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오피스, 미래 사무실의 4가지 새로운 역할
스마트오피스의 별명은 '미래의 사무실'이다. 맞다. 시대의 변화와 함께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으며, 자연스럽게 일하는 공간에도 변화가 필요해졌다. 일하는 방식은 변하는데, 공간이 변하지 않으면 오히려 업무효율이 떨어진다. 가전제품을 많이 쓰는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사람이, 와이파이도 없고 전원콘센트는 거실에만 하나 있는 집에 사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스마트오피스는 기존의 사무실과 어떻게 다를까. 오늘은 오피스의 '역할'이란 측면에서 미래의 오피스는 지금의 사무실과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를 소개하려 한다. 이 부분은 우리도 지속적으로 리서치하고 논의하는 부분이라 정해진 답은 없지만, 현재로서는 아래 네 가지 정도로 정리가 가능할 것 같다. 현재 사무실이 이미 충실히 하고 있는 기본 역할은 제외했다.
일전에 모 기업의 스마트오피스 오픈 특강에서, 스마트오피스의 특징 중 하나는 '자리'가 소유의 대상이 아나리 공유의 대상이라는 내용을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이제는 직원들의 업무형태가 다양해지면서 '나의 자리'가 아니라 그 업무를 하는데 최적의 공간이 더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혼자서 집중해서 일할 때 최적인 공간이 있고, 팀장이 팀원과 면담할 때 최적인 공간이 있고, 두명이 반나절 붙여서 논의하며 일할 때 최적인 공간이 있고, 가벼운 일을 장시간 혼자 처리할 때 최적인 공간이 다르다는 의미다.
현재의 사무실이 '필요한 서류와 기계를 모아둔 곳이라 일을 하려면 꼭 가야하는 곳' 이라면 미래의 사무실은 '다양한 업무형태로 일하는데 필요한 최적의 공간이 있는 곳, 그래서 가장 일이 잘 되는 곳'으로서 실질적인 가치가 있다.
Why Smart Office 01. Optimized workspace for various activities
아직 국내의 대기업은 자사의 부서 간 사일로 현상으로 걱정하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글로벌 시각에서 협업의 경계는 빠르게 확장되는 추세다. 한 기업의 내부를 넘어 기업과 기업, 기업과 고객, 기업과 파트너사, 기업과 지역주민, 기업과 학교 등으로 협업의 경계, 형식, 규모에 대한 제약이 사라지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 기존의 사무실을 적극적으로 외부에 개방하고 있는 추세다.
네덜란드를 포함한 서부/북부 유럽에는 이런 니즈를 새로운 사무실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회사 전체의 반 가량의 공간을 외부인들이 함께 일할 수 있도록 오픈한 회사들이 곳곳에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작년 11월 대대적인 리뉴얼을 하면서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반영했고, 네덜란드의 대형 보험회사 A.S.R.도 건물의 2층까지 어마한 공간을 외부인이 업무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놓았다.
Why Smart Office 02. Open workspace for unlimited collaboration
지난 20년간의 급격한 시대변화 덕분에 일하는 방식도 큰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데, 그 변화의 메인스트림 중 하나는 단연 채용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리크루팅 중심의 채용에서 경험 중심의 채용으로의 변화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보가 부족하고 기술이 충분치 않았던 시대에는 인간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최소의 정보(CV, 형식면접)로 지원-검토-채용의 과정이 이루어졌지만, 정보가 넘치고 기술이 충분해지면 과거의 이런 과정들은 AI 가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인간이 불완전하게 판단했던 것들(서류/면접)을 기계는 훨씬 더 빠르면서도 객관적으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넓은 풀에 있는 이들과 느슨한 협업관계를 가지면서 경험(결과) 중심으로 채용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기존의 공채나 형식적인 면접은 점차 사라지게 되고, 채용 확정 전에 느슨한 협업관계로 일할 수 있는 기회는 늘어나게 되는데, 미래의 사무실은 바로 이런 인재풀들이 모이는 오프라인 플랫폼의 역할을 하게 된다. 실제로 이런 방식의 채용은 젊은 기업들 사이에서는 흔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위워크(wework)나 패스트파이브(FastFive) 같은 코워킹스페이스에서 입주사 멤버들 간에 채용이 이루어지는 것도 같은 원리다.
Why Smart Office 03. The cost-effective platform for talents hiring
빅데이터의 수집과 분석의 중요성은 굳이 내가 강조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지금까지는 직원들의 관리가 '사람'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면, 스마트워크에서는 직원들의 행동데이터를 근거로 한 사람의 분석에 기반해서 이루어진다.
사실 진작에 그랬어야 하는데 이제야 가능해졌다. 행동 데이터를 싸고 쉽게 수집할 수 있는 기술이 이제야 나온 게 첫번째 이유. 객관적인 데이터에 의한 관리보다 특정 사람에 의한 관리가 아이러니하게도 비인간적이라는 인식을 하게 된 것이 두번째 이유다.
조직문화의 개선, 일하는 방식의 개선, 그것을 통칭하는 스마트워크. 이것들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의 많은 답은 데이터가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미팅이 길어지는 이유는 흔히 참가자들의 준비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실제 데이터를 통해 분석해 보면 미팅 공간의 부족, 목적성과 준비성 없는 급작스러운 소집, 책임에 집착하는 기업문화 때문에 의사표현을 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고 믿는 직원들의 생각 등이 그 이유다.
어쨌든 미래의 사무실, 즉 스마트오피스는 이런 업무관련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는 장으로서 역할을 하게 된다. 이미 IT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기업이나 글로벌 코워킹스페이스는 다양한 센서와 알고리즘을 활용해, 행동분석을 염두해서 스마트오피스를 만들고 있다.
Why Smart Office 04. Big data resource for employees' behavior
내게 협업을 제안하는 기업의 상당수는 중견기업 혹은 대기업이다. 관심이 있어서라기 보다는 여유가 있어서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좋은 업무공간'은 여유가 생기면 신경을 쓸 수 있는 영역이라 그렇다. 사실, 중소기업은 지금의 사무실을 유지하기만도 벅찬 상황이거나, 코워킹스페이스로 옮기거나, 아예 처음부터 리모트워크로 시작을 한다.
어쨌거나 경영진에서 오피스를 리뉴얼하기로 결심을 하면 "이왕 바꾸는 거 스마트오피스 컨셉으로 바꾸자"는 이야기가 나온다. 공간의 중요성을 느껴서 기존의 사무실을 스마트오피스로 바꾸는 기업은 거의 없다. 리뉴얼이 필요할 만큼 오래 썼거나, 경영적인 이유로 이전을 해야하거나, 새로운 경영자가 들어와서 빠른 시간 안에 변화를 보여줘야 할 경우에 스마트오피스를 '이용'한다. 정치적이지도 않고 시대 흐름과도 맞으니 최적의 키워드다.
뭐 여기까지는 좋다. 상황에 맞게 활용하는 게 뭐가 나쁘단 말인가. 스마트워크 디렉터로서는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스마트오피스가 기존의 사무실과 무엇이 다른 지 모른 채 스마트오피스를 만든다는 건 나쁘다. 그건 프랑스 요리를 먹어본 적도 없으면서 프랑스 요리를 만들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스마트오피스를 모른 채 스마트오피스를 만드는 건 양심과 책임감의 문제다. 스마트오피스는 한번 만들면 최소 5년, 길게는 15년을 수백명의 직원들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거기서 일해야 한다. 게다가 수천명의 직원들이 함께 번 회사의 공금과 자원을 쓸 때는, 적어도 내 자신은 확신을 가질 만큼 제대로 아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모르면 물어보고, 아는 이들과 협업을 하더라도.