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포기하지 않기 위해

나는 지금,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by 두니

나를 포기하지 않기 위해,

나는 나를 쓰기 시작했다.


나는 언제부터 나를 잃어가고 있었을까.

어느 순간부터,

‘나’라는 사람은

이름보다 역할로 더 자주 불렸고,

감정보다 의무로 먼저 살아야 했다.


어린 시절,

살아남기 위해 익혀야 했던 '순응'의 기술은
어른이 된 후,

리더십과 계획력이라는 이름으로
내 삶의 무기가 되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참 단단하게 잘 살아왔다고.
그러나 나는 안다.
그 단단함이

얼마나 많은 침묵 위에 쌓여 있었는지를.


일과 삶을 주도하며,
수없이 선택하고 이끌며 살아온 수십 년.
그 시간 속에서 감정은 종종 미뤄졌고,
나는 어느 순간,
내 마음에 묻힌 풍경 하나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은퇴 후,
비로소 나에게 시간이 주어졌다.
그제야 멈춰 서서

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

나는 누구였을까.
무엇을 잃고

무엇을 품으며 여기까지 온 걸까.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나는 내 안의 낯선 풍경들과

하나씩 마주하기 시작했다.


사건보다 감정이 먼저였고,
설명보다 침묵이

더 깊이 마음을 건드렸다.


누군가의 딸로, 여자로, 인간으로 살아온
한 여자의 삶은
그 모든 이름을 넘어,
비로소 ‘나’로 살아가기 위한

여정의 끝없는 노력이다.


나는 얼마나 많은 '나'를

포기하며 살아왔는지,
얼마나 자주 침묵해야 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내 안의 인간을 버리지 않기 위해,
끝내 나를 살기 위해,
오랜 시간을 걸어 여기까지 왔다.


지금,
육십을 넘긴 나는
세상과 적당히 떨어진 거리에서
비로소

나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묻는다.
나는 이제 자유로운가.
나는 지금,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그 질문 앞에 마주 앉은 나는
느리고 진실한 나의 시간을 바라본다.


나를 스쳐 지나간 기억 속 그들에게도
작은 조각 하나,
따뜻한 숨결처럼 놓이고 싶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