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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OTT 수다

[성+인물: 일본편] 성(性)스러운 탐구생활

넷플릭스 오리지널 19금 수위 선 넘는 예능

by 장혜령

넷플릭스에 이런 형식이 있었나? 넷플릭스라서 가능한 시도다. 넷플릭스가 처음 선보이는 미드폼 형식의 예능 <성+인물>은 빠르고 경쾌하게 묻고 답하는 토크 버라이어티쇼다. 성문화와 산업에 종사하는 인물을 만나 진솔한 대화를 시도하는 6부작 시리즈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30분이란 러닝타임은 출퇴근길, 식사, 취침 전 등. 5분 내외의 숏폼 콘텐츠의 유행과도 맞물려 기획된 것 같다. 부담 없이 정보성 콘텐츠를 소비하기 좋아하는 시청자를 사로잡을 만하다. 에센스만 담긴 미드폼 예능은 4~5개월의 짧은 제작 기간으로 최신 유행을 담고있다. 본론부터 치고 들어가 본질에만 집중한다. 자질구레한 건 다 떼어 버리고 과감하고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지상파는 물론 케이블에서도 할 수 없는 모자이크 뒤편의 적나라한 현실이다. 첫 번째는 가히 성(性)진국이라 할만한 ‘일본’이다. 성(性) 산업 관련 분야의 종사자와 평범한 MZ 커플, 모델, 연애 카운슬러를 만나 자연스러운 일상을 살펴본다. 관광, 여행으로는 절대 알 수 없는 정보라 신선함은 배가된다.


티키타카 19금 입담 뽐내며..


넷플릭스 [성+인물: 일본편] 스틸컷

10년 전 예능 <마녀사냥>에서 호흡을 맞춘 신동엽과 성시경이 가감 없이 질문한다. 일본의 성인산업과 19금 토크가 아슬아슬한 선을 넘나든다. 말맛의 수위가 자극적이기보다는 애교스러운 수준이다. 신동엽은 방송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주제와 쌓였던 입담을 물 만난 고기처럼 풀어 놓는다. 성시경은 유창한 일본어를 구사하며 동시통역사이자 재간둥이로 임무를 다한다. 참고로 성시경은 독학으로 일본어를 배웠다지만 뛰어난 언어 실력은 놀랍기만 하다.


성(性)에 일가견 있는(?) 두 사람은 티키타카 호흡과 환상의 케미로 즐거움을 선사한다. 특히 신동엽의 재치와 공감 가는 말재주는 30년 넘는 연륜이 느껴진다. 한없이 장난스럽다가도 핵심을 파고들어야 할 때면 으레 내공을 끌어올린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정상에 선 AV 배우에게 아빠 같은 조언을 던지는가 하면, ‘편하게 살려면 독신주의, 행복하게 살려면 결혼’이라는 말로 현실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결혼을 고민하는 4년 차 연인에게 인생 선배이자 기혼자의 진솔한 경험담도 들려준다. 듣고 있자면 고개가 주억거리는 주옥같은 명언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전 세계 공통 관심사, 성(性)


넷플릭스 [성+인물: 일본편] 스틸컷

흔히 인간의 3대 욕구를 식욕, 수면욕, 성욕이라고 말하지만 셋 중 가장 터부시되는 게 성욕이다. 한국에서는 참을 수 있으면 참는 게 미덕(?), 대놓고 말하지 않는 게 매너라 할 만큼 폐쇄적인 게 현실이다. 성(性)을 주제 삼기에는 조심해야 할 부분, 지켜야 할 선이 존재하기 때문일 거다.


그러나 ‘성(性)’은 감추려고 할수록 더욱 드러나게 마련이며, 억압한다고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럴수록 궁금함은 다른 쪽으로 증폭되고 범죄로 이어질 수도 있다. 죄책감을 강요당하는 한국과 성(性)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일본은 확연히 대비된다. 일본은 어릴 적부터 AV 장르를 엔터테인먼트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탓에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형성된다고 한다. 몰라도 되는 것, 밝히면 변태적인 게 아닌, 욕구 해소와 즐기기 위한 산업의 한 축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를 직업으로 삼은 사람들의 생각과 목소리를 듣고 나면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된다. 일본에만 존재하는 직업인 호스트의 세계,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AV 장르의 시스템, 업계 최고인 성인 용품 회사의 진지한 마인드 등이 긍정적으로 묘사된다. 업에 자부심을 느끼며 진정으로 즐기는 모습이 문화 차이를 극명히 보여준다. 그밖에 AV 배우들의 데뷔 계기나 수입을 공개하고, 그들이 생각하는 AV 장르의 필요성도 솔직하게 밝힌다.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전반적인 분위기가 깔려 있기 때문에 가능한 발언이지 싶다.

넷플릭스 [성+인물: 일본편] 스틸컷

참고로 두 번째는 일본 못지않게 성(性)문화가 발달한 대만이라고 한다. 올해 방영을 앞둔 대만 편에서는 성소수자 부부 인터뷰가 준비되어 있다고 해 궁금증이 커진다. 일본의 성인문화로 이슈 몰이에 성공한 제작진은 대만 편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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