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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Dec 27. 2021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웃음기 없는 궁서체

1대 신사의 품격



<킹스맨>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이자 프리퀄인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매우 진지했다. 청불인 만큼 잔인한 묘사와 액션, 농담이 킹스맨의 시그니처였다고 본다면 확실히 1대 킹스맨은 사실상 노잼이다.


어둡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점심을 먹은 후 식곤증까지 겸비하고 본 영화는 숙면을 취하기 딱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30여 분을 꾸벅꾸벅 졸다가 결정적인 부분에서 나도 모르게 잠이 깼다. 그 부분은 예상하지 못한 변수였고 그때부터 각 잡고 심각하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에그시(테런 에저튼)와 해리(콜린 퍼스)의 기원에 관한 이야기다. 양복점인 킹스맨이 비밀 독립 정보 조직의 근거지가 된 시초를 다루고 있다. 선배 킹스맨의 활약상을 제1차 세계대전(100년 전)을 배경으로 들려준다. 킹스맨 버전 '라떼는 말이야'라고도 할 수 있는데, 농담과 자조 사이를 오가는 웃음기는 이번 영화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영국 귀족의 격식과 하이개그만 있을 뿐 처음부터 끝까지 사뭇 진지하다 못해 무겁기까지 하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어떤 영화?

영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스틸컷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1910년 대를 무대로 한다. 평화주의를 삶의 신념으로 여기는 옥스포드 공작(랄프 파인즈)는 2차 보어 전쟁(1899~1902) 중 아내를 잃는다. 아내는 죽으며 아들 콘래드(해리스 딕킨스)를 지켜 달라고 당부한다.


공작은 충분히 슬퍼할 겨를도 없이 유모 폴리(젬마 아터튼)와 집사 숄라(디몬 하운스)의 도움으로 콘래드를 키우지만 성인이 되자마자 전쟁에 나가겠다고 선언한다. 이를 말릴 수 없었던 공작은 어린 아들은 전장에 내보내는 것과 동시에 전쟁에 고립된 영국을 구원하기 위한 킹스맨 최초의 미션이 시작된다.


주요 메시지는 반전(反戰)과 평화

영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스틸컷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사실적인 전쟁 묘사와 희화화된 실존 인물과 허구 인물을 적절히 조합했다. 매우 클래식한 의상, 무술, 무기들이 등장한다. 먼저 옥스포드는 공작은 아내와 아들 바라기이자 신사다운 모습과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가진 매력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랄프 파인즈가 <해리포터>의 볼드모트로 각인되어 있는 분들도 많겠지만, 로맨틱한 순정파였던 <잉글리쉬 페이션트>, 희대의 악마였던 <쉰들러 리스트>, 깐깐한 호텔 직원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등에서 보였듯. 다채로운 색깔로 연기 변신이 가능한 천재 배우다.

영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스틸컷

다음으로 옥스포드 아들 콘래드를 맡은 해리슨 딕킨스는 어디가 끝인지 모를 긴 팔 다리를 소유한(어쩌면 말상까지) 사내로 젊음과 패기 넘치는 풋풋한 청춘을 연기했다. 그를 처음 만난 영화는 자비에 놀란 감독의 <마티아스와 막심>이었다. 그때는 좀 잘생기고 젠체하는 전형적인 미국 상사를 연기해 짧은 분량에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었다.


공작은 뼈대 있는 가문에서 오로지 평화를 인생의 모토로 살아온 인물로 아내와 아들을 전쟁에서 잃고 참다 참다 폭주한다. 폭주라고는 하지만 매우 신사적이고 우아하게 복수한다. 그 과정이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 코드네임이 아서 왕과 원탁의 기사인 것, 양복점, 마크 등의 기원을 설명해 준다. 첫 번째가 킹스맨에 대해 말해주었다면 두 번째가 영국이 아닌 미국 지사에 대해, 이번에는 앞으로 돌아가 기원을 말한다.


최악의 실존 악당, 섞이지 못하는 빌런

영화 <노팅 힐>,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스틸컷

여러 악당이 나오지만 가장 두르러지는 인물은 바로 '리스 이판'이 연기한 러시아의 수도승이자 광기의 라스푸틴 일 것이다. 리스 이판은 <노팅 힐>에서 잊지 못할 휴 그랜트의 괴짜 친구 '스파이크'로 나왔고, 이후에도 독특한 캐릭터를 두루 섭렵했다. 이번 영화에서는 죽이고 싶지만 죽지 않는 인간(?)으로 등장하며 사뭇 진지한 분위기에 활력을 불러 넣기에 충분했다.


라스푸틴은 기묘한 생김새와 이에 버금가는 행동으로 남의 마음을 훔쳤던 러시아의 비선 실세다. 그는 뱀의 혀로 러시아를 손바닥 위에서 쥐락펴락했을 뿐 아니라 세계 전쟁까지 유발하게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가 펼치는 발레 스핀은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독특한 무술(이라고 읽고 안무라고 쓴다) 이었다.


하지만 라스푸틴 말고는 그리 눈에 들어오지 않아 아쉽고, 후반부 등짝만 보여주는 최후의 빌런도 약해 맥이 빠지긴 하다. 마타하리(발레리 파흐너) 역할은 거의 스쳐 지나갔다고 할 수 있어 매우 불만스럽다. 그렇다고 해서 아예 수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영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스틸컷

앞서 말한 킹스맨의 스타일을 과감히 버리고 드라마적 이야기에 집중한 탓에 킹스맨 선조의 서사와 조직의 특별함이 더욱 다듬어졌다고 하겠다. 또 하나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는 1인 3역을 한 '톰 홀랜더'를 주목할 만하다. 영국의 왕, 러시아 황제, 독일 황제까지 사촌지간이라 가능한 비슷한 얼굴 생김은 자세히 보아야 보인다는 말을 실감케 한다.


참고로 다양한 떡밥들이 나열한다. 애런 존슨, 데이빗 크로스, 매트 구드가 나와 놀라긴 했다. 유독 등장인물이 키가 커도 너무 크다. 쿠키 영상이 1개 있다. 4편을 또 만들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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