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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루 clou Oct 26. 2016

오키나와 여행 셋째 날..

잠시만 안녕, 그리고 휴식..

셋째 날이 되었다. 

침대에서 눈을 뜨고 처음 느낀 감정은 아쉬움이었다. 

눈을 잠깐 감았다가 떠보니 벌써 이틀이 지나간 듯, 

믿고 싶지 않고, 붙잡고 싶은 시간이 이미 과거에 있었다. 

서너번 눈을 깜빡거려도 여전히 셋째 날이다. 


그리고, 형 혼자 하루 먼저 귀국하는 날이다.

사업하는 형이 벗어날 수 없는 그 놈의 금토일 굴레.

아침일찍 리조트 조식뷔페에 들렀다가, 

공항행 버스 배웅에 나섰다. 

큰 아들 공항 가는 길..

큰 아들 가는 뒷모습 바라보는 부모님의 어깨는 왜 축 쳐져 있었을까.

내일이면 만날 수 있는 아들인데, 아버지 눈가는 왜 촉촉해지셨을까.

우리는 영문을 모른다는 듯 애써 웃었지만, 그 대답은 알고 있었다. 

충분히 알고 있어도, 단지 말하지 않았을 뿐.


형을 보내고 난 후, 야외수영장에서 광란의 물놀이가 펼쳐졌다.

체크아웃까지 남은 2시간. 

어제 못다한 물놀이까지 다갚을 기세로 맹렬하게 물속으로 뛰어든다. 

그야말로 후회없이 놀고 떠났다. 

이런 날이 다시 쉽게 오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셋째날의 모토는 원래부터 휴식이었다. 고작 3박 4일간의 여정임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러나 첫 날부터 이튿날까지 쉼없이 달려왔을 가족들에게 일종의 쉼표를 찍어주고 싶었다. 

대형 마트에서 각자 하고 싶은 쇼핑을 하고 점심까지 알아서 해결하도록 했다. 

그 시간을 부담없이 즐겼다. 

한국에서의 대형 마트 산책, 그 것과 크게 다를 바 없었지만, 다들 즐거워 했다. 

그리고 좀 더 일찍 북부를 떠나 중북부에 위치한 세번째 숙소로 이동했다. 

날씨는 여전히 뜨겁고 좋았고, 기분도 평온하고 참 좋았는데, 

마지막 숙소에서 최악의 에피소드가 발생한다. 

한국에서 일찍이 숙소 예약을 했는데, 하필 큰누나 가족들만 예약 날짜를 다음 날로 잡았던 것이다. 

자책을 수차례 해보았지만, 예약 이메일을 살펴보지 않았던 오로지 내 불찰이었다. 

내가 왜그랬지. 내가 왜그랬을까. 

설상가상, 호텔에서는 당일 만실이라 여분의 객실이 없단다.

10분 넘게 객실 정책이나 환불 규정을 체크했지만 그저 시간 낭비일 뿐, 

결론은 가족들이 찢어져서 이미 예약된 방에 추가로 들어가는 방법뿐이었다. 

셋째날까지 나름 성공적으로 여행을 이끌어온 클루투어였는데, 

마지막 여정에서 본의 아니게 가족들에게 민폐를 끼쳤다. 


휴식 모드라서 특별히 관광을 하지 않고, 

가족 모두 실내 수영장이나 호텔로 이어진 해변에서 두런두런 시간을 보냈다. 

나도 모처럼 찝찝함을 잊어보려 더 열심히 놀았다. 

그 시간만큼은 다시 평온함이 찾아왔다. 형만 없었을뿐, 더없이 좋았다.

저녁식사도 호텔 근처 이름난 맛집에서 오키나와 가정식을 맛보았고, 

이런저런 수다를 떨며 이번 여행의 마무리를 지어갔다. 

 

오키나와에서의 마지막 밤이라 생각하니, 아니, 가족여행이 벌써 막을 내린다고 생각하니 

잠이 오지도 않았고 자고 싶지도 않았다. 


발코니에서 바라보는 밤바다가 참 고요했는데, 

내 마음은 전혀 고요하지 않았다. 


2016.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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