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아역 출신의 가장 큰 고민은 성인 배우로의 전환이다. 한때 촉망받는 아역 배우였던 오태경(오태경)도 고민 끝에 개인방송을 시작했다. 아역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한 오태경 TV는 그야말로 노잼. 하지만 지금까지의 연기경력을 걸고 다짐한다. 포기하지 않고 심기일전하여 ‘리틀 오대수’ 채널로 변경해 다시 시작하려 한다. 자신에게 날개를 달아주었던 <올드보이>의 오대수 컨셉으로 구독자의 소원을 들어주는 노예 방송(리오 TV)으로 재도약을 꿈꾸게 된다.
무엇이든 다 하겠다는 오태경의 진심은 통했고 드디어 만명돌파를 기념해 실시간으로 소원을 접수하게 된다. 그 중 청계광장에서 매일 꼼짝하지 않고 피켓 시위 중인 남자의 사연을 알아봐 달라는 의뢰를 받고 직접 찾아가지만 묵묵부답이다. 그러자 자잘했던 후원금은 천만원대로 커지고 각고의 노력 끝에 피켓남의 사연을 파헤치며 ‘떡상 유튜버’로 이름을 날리게 된다.
하지만 커지는 인기와 다르게 상황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간다. 피켓남 주작논란으로 번져 채널존폐의 위기까지 불러온다. 과연 오태경의 선 넘는 행동은 피켓남의 억울함을 풀기 위한 진심일까? 후원금을 받기 위한 주작이었을까? 그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큰 파장을 불러 온다.
스크린라이브로 구현된 생생한 체험
영화 <좋.댓.구> 스틸컷
영화는 <곤지암>의 공동 시나리오 작가였던 박상민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다. 영화의 전체 분량 중 4컷만 빼고 모든 장면이 CG다. <서치>에서 선보였던 스크린라이브를 도입했다. SNS 윈도우, OS 운영체제, TV방송, 광고 등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으로 채워져 있다. 촬영방식도 실제 유튜브가 찍는 것처럼 고프로와 스마트폰, 웹캠을 이용했다.
철두철미하게 연습과 계획으로 만들어졌다. 편집마저도 영화 문법이 아닌 유튜브 편집 방식을 따와 현장감이 배가된다.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하는 듯한 생생함을 표현하기 위해 아이디와 댓글까지 나이, 성별에 맞게 창작해 시나리오보다 더 많은 분량을 써내려갔다는 후문이다. 특히 영화 속 실제상황으로 그려진 광화문 피켓남의 사연이 영화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와 유사성을 보여 기시감도 부른다.
관객으로 하여금 실제 일어난 일인지 주작인지 알기 힘든 이야기를 이끌어내며 몰입도를 높인다. 카메라가 디지털 기기의 화면 밖으로 나가지 않고 안에만 머물며 주인공의 시점에서 관찰된다. 1인칭 관찰자 시점과 동영상 플랫폼 형식이 만나 직접 영화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경험이다.
영화 <좋.댓.구> 스틸컷
또한 실제 아역 배우 출신인 오태경을 주인공 삼아 페이크다큐의 형식도 빌려온다. <올드보이>의 최민식 아역, 드라마 [육남매]의 장남으로 주목 받았던 과거 이력까지 훑어 완성도 높은 블랙코미디를 완성했다.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뒤흔드는 하이퍼리얼리즘은 오태경의 진가를 재확인하게 만든다.
카메오 출연진도 화려하다. 이 많은 사람들을 한데 모았다는 것부터가 믿을 수 없는 판타지다.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유튜버, 인플루언서 뿐만 아니라 박찬욱, 문소리, 신동엽, 장윤주, 박현빈, 김응수 등. 국내외 유명인의 출연 방송 및 중간 광고형식도 참신하다. 출연 배우의 한정성에 고민하던 감독은 유명인을 적극 섭외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불러온 효과다. 때문에 자칫 답답하고 단조로울 수 있는 극에 활력을 넣어 재미를 선사한다.
실제인지 가짜인지 모호한 설정이 재미
영화 <좋.댓.구> 스틸컷
영화는 대중을 속이고 선동하는 일이 오프라인 보다 수월한 온라인에서 성공하려는 자의 욕망을 따라가는 여정이다. 결말을 향해갈수록 진짜와 가짜를 분간하기 어려워지고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SNS의 장.단점을 주목한다.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마치 사실인것처럼 공유되는 인터넷 속성을 통해 질문을 던진다.
오태경과 피켓남을 이용해 조회수를 올리고 인기를 얻으려는 또 다른 사람들의 민낯도 해부한다. 서로의 먹잇감이 되면서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가 흐려지는데 주목한다. 특히 모든 게 사기였다고해도 고작 몇 개월 방송 정지, 채널 삭제 등. 솜방망이 처벌이 전부이기 때문에 더욱 자극적르고 위험하게 변질되는 유튜브의 생태계와 진정성까지 톺아본다.
한편, 주연 오태경은 장편 <좋.댓.구>, <2035>, <독친>, 단편 <라스트 스탠드>까지 제27회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만 무려 4편의 영화를 선보이며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올해의 부천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게스트로 기록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