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대단한 사람은 어떤 사람인데?
나는 자주 열등감에 빠지는 사람이다. 내가 생각하는 대단이란 꽤나 높은데, 그에 비해 나는 구멍이 숭숭 뚫려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너 대단하다'라는 말만 들으면 배실배실 웃으며 아니야,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라는 말이 자동으로 튀어나온다. 겸손은 어느 순간 나를 깎아내리는 미덕이 되어 있었다. 오히려 나에게 이런 태도는 겸손이라기 보단 자기부정에 가까웠다. 나는 언제나 스스로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어만 했다.
이런 고민을 친구에게 털어놓던 중, 친구가 오히려 나에게 질문했던 적이 있다.
그래서 네가 생각하는 대단한 사람은 어떤 건데?
말이 턱 막혔다. 대단한 사람. 그러게, 나에게 대단한 사람은 정말 누구더라.라는 생각에 말이 안 나왔다. 롤 모델도 없는 나에게 '대단한 사람'이란 막연히 나보다 일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내게 뚫려있는 구멍이 꽉 채워져 있는 사람 말이다.
그 질문에 허둥지둥 대답했던 기억이 있다. 일을 체계적으로 행하는 사람, 자신의 신념이 확고한 사람 등등이라고 대답했을 거다. 대답하면서도 스스로가 그렇게 부끄러울 수 없었다. 결국 내가 나열하는 대단한 사람이란 누구나 말할 법한 추상적인 특성들이었다. 아마 친구는 나에게 대단한 사람이 무엇인지 구체적인 예시를 바랐던 것 같다. 대화는 흐지브지 다른 주제로 넘어갔다.
그 대화 이후로도 친구의 말이 계속 맴돌았다.
내가 생각하는 대단한 사람은 누구지? 그때 말했던 추상적인 특성들 말고는 도무지 답을 찾기 어려웠다. 물론 빌 게이츠나 잡스, 마크 주커 버그, 혹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 모두가 대단하다. 그러나 그들의 삶의 방식은 내가 따라가기에는 너무 먼 세계처럼 느껴졌다. 살에 직접 닿는 대단함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대단함'을 보고 그렇게 나를 깎아내렸던 걸까?
결국 내가 생각하는 '대단함'은 자기부정과 열등감이 만든 존재였다.
대단한 사람이란 무엇일까 생각하니, 내게 부족한 면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렇다면 나에게 부족한 면은 뭔데? 그 질문에 나 스스로도 쉽게 답할 수 없었다. 단순히 내가 우유부단하니까 신념이 조금이라도 확고해 보이면 부러워했다. 또 나는 말을 잘 못하니까 말을 잘하는 사람도 대단했다. 게으르니까 조금이라도 열심히 사는 것처럼 보이면 동경했다. 나의 부족함은 단순히 남에 대한 부러움, 동경에서 나온 것이었다.
나는 지금껏 내가 이룬 것에 칭찬을 받거나 동경의 눈빛을 조금이라도 받으려 하면 바로 부정하기 십상이었다. 내가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는 걸 들키는 게 두려웠다. 그리고 나는 이런 나의 태도가 겸손함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이 봐주는 내가 정말 나라는 생각은 왜 한 번도 못했을까?
겸손이 아니라 자기부정이 되어가고 있음을 왜 몰랐을까?
물론 객관적으로 나에게 부족한 면도 있다. 그러나 나에게도 대단한 면도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내가 만든 추상적인 대단한 존재에 자꾸 나를 비교하고 깎아내리는 태도는 좋지 않음을 인지해야 한다. 물론 세상엔 대단한 사람은 분명 많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그 대단한 사람이 추상의 존재인지를 계속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