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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장cine 수다

<특송> 베이비 시터가 된 베스트 드라이버

by 장혜령


오랜만에 극장에서 즐길만한 한국 영화라고 생각해 찾았던 나는 크게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박소담이 카체이싱에 도전했다고 해 얼마나 운전 잘 하나 보자 관망하러 갔던 나. 하지만 이 영화는 박소담의 열혈 투혼에도 불구하고 여러 영화가 생각나는 기시감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감독이 분명히 이 영화를 좋아하는 게 분명하다고 느낄 정도다.


영화 <특송>은 무엇이든 신속 정확하게 배달해 준다는 특송 전문 업체 드라이버 은하(박소담)가 어쩔 수 없는 사고가 생기며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졸지에 아이의 보모가 되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위험에 처해 아이를 보호하려다 자기 가족 같은 측근마저 곤혹스럽게 한다는 줄거리의 영화다.


영화 <특송> 스틸컷

자,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특송>을 보며 떠오르는 영화를 나열해 볼까. 첫 번째는 <레옹>이다. 무자비한 킬러지만 소년미를 간직한(겉만 아저씨인) 레옹과 같은 아파트 주민의 딸 마틸다와의 이야기가 닮았다. 성별이 바뀐 것은 물론, 후반부로 갈수록 아이(정현준)가 묘하게 이 보모가 된 아줌마 은하 누나나 이모, 엄마로 생각하는 게 아닌 이성으로 본다는 점도 비슷하다. 돈만 벌면 되는 캐릭터가 갑자기 아이를 보고 흔들리는 건 때아닌 개연성 부재다.


또한 결정적인 것은 악역인 경필(송새벽)은 게리 올드만을 너무나 대놓고 따라 한 게 티 나서 오글거리기까지 했다. 그래서 <아저씨>와 존 카사베츠 감독의 <글로리아>가 연상된다.


탈북민 출신인 게 후반부 밝혀지는데 좀 더 서사가 가미되어야 했다. 북에 두고 온 동생이 있다든지 정도의 말은 필요했지 싶다. 아빠가 죽은 아이를 그냥 두고 온다는 건 반인류애적인 행동이긴 하지만 이후로 허점투성이의 행동은 캐릭터를 응원하기 힘들게 한다.


영화 <특송> 스틸컷

두 번째 영화는 <베이비 드라이버>다. 영화에서 몇 번이고 특송 에이스인 은하는 수준급 카체이싱 신공을 보여준다. 저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싶은 다양한 기술이 펼쳐지는데 여성이라 더욱 카타르시스를 가져온 거라 본다. 감각적인 편집이 신의 한 수였고, 몰입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서사가 너무나 빈약해 흥미가 금방 떨어지고 주변 캐릭터도 매력이 없었다. 굳이 왜 저 배우를 넣었나 싶은 정도로 연우진, 염예란, 한현민은 다른 배우로 바꾼다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특히 한현민이 연기한 아시프는 정말 없어도 될 캐릭터였다.


결국 중간중간 차라리 카체이싱이나 더 보여주지 싶은 마음이 커졌다. 음악과 함께 질주하고 귀신같은 운전 실력의 캐릭터라는 점이 <드라이버>를 떠올리게 하기도 했다. 왜 이런 냉혹한 드라이버는 아픈 과거와 과묵함을 가진 걸까.


영화 <특송> 스틸컷

물론 <기생충> 이후 원톱 주연, 하드캐리로 변신한 박소담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캐릭터를 보여주었다. 독립영화부터 차근차근 올라왔던 이력과 기생충의 관심 이후 차기작이라 많은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한껏 뭔가 화끈하고 새로운 것을 보여줄 것처럼 기대를 부풀게 만들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늘 먹던 맛이라 식상하다.


'뭐야 속았다!'싶을 정도의 실망감은 아니지만 지독한 오프로드로 달릴 것처럼 해 놓고 시속 80킬로의 안전한 경부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으니 지루함이 밀려왔다. 결말의 훈훈함마저도 웃어야 하는데 웃을 수 없었다. 배달의민족답게 '특송'의 소재를 잘 살릴 줄 알았건만 아쉬운 108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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