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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Apr 30. 2023

<드림> 전반과 후반, 달라지는 텐션의 아쉬움

박서준-아이유라도 못 살린 말맛


이병헌 감독의 4년 만의 신작 <드림>은 박서준과 이지은(아이유)의 조합으로 기대감을 높였다. 홈리스 축구팀으로 등장하는 배우들도 연기 구멍 없는 베테랑으로 채워졌다. 오랫동안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감독의 사단으로 활약한 배우들이다. 영화 <힘내세요, 병헌씨>부터 함께 해온 인연을 소중히 생각하는 모습이다. 드라마 <멜로가 체질>의 세계관을 들여온 듯 다큐 PD와 카메라맨, 연예 기획사의 컨셉이 동일하다.     


집 없는 사람과 열정 없는 사람들     


축구선수 생활에 위기를 맞은 홍대(박서준)와 홈리스 국가대표팀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려는 PD 소민(이지은)과 오합지졸 홈리스 축구팀을 이끌어가는 내용이다. 홍대는 수배 중인 엄마의 합의금을 마련하기 위해 돈이 필요했고, 학자금 대출과 매달 걱정인 생활비 충당을 위해 돈이 필요했던 소민은 비슷한 목적으로 힘을 합치게 된다.     


문제는 홈리스 축구팀의 실력이 제각각이라는 것. 원석을 세공해 보석으로 만드는 건 감독의 자질이라고 하지만 홍대는 막막하기만 하다. 소민은 다른 꿍꿍이가 있었다. 홈리스 축구팀의 선수 하나하나의 사연을 부각해 시련을 이겨낸 각본 없는 드라마,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신파를 만들어 입신양명에도 기여해야 했다.     


이 프로젝트에 성공하기 위해 홍대를 구워삶아야 하는 소민은 못 잡아먹어 안달 난 원수처럼 시종일관 으르렁거리지만, 다큐와 월드컵 출전이란 목표를 위해 의기투합하기로 합의한다.     


전반과 후반, 달라지는 텐션의 아쉬움     


영화 <드림> 스틸컷

<드림>은 2010년 홈리스 월드컵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홈리스 월드컵'이란 노숙인의 자립 의지와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세계 유일의 국제 축구 대회다. 이병헌 감독은 다큐를 통해 이 대회를 알고 오랫동안 관심 가졌다고 한다. 2015년 암스테르담에서 대회를 동행하며 기획, 사전 조사, 각본, 연출까지 오랜 시간 준비했다. 약 8년의 세월이 축적된 이야기라는 거다.     


'빅이슈'에 관한 설정도 의미 있다. 빅이슈는 1991년 창간된 노숙자의 자립을 위한 잡지다. 한국을 비롯해 영국, 호주, 일본, 대만,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발행된다. 지하철 역사에서 빨간 조끼를 입고 빅이슈를 판매하는 분들을 만났다면 바로 그들이다. 영화 속 대사로도 차용되듯이, 냄새나는 노숙인은 극히 일부이며 자립을 위해 기관 뿐만아니라 의지를 지닌 분들이 많음을 보여준다. 그들을 향한 인식개선과 홍보의 목적으로 기획된 선한 영향력이 느껴진다.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영화적으로는 큰 재미를 못 느끼겠다. 어쩐지 <드림>은 탄산 빠진 콜라는 먹은 기분을 떨칠 수 없는 평작이 완성되었다. 평범한 이야기와 연출은 125분을 버티기 버거웠고 의미 있는 소재를 살려내지 못해 거부감까지 들 정도였다. 캐릭터들은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해 전형적이었으며, 결말도 예측할 수 있어 긴장감이 떨어졌다. 스타는 없지만 이야기가 있는 <리바운드>와 자꾸만 비교되었다.     


좋은 의도를 못 살린 안타까움


영화 <드림> 스틸컷

사회적인 문제를 주제로 상업적으로 만들기 어려웠음이 드러난다. 이병헌 감독은 시나리오 작가 겸 감독 출신으로 특유의 말 맛나는 대사와 공감대 높은 상황을 심어 놓아 매니아와 대중을 두루 잡았는데 아쉬웠다. 확연히 전후반부로 나뉜다. 전반부는 감독 특유의 재치와 유머를 장착한 채 흘러간다. 등장인물이 이 대회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준비와 훈련 과정, 개인사가 매끄럽게 진행된다. 헝가리로 떠나게 되면서 극도로 반감되기 시작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뒷심이 부족한지 전형적인 스포츠 영화의 모습이 되어간다.     


박서준과 이지은의 톱스타 조합이지만 둘은 이야기를 끌어가는 견인차일 뿐이다. 이야기의 메인이라 할 홈리스 팀이 눈에 들어온다. 각자 사연만 따져도 영화 한 편은 족히 나올 분량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드림>은 홈리스 팀의 멤버들을 돋보이기 위해 소모적으로 쓰인 주연이라는 독특한 영화가 되었다.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사연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각본을 선보였지만 감동 코드로 마무리되는 탓에 어정쩡하기만 하다.     


말도 안 되는 목표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열정, 실패하더라도 괜찮다는 구태의연한 메시지다. 감동, 신파 코드를 덜어냈으면 어땠을지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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