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인지....네가 나인지....

더 낫지 않은 내일이라도 기꺼이 살아낸 그 시간 끝에서 만날 나를....

by 두니

내가 너인지,

네가 나인지.


거울 앞에서 마주한

나의 모습은 언제나 낯설다.


이 낯섦은

나이가 들수록 더 짙어진다.


내가 바라보는 나는

늘 불완전하고, 부족하고,

고쳐야 할 구석이 많은 모습이다.


그런데 타인의 눈에 비친 나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나 보다.


그들의 말 속에서,

그들의 시선 속에서

나는 때로 강인했고,

때로 따뜻했으며,

때로는 지나치게 단단했다.


거울은

결코 스스로를 비추지 못한다.

언제나 타인의 빛을 받아내어

그 빛의 각도에 따라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나 역시 그렇다.

나는 타인의 눈빛을 통해서만

나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어떤 날은

그 눈빛이 고맙고,

어떤 날은 두렵다.


오늘도 나는

거울 속의 나에게 묻는다.


“이 얼굴이 정말 너니?

아니면,

너를 비추고 있는 나니?”


종이는 나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쉽게 구겨지고 찢어지지만,

한 번 새겨진 글씨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살아오며 수없이 기록한

종이 위의 시간은

그 흔적 속에 남아 있는 나를

전혀 다른 얼굴로 다시 만나게 했다.


설레던 순간,

아픔으로 잠 못 이룬 밤,

용기를 내야 했던 결심들.


그 모두 것이 종이 위에 쌓여

또 다른 시간이 되었고,

또 다른 내가 되었다.


종이는 말이 없다.

그러나 묵묵히 내 손을 받아내며,

내 삶을 보관해 왔다.


어떤 종이는 바람에 흩날렸고,

어떤 종이는

서랍 속에서 오랜 시간을 견디며

나를 기다렸다.


종이 위의 어떤 문장은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쓰기를 멈추지 않는다.
시간을 붙잡기 위해,
그리고

그 안의 나를 잃지 않기 위해.


때로 나는

돌을 닮고 싶었다.


바람에 깎이고,

비에 닳고,

발길에 차이며 수없이 상처받아도

침묵으로만

자신의 오랜 기억을 증명하는

그런 돌을.


흔들리더라도 무너지지 않고,
상처받더라도

그 흔적을 지워내지 않는

강인함을.


그러나

내 안의 돌은

단단하기만 한 존재가 아니다.


표면에 새겨진 금과 흠집은

지나온 시간의 증거였고,

그 흔적으로

돌은 이야기를 가진다.


나 역시 그렇다.
내 삶의 흠집과 상처들이

지금의 나를 말하고 있고,

거울 저편에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나는 오늘도

돌처럼 말없이 이 시간을 버텼고,

내 안에 새겨진 시간을

종이 위에 남겼다.


지금보다

더 낫지 않은 내일이라도,

기꺼이 살아낸 그 시간 끝에서

나는

단단하게 서 있는 나를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