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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루 clou Nov 24. 2016

오키나와 여행 넷째 날..

You Only Live Once..

가족여행을 미루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1988년 그리고, 2016. 

28년만에 대가족여행을 다녀온 클루. 

현실적으로 이런 여행을 다시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압니다.

부모님과 4남매뿐이었던 20여년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가족여행은 6명만이 내릴 수 있는 결정사항이 아닌 것입니다.

배우자, 자녀, 시댁, 처갓집까지 광의로 보면 거의 30명에 이르는 가족들이 유기적으로 얽혀 있습니다.


다소 늦었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다녀온 것이 정말 다행이라는 기분이 듭니다. 

가끔 오키나와 여행을 반추할 때마다 인생의 가장 큰 숙제를 해결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번 대가족 여행을 기획하셨던 아버지. 

아버지께 묻고 싶었던 그 말.  

정작 여행때는 말하지 못했습니다. 

여행이 끝나고, 가족들 모두 일상으로 돌아간지 한 달이 지난 후였습니다. 

고향에 내려가 부모님을 모시고 어디론가 향하는 차 안에서 오키나와 여행에 대한 담소를 나누던 중,

겸연쩍게 여쭤보았습니다.  

"근데 아부지한텐 적은 돈도 아니고, 갑자기 왜 다같이 가족여행 가자고 하셨어요? 28년만에.."

3초간 정적이 흘렀습니다. 고갤 돌려 아버지 얼굴을 봤는데 머뭇거리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쑥스러우셨던 걸까요.

 

"니들 위해서 쓰면 좋지.. 이왕 쓸거면.."


얼굴 곳곳에 주름이 깊게 패인 아버지의 진심이었습니다. 

왜 나는 아버지께 이런 얘길 처음 들어보는 기분이었을까요.

어색한 분위기는 싫어하는 가족인지라, 나는 바로 말을 돌렸습니다. 

더 긴 말씀은 없으셨지만, 그걸로 됐습니다. 

그냥 알 것 같았습니다.

수개월 간 여행 준비하면서 제일 궁금했던 거였는데,,, 그랬었는데. 

정말 궁금해서였을까요, 무슨 말이 듣고 싶었던 걸까요.

짧은 말이어도, 한 마디면 그냥 모든걸 알 것 같았습니다.  

그걸로 됐습니다.

"니들 위해서 쓰면 좋지.."




호텔 스카이 라운지에서의 조식이라 풍경이 참 좋았습니다. 

함께 모여 식사를 하진 않았지만, 약속이나 한듯이 한국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호텔 로비에 모였습니다. 

호텔 숙소 발코니에서..
호텔 로비에서..

우리는 공항으로 가기 전에, 아메리칸 빌리지 백엔샵에 잠시 들러 이것저것 캐리어에 담았습니다. 

마치 다시는 안 올 것처럼 작정한 듯, 피난민이라도 된 듯이 꾸역꾸역 채웠습니다. 

이제 그만 가자구요!

주유소에 들러 경유를 가득채우고, 무사히 렌트차량까지 반납하니 그제서야 클루의 부담이 사라졌습니다.

4일동안 은연중에 참 많은 부담을 지고 있었네요.  

첫날 그렇게 왔던 것처럼, 공항셔틀을 타고 다시 반대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공항에서 간단하기 끼니를 해결하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여전히 배고픈 임토리

우리 가족은 넷째 날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진 않았습니다. 

그저 어제 만났다가 오늘 헤어지는 것처럼, 간단한 인사로 대신했죠. 

서로 집에 잘 도착했는지만 확인하는 차원에서 마무리를 했습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였을까요. 

언젠가 16명이 이렇게 다시 모이리라 희망을 갖고 싶어서였을까요. 

그렇게 된다면 손가락이라도 걸고 약속하고 싶습니다. 

약속하는 임토리

 

가족여행 또 가고싶은 사람 손 드세요. 

형네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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