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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Dec 01. 2018

《비커밍》 미국 최초 흑인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 첫 자서전

ⓒ 비커밍 / 미셸 오바마



"미국의 퍼스트레이디에게 주어지는 지침서 같은 건 없다. 엄밀히 말해서 퍼스트레이디는 직업도 아니고, 정보의 공식 직함도 아니다 연봉도, 정해진 의무도 없다. 대통령에게 딸린 사이드카 같은 자리일 뿐이다. 내 이전에 43명의 여성이 그 자리에 앉았었고, 그들은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 일을 해냈다."
P.377

드디어 펜을 들었습니다. 전직 최초 흑인 퍼스트레이디이자 한 아이의 엄마, 다양한 활동을 멈출 줄 모르는 미셸 오바마는 여전히 도전적이고 섬세한 여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 세계 동시 출간으로 화제가 되며 아마존 예약판매 1위에 오르기도 했던 책 《비커밍》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트럼프 시대를 맞아 전직 대통령의 그늘이 그리워지는 사람들을 위한 향수 같다고나 할까요? 8년 동안 백악관의 안방마님으로 있으면서 영부인, 엄마, 아내, 여성의 역할을 해내야만 했던 그녀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녹여 낸 책입니다.

 완벽하리만큼  전 세계 여성과 아이들을 위한,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인 흑인을 위한 일을 끊임없이 펼쳤습니다. 권위의 상징이었던 백악관을 친근한 곳으로 바꾸기도 하고, 두 딸과 개들과 함께 화기애애한 장소로 바꿀 수 있었던 중심은 바로 '미셸 오바마'였다고 할 수 있죠.



ⓒ 비커밍 / 미셸 오바마 첫 자서전



"퍼스트레이디가 되는 것은 큰 영예였고 기뻤지만, 내가 그 화려한 역할에 손쉽게 안착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한순간도 하지 않았다. 자신의 이름 앞에 '최초의 흑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사람은 누구든 그런 기대일랑 결코 하지 않으리라. 나는 오히려 높은 산을 앞에 둔 입장이었다. 이제 그 산을 올라서 사람들의 호감을 얻어야 했다. "

아마 '최초'라는 왕관의 무게는 힘들지만 보람 있는 그리고 스스로 성장하는 일이었다고 회고합니다.  대통령의 부속품처럼 거쳐온 영부인의 자리를 스스로 개척하고 다듬어가는 과정이 그녀에겐 넘어야 하는 도전이자 풀어야 하는 과제였을 테죠.

시카고 사우스사이드의 흑인 가정에서 태어나 백인들이 다니는 명문 프리스턴 대학에서 공부하며, 하버드 로스쿨에 입학하기까지. 어릴 적  소아과 의사가 될 거라면 주변의 이야기에 변호사가 되고, 병원 부원장을 거쳐 젊은이들을 위한 비영리단체의 대표, 변호사 시절 지금의 남편 버락을 만나 신념과 삶에 대한 이야기하던 때. 과연 훗날 퍼스트레이디의 자리를 상상이나 했을까요?

미셸 오바마는 오로지 자신만의 방식으로 최초와 유일이란 부담스러운 수식어(최초 흑인 퍼스트레이디, 유일한 흑인 퍼스트레이디)를 달고, 묵묵히 해냈던 일과를 기록하듯 써 내려갔습니다. 사람들은 이전의 영부인과 다른 잣대로 평가하리라는 것을 직감했고, 그 자리에 어울리는 우아함은 자신이 쟁취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죠.

ⓒ 비커밍 /  미국 최초 흑인 퍼스트레이디


미국 전직 퍼스트레이디의 삶을 알아가며 우리나라의 두 여성이 생각납니다. 현직 영부인 김정숙 여사와 연일 매스컴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혜경궁 김 씨. 묘한 기시감과 씁쓸함이 교차되며, 권력의 고고점, 인생의 터닝포인트는 한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하게 합니다.

미셸 오바마는 계속 전진할 것이라 말합니다. 무엇이 되기 위한 과정은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을요. 어제 화성탐사선 '인사이트'가 화성에 도착했습니다. 인류는 1961년 달에 첫 발을 내디딘 후 우주와 미지의 생명체에 대한 끊임없는 궁금증을 풀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첫걸음, 최초라는 수식어란 왕관의 무게를 견디는 자의 것입니다.

미셸 오바마의 자서전을 통해,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이기 이전에 나를 찾고 중심을 세우는 즐거움은 배울 수 있었습니다.  오늘도 나는 무엇을 위해 나아갑니다. 그 과정은 비록 무엇이 될지 모를 막연함과 두려움의 가시밭길일지라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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