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ple TV+ 8부작 시리즈 [2050: 벼랑 끝 인류]는 기후 변화로 무너진 지구와 혼돈의 세상을 살아가는 인류의 분투를 담았다. Apple TV+ 오리지널 영화, 시리즈는 고퀄리티를 보장한다.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 극도의 미장센과 CG, 화려한 액션과 다양한 소재가 매력적이다. '이런 소재로도 만들어?'라고 할 만큼 투자를 아끼지 않는데 엄청난 제작비가 들어가더라도 감수하는 것 같다.
그중 [2050: 벼랑 끝 인류]는 기후변화, 환경을 주제로 할리우드 배우들의 총집합만으로도 화제에 올랐다. 메릴 스트립, 마리옹 코띠아르, 토비 맥과이어, 키트 해링턴, 시에나 밀러, 타하르 라힘, 주드 허쉬, 다이앤 레인, 젬마 찬, 에이사 곤잘레스 등. 한 영화에서 솔로 주인공으로 활약하고 있는 배우들이 작은 배역도 마다하지 않고 출연해 심각성을 논한다.
2037년부터 33년인 2070년까지 앤솔로지 형태다. 기후 변화로 사랑과 믿음, 일과 가정, 신앙과 생존이 달라진 일상을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 각각의 에피소드가 이어지지는 않지만 에피소드 8 '생태계 파괴'에서는 앞선 인간의 과오가 어떤 결과를 주는지 총망라하고 있다. 세계적인 기업의 CEO가 환경 파괴범 재판을 받는데 유죄를 받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컨테이젼> 각본가인 스콧 Z. 번스가 제작, 극본, 연출을 맡았다. 대부분 다큐멘터리 화법으로 느리고 서정적인 서사로 진행되며, 다분히 교육적이다. 설명이 많아 논문 발표장에 온 것처럼 모르는 단어도 많아서 공부하면서 보게 된다. 굉장한 초호화 캐스팅이지만 지루하게 진행되는 게 장점이자 단점이다.
결국, 지금 실천하지 않으면, 지금 멈추지 않으면, 얼마 후 인류는 지구를 떠나야 한다는 강력한 호소다. 개인적으로는 에피소드6 '롤라'와, 에피소드7 '고별 파티'는 흥미로웠다. 한편의 영화로 봐도 무방할 정도다. 온난화로 황폐해진 시대, 디지털화되어 삭막한 시대 '사랑'에 대해 감성적으로 접근한 게 그나마 와닿았다.
전반적으로 아이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결국 자본과 이기심으로 현재를 편하게만 살려는 어른들의 과오로 피해 보는 다음 세대 모습을 강조하고 있었다. 똑 부러지는 아이들이 등장해 어른들을 꾸짖는데 청소년 환경운동가인 그레타 툰베리를 다룬 다큐멘터리 <그레타 툰베리>를 함께 봐도 좋겠다.
디스토피아 소재 수작 [이어즈 앤 이어즈]나 [블랙미러] 시리즈, <돈 룩 업>을 생각했다면 부족함이 따르겠다. 재미는 물론 속 시원한 욕이나 응징은 하지 않고 답답한 현실과 재난으로 고통받는 지구촌 곳곳을 다룬다. 부자와 가난한 자의 빈부 격차, 물이 차오르는 도시, 산소통을 메고 다녀야 하는 미래, 가뭄과 홍수, 폭염과 산불, 멸종동물 등. 나쁜 상황을 계속 나열하는데 그친다. '인간의 문명과 산업화 발전을 지금 관두지 않으면 당장 이런 재난을 직면해'라고 경고 또 경고하기 바쁘기 때문.
환경의 날을 맞아 3월 17일부터 시작된 시리즈를 마치게 되었다는데 의의를 두고 싶다. 원제는 'Extrapolations'은 현재 기후 상황을 기반으로 미래에 대한 예측을 말하는 '외삽법', '보외법'이다. 원제도 어렵고 한국제목 '2050: 벼랑 끝 인류'도 썩 흥미로운 제목은 아니다. 고로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과 좋은 주제도 어떻게 풀어내는 냐에 따라 재미와 의미를 둘 수 있다는 결과를 보여주는 시리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