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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장cine 수다

<아나이스 인 러브>남편의 내연녀와 사랑 빠진 아내

by 장혜령

<아나이스 인 러브>는 서른 살, 꿈 많은 아니이스에게 찾아온 숨 가쁜 인생을 담은 영화입니다. 제74회 칸 영화제 비평 주간 부문 초청되어 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퀴어 레인보우 부문에 초청받았는데요. 연출과 각본을 맡은 샤를린 부르주아- 타케의 빠른 템포와 발랄하고 주관이 뚜렷한 아나이스 드무스티에의 호흡이 시너지를 이룹니다.

영화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의 미묘한 기시감이 드는 젊은 여성의 당찬 모습, 에릭 로메르의 21세기 버전,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의 율리에의 러블리한 버전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우연과 필연이 연쇄적인 반응을 이루며 마법처럼 인연을 만드는 여성들의 이야기입니다.


그 사람의 아내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common_(9).jpeg 영화 <아나이스 인 러브> 스틸컷

서른 살의 대학원생 아나이스는 오늘도 달립니다. 집 주인의 밀린 월세를 독촉 받고, 남자친구와의 영화 데이트에 늦어 핀잔을 들어도 결코 느릿하고 여유 있게 살아갈 생각을 하지 않죠. 늘 충동적으로 행동해요. 누군가의 말을 듣기 보다 나 자신의 선택에 집중하려는 아나이스는 현대를 살아가는 그 누군가의 모습 같기도 하죠.

그러던 어느 날, 오랜 지인의 집에 초대받았다가 중년의 다니엘을 만나게 됩니다. 그는 아나이스의 아버지 보다 많은 나이 같아 보였지만 서로 호감을 느꼈고 관계를 맺게 되죠. 그러던 중 다니엘의 집에 초대된 아나이스는 운명처럼 그의 아내 에밀리의 사진을 만나게 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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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에밀리의 뒷모습에 반한 나머지, 그날도 에밀리를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작가였던 에밀리의 영상은 쉽게 찾아볼 수 있었고 팬이 된 순간, 운명처럼 길거리에서 마주치게 되죠. 아나이스는 다짜고짜 그녀를 불러 세워 당신을 존경하고 좋아한다고 고백을 하게 되는데요. 에밀리는 여느 극성팬이라고 생각하며 받아주다가 약속에 늦어 자리를 떠나게 됩니다.

며칠 후, 에밀리가 계속 좋아지자 중요한 학회를 가지 않고 에밀리의 학회를 참석하게 되는 아나이스. 그녀의 눈에 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던 중 드디어 단둘이 있게 될 기회를 포착합니다. 과연, 아나이스는 에밀리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요?

청년과 중년 여성의 밀땅

common_(13).jpeg 영화 <아나이스 인 러브> 스틸컷

아나이스는 타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욕망으로 나아가는 캐릭터이며, 노련한 중년 작가인 에밀리는 남편과의 관계나 일의 흔들림을 원하지 않는 보수적인 캐릭터인데요. 이 상충하는 두 여성이 만나 밀땅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에피소드가 관능적이면서도 유쾌하게 펼쳐집니다.

또한 욕망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표출하고 자유분방함을 매력으로 어필하는 아나이스는 다양한 사랑이 가능한 시대,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쟁취하고자 하는 주도적인 인생을 보여줍니다. 청년의 싱그러움과 중년의 원숙함이 오묘한 대립과 시너지를 풍기며 매혹시키는데요. 욕망과 성장의 두 키워드가 빨강(정열)과 파랑(성숙)으로 그려지죠.


점점 더 깊어가는 가을, 조금 색다른 러브 스토리를 원한다면 <아나이스 인 러브>를 선택해 보는 건 어떨까요? 개인적으로 <내 사적인 여자친구>에서 인상적이었던 '아나이스 드무스티어'와 <슬랙 베이: 바닷가 마을의 비밀>에서 충격적인 연기를 펼친 '발레리아 브루니 테데스키'의 케미가 압권입니다. 괜찮은 퀴어영화이자, 여성영화, 성장영화로 손색없을 선택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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