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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지 Mar 24. 2021

남의 집이 오피스가 된다고?

서촌 통인1939 남의집 홈오피스에서 작업한 후기



남의집에서 [     ] 하기


'남의집' 서비스를 알게 된지는 1년 남짓이다. 말 그대로 "남의 집"에서 어떠한 활동을 한다는 게 흥미로워서 언젠가 참여해봐야지, 라는 생각에 눈여겨보던 플랫폼이었다. 내가 알던 남의집 서비스는 집을 빌려주는 호스트의 취향에 따라 취향이 맞는 게스트들이 모여서 함께 활동을 하는 것이 중심이었다. 그래서 나도 내 취향에 맞는 독서나 차 마시기 등등에 참여해보고자 알아본 것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남의집이 홈오피스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조금 알아보니, 코로나의 여파로 에어비엔비의 호스트들이 국내를 타겟으로 하고자 남의집 서비스에 등록을 요청한 것이 발단이었다. 그러나 콘텐츠를 갖고 있지 않은 호스트들이 대부분이니, 기존의 취향에 따른 활동을 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에어비엔비처럼 공간을 빌려주되, 숙박이 아닌 잠깐 머무르는 방식으로 전환하여 이들을 유입시켰다. 



남의집에서 [ 오피스처럼 일 ] 하기


남의집은 잠깐 머무르는 방식으로 '오피스 서비스'를 선보였다. 남의집이 나의 오피스가 되는 경험. 그리고 이는 위워크나 어느 공유 오피스처럼 지속적인 개념이 아니라 매우 단기적인 개념이다. 디지털 노마드가 대세라고 말하면서 어느샌가 일률적이게 느껴지는 기업 단위의 공유 오피스를 내세울 것이 아니라, 이런 단기적인 공유 오피스를 선보이는 것이 맞지 않을까? 


그러나 흥미로우면서도 처음엔 의심이 됐다. 알아보니 약 5-6시간 남짓의 시간만 이용할 수 있을뿐더러, 기존 카페에서 작업하는 것과 큰 차이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었다. 또 도전에 야박한 나에게 이런 의심은 홈오피스 사용을 머뭇거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홈오피스 일일체험권을 통해 홈오피스를 체험해볼 기회가 생겨, 홈오피스를 이용해 보고 후기를 남긴다.





서촌 남의집에서 작업하기


장소를 선택할 때 성격도, 인테리어도, 근무환경도 다양한 홈오피스들이 많았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내가 선택한 곳은 서촌의 '통인1939' 홈오피스였다. 서촌을 좋아하기도 하고, 한옥에서 작업하는 기분은 어떨까 궁금하기도 해서 선택한 곳이었다. 


홈오피스 시간대에 오픈되어 있는 문


홈오피스마다 오픈되는 요일도, 시간도 조금씩 다르지만 한번 예약하고 나면 해당 시간 안에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다. 내가 간 날은 12시에서 6시가 사용 가능한 시간이어서 2시쯤 갔다가 6시 좀 안돼서 나왔다.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어서 인지 호스트분이 문을 활짝 열어 놓고 계셨다. 


1. 입장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ㄷ자의 한옥
ㄷ자의 한옥에서 위를 바라봤을 때


에어비엔비에서 하루 묵으러 여행 온 기분이었다. 한옥이 주는 아름다운 풍경과 이색적인 작업 환경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괜스레 마음을 설레게 했다! 서촌의 많은 카페를 가보았지만 이렇게 제대로인 한옥에서 작업을 하는 경험은 또 처음이었으니 말이다.


통인1939는 에어비엔비를 통해서 숙박도 함께 제공하는 곳이었다. 호스트분의 말로는 월-화에는 숙박 예약이 거의 없어서 그때만 홈오피스로 제공을 하고 있다고 말하셨다. 공간을 가지고 다양한 형태로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나 혼자일까?' 라는 생각에 문을 열고 들어가니 외국인 여성 한분이 이미 일을 하고 계셨었다. 홈오피스 사용법에 대해 조금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충전기도 빌리기도 하며 소통을 했는데, 홈오피스였기 때문에 서슴없이 대화할 수 있던 것 같다. 카페에서 쉽사리 이런 얘기를 하진 않으니..



2. 작업 환경


내가 작업한 곳


내부로 들어가니 커다란 테이블이 있었다. 외국인 여성분과 단둘이 있었는데, 다른 방에서는 좌식이 가능한 것 같았으나 사람이 별로 없어서인지 세팅이 되어있진 않았다. 나도 좌식보다는 테이블을 선호하는 편이어서 테이블에 착석했다. 


약 2-3시간 작업을 했는데, 생각보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카페에서의 집중과 또 다른 경험이랄까. 개인적으로 카페와 도서관 사이의 집중이라고 생각했다. 카페는 너무 개방적이어서 집중력이 흐려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여 문제였고, 도서관은 또 너무 폐쇄적이어서 선호하진 않는 편이었다. 그런데 홈오피스는 적당히 개방적이고 폐쇄적이면서도, 함께 작업하는 사람이 꽤나 가까이 있으니 도서관 수준의 집중이 가능했다.


호스트분이 구워주신 크로플

작업을 하고 있는데, 잠시 나갔다 돌아온 호스트분이 배치되어있는 와플 기계로 크로플을 만들어주셨다. 크로플을 직접 만들어서 준다는 게 너무 귀여운 경험이었다.. 크로아상 모양으로 와플 모양이 찍힌 게 너무 귀여웠다. 호스트라는 개념이 뚜렷하게 있어서 그런지 홈오피스에서만 가능한 친근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또 커피머신과 티백이 준비되어있어 둘 중 하나를 마실 수 있는데, 나는 티를 마셨다. 확실히 에어비엔비도 함께 하고 있는 곳이라 그런지 다양한 식기구들이 준비되어있었다. 




3. 퇴장


퇴장은 생각보다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6시까지가 이용시간이어서 그전에 자유롭게 나가면 됐다. 카페에서 작업하듯 짐을 싸고 나왔다. 나가면서 함께 계속 있었던 외국인 여성분께 만나서 반가웠다고 인사를 하고 나오는데, 괜히 여행에서 스치듯 만난 사람에게 인사를 건네는 기분이었다. 




남의집에서 작업해보고 나니


맨 처음 홈오피스 서비스에 대해 갖고 있던 의심은 오히려 기우였구나 생각할 만큼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6시간 정도밖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불편함은 생각보다 없었다. 내가 그만큼 작업하는 사람은 아니더라.. 많이 해봤자 4-5시간 하는 사람이어서 오히려 그 부분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체험하면서 불편했던 점은 있었다. 남의집도 홈오피스 서비스를 런칭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이런 단점들은 충분히 개선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체험하면서 느낀 장단점을 정리해 보았다. 



장점


1. 익숙해지지 않는 새로운 환경


아무리 자유로운 환경의 공유 오피스라고 하더라도 그 환경에서 계속 일하게 되면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 그럼 그 공간이 그 사람에겐 다시 비효율적인 공간으로 바뀌게 된다. 그러나 남의집 홈오피스는 다양한 공간을 오피스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단점을 극복할 수 있었다. 오늘은 서촌에서, 며칠 뒤에는 평창동에서, 홍길동처럼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나 또한 매번 비슷한 환경에서 일을 하는 편인데, 새롭고 낯선 환경이 주는 몰입력을 오랜만에 느낄 수 있었다.

남의집에서 홈오피스 멤버십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니즈를 많이 느끼는 사람이라면 멤버십을 끊고, 다양한 공간에서 자주 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2. 친근한 호스트와 게스트


홈오피스가 "홈"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공유 오피스나 카페 등의 작업 환경보다 친근한 느낌을 만들어 낸다. 내가 경험한 게스트분과의 대화, 호스트분이 주신 크로플 등은 이런 친밀감의 바탕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 공간을 빌려주는 호스트는 기분 좋은 환대를 하고, 함께하는 게스트는 약간의 친밀감을 통해 소통한다. 그럼 이를 경험하는 사람은 작업 환경에서마저 여행하는 듯한 설렘을 느낄 수 있다. 



3. 색다른 몰입력


앞에서 남의집 홈오피스에 대해 '카페와 도서관 사이의 집중'이라는 표현을 썼었다. 낯설면서도 친근한 환경에서 작업하는 경험은 새로운 몰입력을 가져다주었다. 함께 작업하는 사람을 보니 나도 쉽게 집중력을 흐트러져서는 안 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러면서도 집이라는 환경이 주는 편안함 속에서 보다 집중할 수 있었다.



단점


1. 아직 오피스에 최적화된 환경은 아니다


에어비엔비를 겸용하던 공간을 홈오피스로 열게 되니, 숙박과 오피스가 혼재된 느낌을 받았다. 물론 통인1939만 사용해보아서 다른 공간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내가 앉은 의자가 장시간 작업하기에 조금 불편해서 더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정말 내가 있던 3시간 정도가 가장 적절한 사용시간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이 점에서 다른 홈오피스와의 편차가 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히려 편차를 줄이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후기를 보다 활성화하고 작업환경에 대한 고지를 더 구체적으로 제공하면 좋을 것 같다. 그렇게 함으로써 작업 장소, 오피스 환경 등 많은 요소들을 고려하고 홈오피스를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2. 조금은 부족한 안내


홈오피스 서비스를 처음 접하는 입장에서 홈오피스 입장 직전까지 호스트에게 내가 간다고 연락을 해야 하나? 체크인을 하는 수단이 있는 걸까? 등의 소심한 불안들이 있었다. 또한 12-6시까지라고 예약이 되어있어서 12시에 딱 도착을 해야 하는 건지도 궁금했다. 물론 이에 대해 네이버 예약 페이지에서 글로 설명해주고 있으나 3주 전에 예약한 나로서는 그 페이지까지 다시 찾아서 들어가는 게 조금 불편했다.


카카오톡 남의집 채널로 그 전날과 해당일에 다시 안내를 해주긴 하지만, 구체적인 주소를 알려줄 뿐 어떤 식으로 홈오피스 체험이 이루어지는지는 고지가 되지 않았다. 함께 제공되는 "게스트가 꼭 알아야 할 기본규칙"버튼을 누르면 남의집 홈오피스 서비스가 아니라, 취향을 함께 공유하는 메인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직접 체험해보니 정말 에어비엔비처럼 왔다가 홀연히 떠나버리면 되는 거라 대단한 안내가 필요 있진 않았다. 그러나 처음 체험하는 입장에서는 조금의 불안감이 있었다. 이 부분은 약간의 안내를 수정하기만 하면 개선이 가능할 것 같다.





남의집 홈오피스를 처음 이용해보았는데 생각보다 매우 만족스러운 경험이어서 종종 이용하게 될 것 같다. 가끔 리프레쉬가 필요한 프리랜서나 나 같은 학생은 1일권을 끊어도 좋겠고, 일관된 오피스 환경에서 효율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는 홈오피스 멤버십도 매력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홈오피스 서비스를 포함하여 "집"을 활용해 다양한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는 남의집의 행보가 앞으로도 더욱 기대된다. 관심있는 분들은 아래의 링크로 들어가 자세히 알아볼 수 있다.


https://bit.ly/3saEJ8O



* 이 콘텐츠는 남의집 홈오피스 노마드로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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