상황이 이어지자 루스는 총이 있다며 위협하기 시작하며 대치 상황에 놓였다.

그렇게 살벌했던 상황이 얼마나 흘렀을까. 루스는 혼자서 집에 한 발자국도 들여놓을 수 없다고 버티고 또 버텼다. 하지만 눈 깜짝할 순간 일이 터져버렸다. 현관이 아닌 다른 문으로 들어오던 경찰은 총에 맞아 사망했고 루스와 동생은 이후 헤어지게 된다.

호불호가 갈릴만한 기대 포인트는?


영화 <언포기버블> 스틸컷

영화는 루스를 중심으로 세 가족의 이야기를 교차해서 보여준다. 첫째는 동생이 입양된 가정, 둘째는 현장에서 사망한 경찰의 가정, 마지막으로 루스와 동생이 살았던 집에 사는 변호사 가정이다. 이 세 가정과 루스의 관계는 처음부터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 마치 뒤죽박죽 엉켜버린 실타래를 풀어나가듯 하나씩 교차편집해 준다.

그 부분이 어쩌면 조금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 호불호가 갈릴만한 연출 방식과 러닝타임 분량의 할애다. 그러나 그 과정을 생략한다면 후반부에 벌어질 반전의 맛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이 영화를 20년을 감옥에서 보낸 루스의 심정으로 천천히 기다려 봐야 한다. 20년 동안 생각했을 동생의 예쁘고 귀여웠을 성장기, 단어를 배우고 말을 하고 학교에 다니게 된 동생과 함께하지 못한 시간을 생각한다면 그 정도쯤은 예삿일도 아니다.

그러나 20분 단위로 쪼개진 웹드라마나, 유튜브의 영상에 길들여져 있다면 매우 지루해질 수 있겠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나, 사실상 극장 관람이 어울리는 영화라는 견해다. 초반, 루스라는 캐릭터에 빠져들기 위해서는 극장에 갇혀 루스의 삶을 강제로 체험하는 이입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넷플릭스 스트리밍이 시작되면 중간에 끊지 않고 정주행한 스트리머의 수치가 궁금해지는 영화기도 하다.

모성을 뛰어넘은 자매애, 산드라 블록의 인생 연기


영화 <언포기버블> 스틸컷

<언포기버블>은 태어날 때부터 '가난'과 함께 시작하며 넘어설 수 없는 큰 벽과 마주해야 하는 사람들에 관한 영화다. 스릴러의 외피를 입은 가족 드라마이자, 사회고발 드라마다. 세계의 경찰, 부자 국가라고 일컫는 미국의 빈부격차 아래에 자리하고 있는 수감 여성의 일상을 낱낱이 보여주며 말을 걸고 있다.

하지만 부모 없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백인 여성의 비극만을 다루지 않는다. 중산층이지만 흑인이란 이유로 백인과 같은 죄를 저질러도 가석방 받지 못할 상황이나, 아버지를 잃고 가세가 기울어 블루칼라 노동자가 된 두 형제의 삶도 비춘다. 전반적으로 우울하고 눅눅하지만 그녀의 인생극장을 끝까지 시청하게 만드는 요소가 숨어 있다.


그들이 마주한 가난이란 시스템은 범죄에 노출될 수밖에 없으며, 출소 후에도 사회에 적응하기 힘든 돌고 도는 굴레라는 것을. 이를 날 것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루스의 상황에 몰입도를 높이고 감추어진 비밀을 조심스레 들추어 내는 과정을 따른다. 이 긴장과 분노의 상황은 한스 짐머와 데이비드 플레밍의 음악으로 극대화된다.

산드라 블록이 연기한 루스는 모성애와 자매애를 결합한 숭고한 사랑 그 이상을 보여준다. <그래비티>, <버드 박스> 이후 그 이상을 갱신할 만한 혼신의 연기를 펼친다. 혐오, 용서, 관용, 연민 등의 단어가 떠오른다. 영화는 끊임없이 관람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과연 나라면 과연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모성보다 깊은 자매애가 있을 수 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물며 오랜 여운이 맴돈다.


*이 글은 키노라이츠 매거진에도 실렸습니다 *

넷플릭스 [언포기버블] 호불호가 갈릴만한 재미 포인트는? : 네이버 포스트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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